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정승원 기자] 최근 중소병원들은 그야말로 벼랑 끝에 서 있다. 요양병원에 이어 스프링클러 설치의무화가 추진 중이고, MRI 급여화 정책에 고질적인 인력 확보의 문제도 있다. 그러나 지난 5월 취임한 대한중소병원협회 정영호 회장은 이러한 중소병원 규제 정책에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특히 무엇보다 정부와의 스킨십 강화로 중소병원장들의 목소리가 정부에 제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힘쓰는 모습이다. 정 회장은 중소병원 정책에 적극 대응하면서 회원 병원들의 권익을 지킬 수 있도록 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편집자주]
답 없던 스프링클러 의무화, 재정지원 ‘기대’
밀양 세종병원 화재 사건으로 촉발된 의료기관의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 정책은 중소병원에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는 동안 정상적인 진료가 불가하게 되며, 기존의 중환자실, 음압격리실 등은 스프링클러 설치 공사 중 다른 장소에 대체 설치가 불가능한 문제들이 있는 것이다.
답이 보이지 않았던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 정책에 다행스럽게 한 줄기 빛이 보였다. 정부가 재정 지원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중소병원협회 정영호 회장은 “현재 중소병원들이 직면한 문제 중 가장 큰 현안은 다름 아닌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다. 다행스럽게도 보건복지부에서 지원책에 대해 논의하자고 한다”며 “8월 초에는 지원책에 대한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복지부가 재정 지원책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해서 문제가 다 해결된 것은 아니다. 재정 파이는 정해져 있기 때문에 재정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 측의 입장도 중요한 상황이다.
정 회장은 “지금으로서는 지원의 규모와 범위를 보고 대응을 해야 할 것 같다”며 “재정적인 지원이라면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설비비를 직접 지원해주는 방법이나 설비비를 장기 저리로 지원해주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재부에서 재정을 많이 주려고 하지 않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병원 경영 부담 정책들 가득, 돌파구 모색 총력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 정책뿐만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을 포함한 각종 정책이 중소병원에 부담을 주고 있다.
대한병원협회가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일단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는 있지만, MRI 급여화를 포함해 병원들에는 분명히 부담이 된다는 지적이다.
정 회장은 “중소병원들의 수익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어 비급여 진료를 많이 하는 전문병원이 아니고서는 운영이 어렵다”며 “그런데 비급여 전면 급여화를 추진하면서 이제는 비급여 진료로 운영을 해오던 전문병원들도 어려워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중병협은 MRI 급여화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을 하는 모습이다. 대한의사협회가 MRI 급여화 정책의 논의창구를 의협으로 단일화해달라고 강력 주장했지만, MRI 급여화로 직격탄을 맞을 수 있는 중소병원들이 물러나지 않으며 결국 의협-병협-복지부-전문학회의 협의체 구성을 이뤄낸 것이다.
"간협에 협조 요청 등 고질적 인력난 해법 고심-상급종병과 협의 전문의 공동 채용 검토"
중소병원들의 고질적인 인력난 문제에 대해서도 중병협은 해법을 찾기 위해 고심 중이다.
정영호 회장은 “간호인력은 더는 미룰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간협에도 협조 요청을 했는데 협조가 될지 모르겠다”며 “의사인력의 경우는 전문의 공동채용의 건을 이사회에서 통과시켰다”고 말했다.
중병협이 이사회에서 의결한 ‘전문의 공동 채용 건’은 상급종합병원 출신의 펠로우나 퇴직 교수를 중소병원이 채용할 수 있도록 연결시켜주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다.
정 회장은 “아직은 아이디어 차원으로 상급종합병원, 대학병원의 협조가 필요하다”며 “대학병원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고 중소병원의 어려움을 고려하면서 협조를 해나가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펠로우나 퇴직 교수를 중소병원 쪽에 연계시켜주는 것이 전문의 공동 채용의 내용”이라며 “공동 채용이라기 보다는 서로 도와주며 채용의 선순환으로 가고자 하는 것이 맞다. 또한, 쏠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지 병원 종별 간 알력다툼으로 비춰지지 않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중병협은 이런 중소병원 정책들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최근 정책 오픈포럼을 개최했다. 정부 관계자와 중소병원장들이 한 자리에 모여 중소병원 이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정영호 회장은 정책포럼의 정례화를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정부에는 현장 목소리를 전하고, 중소병원에는 정책의 이해도를 높이는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복안이다.
정 회장은 “중소병원장들이 경영을 하다보면 정부와 의견 교환을 할 시간이 없다. 그러면 정보도 제한되고 불필요한 반감도 갖게 된다”며 “중소병원에는 정부에 대한 적개심이나 반발을 줄이고 정부에는 현장 목소리를 들려주는 정책포럼을 정례화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 회장은 “하루 아침에 중소병원의 수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저 진심으로 열심히 최선을 다 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