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민식 기자] 코로나19가 수많은 희생자들을 낳는 와중에 다른 한 편에서는 어떻게든 또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고 있다.
코로나19로 지난 70여 일간 169명(4월2일 0시 기준)이 유명을 달리했다. 특히 대규모 확진자가 나온 대구·경북에서만 도합 158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그동안 해당 지역의 시민들은 되도록 집을 나서지 않았다. 혹시 외출할 일이 있더라도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였고 좀처럼 웃을 일은 많지 않았다. 휴대폰은 이웃 누군가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으로 고장난 알람처럼 수시로 울려댔다.
하지만 이러한 와중에도 대구 소재 한 병원에서는 희망을 알리는 아기의 우렁찬 울음 소리가 울려퍼졌다. 지난 2월25일 코로나19 산모전담 의료기관으로 지정된 대구파티마병원 이야기다.
3월30일 기준으로 대구파티마병원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 1명, 코로나19 의심환자 8명 등 총 9명의 산모가 무사히 출산을 마쳤다.
대구파티마병원 산부인과 박학열 과장은 산모와 아기들 상태에 대해 “다 건강하고 괜찮다”며 “분만한 아기들도 모두 건강하고 코로나가 의심됐던 산모 8명도 추후 검사 결과가 음성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9명의 산모 중 급히 분만해야 했던 2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7명은 모두 제왕절개 수술을 했다. 의료진과 신생아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다.
박 과장은 “진통이 시작되고 호흡이 가빠지면 분비물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제왕절개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술은 의료진이 보호장구를 착용한 채 이뤄진다. 수술 준비부터 수술과 회복까지 약 4시간, 그리고 수술 후 장비와 분만장 소독 등에 2시간 정도가 소요돼 의료진은 총 6~7시간 동안 보호장구를 착용해야 한다.
박 과장은 어려운 부분이 있느냐는 질문에 “보호장구 착용, 분만장 소독 등이 필요해 평소보다 힘들기는 하다”면서도 대수로운 것은 아니라는 듯 웃었다.
"헌신적 진료로 확진·의심 산모 9명 정상 출산"
"코로나19 확진 엄마 순산했지만 출산 아기와 한달 간 생이별"
"코로나19 때문에 어려움 겪는 산모들을 도울 수 있어 보람 느껴"
앞서 중국에서도 코로나19에 감염된 산모들이 출산을 했지만 아직 아기에게 수직 감염된 사례는 보고된 바 없다. 다행스럽게 파티마병원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2월24일 대구 서구보건소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산모는 지난달 6일 대구파티마병원에서 출산을 했다. 국내에서 코로나 확진자의 첫 출산이었다. 아기는 출생 직후 이뤄진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아기는 코로나 감염 우려 때문에 엄마 품에 안겨보지 못한 채 곧장 신생아실에 격리돼 관리를 받았다. 엄마와 아기는 퇴원도 함께 할 수 없었고 나머지 가족들도 퇴원 전까지는 아기를 직접 만나 볼 수 없었다.
박학열 과장은 “엄마는 출산 후 얼마 지나지 않아 3월11일~12일쯤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했지만 이후 한 달간은 아기를 만나지 않기로 했다”며 “지금은 친정 어머니가 아기를 돌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모유 수유 역시 초유 검사에서 바이러스가 나오지 않았고 모유를 통한 감염 가능성은 명확히 밝혀진 바 없지만 혹시나 하는 우려로 역시 한 달 동안은 하지 않기로 했다.
엄마와 아기에게는 영겁과도 같았을 한 달이 지나고 이제는 만남의 순간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그 사이에 어느 병원에서는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들이 코로나19로 목숨을 잃기도 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건강한 모습으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의심 증상이 있는 산모는 병원들이 받지 않으려는 경우들도 있는데 그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산모들을 도울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
그 동안 박학열 과장은 코로나19조차도 훼방 놓을 수 없는 소중한 새 생명 탄생의 순간을 지키며 또 다른 방식으로 코로나와 싸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