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 국내 유명 대학병원을 이끌고 있는 두 병원장이 최근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원격의료
’를 놓고 상반된 주장을 펼쳐 관심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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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SKY'로 불리는 서울대학교와 고려대학교 병원장들의 엇갈린 주장이라는 점이 이목을 끈다. 그 만큼 의료계 내부적으로도 ‘원격의료’에 대한 시각 차가 존재한다는 의미다.
이들 병원장은 공개석상의 대면 상태가 아닌 웹세미나와 칼럼 등 비대면 상태에서 평소 원격의료에 대해 갖고 있던 각자의 견해를 전했다.
“규제에 발목 잡힌 상황, 안타깝다”
서울대병원 김연수 병원장은 최근 ‘코로나 사태 이후 세상이 어떻게 바뀔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유뷰트 웹세미나에서 이 같이 밝혔다.
김 병원장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맞으며 시도한 작지만 큰 변화에 주목했다. 감염 우려로 병원 방문이 부담스러운 환자를 위해 정부가 한시적으로 허용한 ‘전화진료’였다.
김연수 병원장은 “그동안 10만건 이상의 전화상담이 있었다”며 “이는 전국 3072개 의료기관이 참여한 이른 바 원격의료”라고 말했다.
이어 “환자들은 본인이 희망할 경우 전화를 통해 문진을 받고 기존에 검사한 결과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며 “병원은 환자 거주지 인근 약국으로 처방전을 발송했다”고 덧붙였다.
경증 및 무증상 코로나19 감염환자들이 머물렀던 생활치료센터에서도 원격의료가 시행됐고, 고무적인 성과를 이뤄냈다고 평했다.
그는 “생활치료센터에서는 화상전화와 앱을 통해 상담과 진료를 했다”며 “이를 통해 의료시스템 붕괴가 일어나지 않고 환자는 큰 어려움 없이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앞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규제에 발목을 잡혀 원격의료를 시행하지 못하고 있는 국내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전했다.
김연수 병원장은 “미국, 일본은 물론 중국, 동남아까지 원격의료를 시행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아마존, 구글 등도 신성장 동력으로 확대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의료 수준과 정보통신기술은 이미 최고 수준에 도달해 있음에도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명시적으로 규제에 묶여 있다”고 덧붙였다.
한류로 일컬어지는 문화계가 그랬듯 모처럼 우리의 역량을 크게 떨칠 수 있는 분야임에도 불필요한 우려로 답보 상태에 놓인 현실을 개탄했다.
그는 “이번 경험을 발판 삼아 온라인으로 대면하는 의료를 도입해 볼 시기”라며 “안전하게 ICT 의료시스템을 정비하고 보험수가와 진료과목도 심의 속도를 내야한다”고 피력했다.
특히 상급종합병원이 원격의료를 위한 플랫폼을 만들고, 이를 전국 의료기관이 함께 사용하는 구조를 제안했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개원가에서 상급종합병원의 원격의료 시행에 극도로 민감해 하는 점을 모를리 없지만 과감하게 상급종합병원 주도의 원격의료를 언급했다.
김 병원장은 “1·2차 의료기관이 상급종합병원의 중증, 희귀난치질환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다”며 “효율적 의료자원 배분은 결국 국민들에게 이익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 상황에서 불필요한 제도”
반면 고려대학교안암병원 박종훈 병원장은 ‘원격의료’ 불가론을 제기했다.
박종훈 병원장은 최근 한 언론 칼럼을 통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제기되고 있는 원격의료 도입 주장은 신기루에 불과하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국내에서 도서벽지, 군, 교도소 등 의료 접근성이 제한된 장소에서의 원격의료 필요성에 대해서는 동의하면서도 전면적인 확대는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종훈 병원장은 ▲의료 접근성 ▲진료비 부담 ▲의약품 배송 등 3가지 관점에서 원격의료의 불필요성을 주장했다.
먼저 호주나 캐나다 등과 같이 거리상 의료기관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이라면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의료기관 접근성이 좋아 거리 제약에 따른 도입 필요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그는 “국내는 대부분의 병의원이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있다보니 지역적 제한 대문에 원격으로를 전면 시행해야 한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진료비 효율성도 짚었다. 원격의료가 대면진료 대비 진료비 경쟁력이 상당하다면 고려해볼 만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는 주장이다.
박 병원장은 “1회 진료에 100달러 훌쩍 넘는 진료비가 청구되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수 천원이면 대면진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큰 이점을 가질 수 없다”고 피력했다.
원격의료의 완성이라고 할 수 있는 의약품 배송 문제도 지적했다. 원격의료를 희망하는 환자 대부분이 집에서 처방약 받기를 원하지만 약사들의 반대로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다.
특히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진행된 전화진료 역시 처방전을 환작 원하는 지역의 약국으로 전송해줬지만 결국 환자들은 약을 타기 위해 약국을 방문해야 했다.
박종훈 병원장은 “정확한 이해 없이 신기루를 보듯 원격의료가 모든 것을 해결하는 요술 방망이처럼 생각하다 보니 작금의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라고 일침했다.
이어 “원격의료가 오롯이 대면진료를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적용될 수도 있는 만큼 아주 드문 상황을 위해 올바른 의료 근간이 훼손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