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지난 7일 전국의 전공의들이 흰가운을 벗고 병원 대신 거리로 나섰다.
전국 전공의 1만3571명 가운데 70%에 이르는 9383명이 연차를 냈고, 수도권에서만 6000여명의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모여 정부에게 '소통'을 요구했다.
전공의들이 원하는 소통이란 무엇일까. 대한전공의협의회 김형철 대변인은 “전면 재논의를 전제로 한 대화”라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료 정책 가운데 소위 4대(의대정원 확충, 원격의료, 공공의대 설립, 첩약급여화)악(惡)을 규정하고 이를 철폐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대전협의 경우 원격의료 사안은 협회 차원에서 내세울 만한 입장이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판단, 이를 제외한 나머지 정책에 반대하고 있다.
김형철 대변인은 “최근 거론되고 있는 ‘의료 4대악(惡)’ 에 대한 정부와 전문가의 전면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책을 철회할 것인가 혹은 방향성을 수정할 것인가와 같은 문제를 떠나서 대화조차 이뤄지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책 방향성 떠나 의료계 의견 수렴 배제 답답"
정책 방향성에도 문제가 있지만 이보다 앞서 의료계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없었던 것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형철 대변인은 “정부가 추진했던 의전원 정책도 결국 실패했다. 의대 정원 확대가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이것이 다수결로 결정할 성격의 정책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의료 인프라 강화 차원에서 정말 필요한 정책이라면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는 것을 추진의 근거로 삼는 것이 아니라 이 분야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예방의학 전문가들과 의대 정원 확대를 위해 어떤 인프라가 필요한지를 먼저 논의하는 것이 순서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정부가 의료 현장에서 뛰고 있는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전혀 듣지 않았다. 최근 예방의학 교수님들까지 나서 의대 정원확대 반대 국민청원을 결의한 것이 그 증거”라고 덧붙였다.
일선 전공의들도 동일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파업 촉발의 결정적 원인을 묻는 질문에 김 대변인은 “파업 논의가 나온 초기부터 현장에서 보내는 응원의 목소리가 높았다. 전공의들도 ‘참을 만큼 참았다’는 분위기였다. 집행부에서도 이를 파악하고 파업을 결정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정책들뿐만 아니라 그동안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과 관련된 분야에서도 복지부 의지를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김 대변인은 “시행 중인 전공의법에 따르면 5년마다 한 번씩 기본계획을 세우도록 돼 있지만 실현된 적이 없다. 정부가 관심이 없다는 것”이라며 “수련환경 개선 계획을 세우지도 않고 숫자만 늘리면 교육과정이 더 부실해질 것이 뻔하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수련환경이 전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이는 대전협에서 정말 세부적인 부분까지 일일이 지적해왔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며 “현재 우리나라 전공의 수련 환경은 아슬아슬하게 기준에 맞는 전문의를 만들어내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추진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겠다’라는 것은 대화가 아니다. 추후 파업의 행방은 복지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파업이 진정되더라도 정부의 태도가 바뀐다면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