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겪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코로나19가 다시 덮치면서 감염병은 국민적인 화두로 떠올랐다.
확진자와 접촉자 관리 및 치료부터 시작해 감염환자 전달체계 구성, 방역물품 조달 및 분배 등 의료 전반에 걸친 현안들이 튀어나오며 혼란이 빚어지는 가운데 그 어느 때보다 의료인들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감염병 사태에서 의료인의 역할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경선에 ‘젊은 의사‘가 등장했다.
"이번 의료활동서 접한 국민들 높은 시민의식 인상적"
의사 출신으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활동한 윤일규 의원실의 김현지 前 비서관[사진]이다.
김 전 비서관은 8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 의결로 경선후보로 결정됐다. 9일에는 ‘청년우선전략선거구’로 지정된 서울 동대문을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향후 장경태 민주당 전국청년위원장과 경선을 하게 된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내과 출신 비서관’으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던 그의 경선 소식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는 “비서관일을 하면서 정책을 만드는 일, 정치를 해야겠다고 다짐했었는데, ‘언젠가’란 막연한 단서가 달려있었다”며 “그게 이번 경선이 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고 운을 뗐다.
지난 8일 만난 그는 잠실에 있는 이동식 선별진료소(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 오후조 교대근무에 나가기 위해 준비 중이었다. 6일 공직후보자 추천 신청을 막 마친 직후 주말부터 시작한 의료지원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김 전 비서관은 잠실 이동식 선별진료소와 은평성모병원에 의료지원을 나가고 있다. 다음 주부터는 동대문구 보건소에서 의료지원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의사 10년차 정치 0년차, 의료현장 필요 정책 입안 목표”
선별진료소 의료지원에 나선 것은 일선에서 환자들과 의료인이 느끼는 어려움이 무엇인지 직접 겪어보기 위해서다.
“놀면 뭐하나, 내가 쓸모 있는 곳에서 조금이라도 더 보탬이 되고 배워야지”라며 지원한 의료지원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잠실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는 현재 오전조와 오후조로 각 5시간씩 교대제로 운영되고 있다.
의료지원을 하는 의료진은 ‘우주복’처럼 생긴 레벨D 보호구를 착용해야 한다. 한 번 입으면 5시간동안 식사는 물론 화장실도 갈 수 없다. 통풍이 되지 않는 보호구는 착용하면 5분이 되지 않아 비오듯 땀이 흐른다.
잠실 드라이브스루 진료소는 하루 70~100명의 환자가 찾는다. 지원을 나온 전문의들은 검사나 문진을 한다. 하루 일당은 전문의가 55만원, 공보의가 12만원, 간호사가 25~30만원 선이다.
김 전 비서관은 지원의사 3명 중 문진을 맡았다. 환자가 오면 지병과 증상, 접촉력과 방문력을 묻고 문진표를 작성한다. 그리고 검사 시행 여부를 결정한다. 어제 그는 만성폐질환을 앓고 있는 70대 남성 환자에게 검사를 받도록 했다.
김 전 비서관은 세 번의 감염병 사태를 겪었다. 중국에서 고등학교 재학 당시 ‘사스(SARS)’를 겪었고, 메르스 사태 당시에는 국내 마지막 투병자인 '메르스 80번 환자'의 담당의였다.
김 전 비서관은 “이번 의료지원에 나오면서 느낀 것은 우리 국민들의 시민의식이 참 높다는 것”이라며 “환자분들은 불안감을 호소하면서도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고 순차적으로 검사에 임해주는 모습이 인상 깊었고, 의료진들도 솔선수범해서 진료지원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도, 의료진도 차분하게 상황에 임하는 등 ‘패닉’ 상황이 일어나지 않고 감염병 확산사태에 잘 대처하고 있다며 성숙해진 시민의식이 인상깊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감염병 사태 경험 토대로 효율적 의료자원 분배 방안 등 냉철하게 고민”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현 방역당국의 의료자원 지원체계에는 “문제가 많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검사비는 12~18만원 정도인데 이 같은 금액이 사회적 소외계층이나 중증환자들에게는 부담이 되기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면역력이 약한 기저질환자나 고령자에 대한 의료진 지원이 많이 필요한데, 현 방역당국은 각 환자의 음성과 양성 여부를 가리는데 지나치게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의료자원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는데, 지금은 가동할 수 있는 자원이란 자원을 모두 투입해 정작 이렇게 필요한 사람들에게 쓰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김 비서관의 또 다른 관심사 중 하나는 바로 적재적소에 의료가 어떻게 이뤄지는 것이 효율적이고 국민건강을 위해서 바람직한가다.
림프종으로 치료를 받던 중 메르스에 감염됐다가 적기에 항암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한 80번 환자의 담당의였던 경험에서 관심을 갖게 됐다. 감염병 확산과 같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가장 적절하고 가장 최선의 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김 전 비서관은 “이번 사태에서도 입원 중 기저질환으로 사망한 분들이 계신다”며 “바이러스 질환은 고위험군 환자에게 더 많은 의료인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메르스 마지막 환자 담당의→대한전공의협의회 임원→국회의원 비서관→서울시의사회 임원→봉직의
김 전 비서관은 ‘젊은 얼굴’이지만 다양한 이력을 갖고 있다.
서울대병원에서 전공의로 근무하면서 대한전공의협의회 평가ㆍ수련이사와 부회장으로 활동했다 대전협을 나온 뒤엔 윤일규 더불어민주당의원실에서 비서관으로 일했다.
윤 의원 밑에선 사법입원을 골자로 한 ‘임세원법’ 발의 과정에 함께 했다.
이후 중증정신질환자에 대한 입원 여부를 신속하게 결정하는 응급대응 시스템 구축과 함께 경증 환자의 조속한 사회복귀를 위한 회복기 병상 도입을 골자로 하는 ‘임세원법 2’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에도 참여했다.
국회서 종횡무진하던 중 그는 1년 6개월 만에 비서관을 떠나 지난해 12월 한일병원 중환자실 봉직의로 자리를 옮기고 서울시의사회 정책이사를 겸했다.
혹 경선을 염두에 둔 결정이었냐는 질문에 그는 “그런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당시만 해도 총선에는 뜻이 없었고 현장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생각을 정리하고 싶었다. 그래서 의료계에서 뜨거운 감자였던 입원전담전문의로 일을 시작했다.
24시간 돌아가는 중환자실에서 정신없이 일하던 도중, 당으로부터 이번 제안을 받았다는 것이 그의 이야기다.
김 전 비서관은 “당에서 총선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처음에는 많은 고민을 했다”며 “본격적으로 정치에 뛰어들게 되는 것에 부담을 느끼던 중 주변에서 만류도 하고 격려도 하더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그러다가 ‘언젠가 도전할 정치, 지금 하자’고 결정했고 이 과정에서 윤일규 의원님이 많은 조언을 해주셨다”고 덧붙였다.
이제 막 정치에 첫발을 내 딛은 그의 미래 목표는 의사 출신 '보건복지부 장관'이다. 국회의원에 당선이 된다면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활동하겠다’는 뜻도 피력했다.
그는 “장기적으로는 문재인케어의 전국적인 안착을 위해 힘쓰고 싶다. 의료계의 제일 큰 문제는 의료전달체계 개선인데, 병원과 병원, 그리고 환자와 환자 간 중재자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제한된 의료자원을 가장 효율적이게 분배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