[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박웅양 삼성서울병원 유전체연구소 소장[사진]은 최근 면역항암제의 새 바이오마커로 종양조직변이부담(TMB)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비소세포폐암환자의 유전체 엑솜염기서열을 분석해 서 ‘수정 TMB 모델’을 고안했다. 기존 방식으로 계산했을 땐 TMB 값이 높아도 유의미한 생존율 증가가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수정 TMB 모델에선 확실한 생존율 향상이 확인됐다.
현재 바이오마커인 PD-L1은 암세포의 특정 단백질 발현율을 이용해 어떤 환자에게 면역항암제가 적합한지 가려내는 방식이었는데, 치료효과가 나타나는 환자까지 가려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박 소장 연구팀의 이번 연구 성과는 기존 바이오마커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새로운 모델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 소장은 “유전체 분석은 앞으로 각종 질병 예방과 치료법에 있어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다”며 “정부와 국내 의료계는 지금보다도 더 관심을 갖고 유전체 연구에 과감히 투자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유전체 분석을 통해 질병을 예방한 대표적인 사례는 할리우드 배우 안젤리나 졸리다.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돌연변이 유전자를 사전에 검사로 확인하고 유방암 절제 수술을 받아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박 소장은 “‘안젤리나 졸리’ 사례로 유전체 검사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이 높아지게 됐다”며 “앞으로 수검자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으로 의료계도 이에 맞춰 기술수준을 꾸준히 향상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소장은 원래 의과대학에 몸을 담고 있었다. 서울대 의과대학 기초교실에 재직할 당시 악성 뇌종양 예후를 예측하는 유전자를 발견하는 등 줄곧 이 분야에서 연구를 계속했다.
하지만 박 소장의 연구활동이 본격화된 것은 삼성서울병원으로 적(籍)을 옮긴 이후다.
삼성서울병원은 2012년 당시 ‘2020 계획’을 수립하며 투자 분야를 선정했다. 이 계획 일환으로 현재 줄기세포 연구소 및 정밀의학 혁신연구소, 스마트 헬스케어연구소, 그리고 유전체 연구소가 만들어졌다.
"유전체검사 분야 시장, 우리나라 강점 지녔고 계속 확대 전망"
"캔서스캔 기반 내년 상장 추진, 국내 대형병원 투자 활발하지 못해 아쉬워"
박 소장은 2013년 유전체 연구소가 설립될 때 합류했다. 그는 “처음에는 환자 유전체 연구를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연구를 계속하면서 유전체연구를 실용화는 물론 범용화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박 소장이 이끌고 있는 유전체연구소의 대표작 ‘캔서스캔’은 이러한 고민의 대표적인 산물이다. 캔서스캔은 연구소가 지난 2014년 선보인 차세대 유전체 분석시스템이다.
환자에게서 얻은 암 조직을 토대로 381개 암 관련 유전자를 한 번에 검사해 500여 종의 돌연변이를 진단할 수 있다. 소량의 유전자 변이도 놓치지 않고 검출 가능할 만큼 민감도가 높고 이를 해석해 환자 치료의 나침반으로 삼을 수 있다.
박 소장은 ‘캔서스캔’을 기반으로 새 회사를 창업하기도 했다. 이 회사는 지금까지 25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했으며 내년 기업공개(IPO) 및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 소장은 “연구로 시작한 회사지만 사업 부문에서 큰 성과를 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2017년 급여화가 이뤄진 후 국내 유전체 검사 시장은 계속 성장하고 있으며, 국내보다 유전체 검사가 더욱 활성화 된 해외 수요도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며 당분간 성장세는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 소장의 캔서스캔은 현재 삼성서울병원 외에 다른 병원으로 사용처를 넓혀가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유전체 검사를 잘하는 나라다. 의료진 기술력 등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는 편이다”며 “하지만 큰 병원들의 투자가 비교적 많이 이뤄지지 않는 모습도 보인다”고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박 소장은 “유전체 검사를 활용한 플랫폼은 앞으로 계속 발전할 것이다. 국내 연구분야에서도 다양한 시도와 도전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