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데일리메디 임수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확산이 연일 이어지는 가운데 확진자와 그 가족, 격리자의 정신건강 지원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센터와 관련 기관 전문가들로 신종 코로나 통합심리지원단을 구성해 아산과 진천에 격리 중인 중국 우한 교민들의 심리지원을 진행 중이다. 교민들의 심리지원을 위해 지난1월30일부터 2월2일까지 나흘간 아산 격리시설에 입소했던 심민영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사업부장[사진]에게 교민들 상태와 심리지원 방식, 확진자의 퇴원 후 정신건강 관리 등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Q. 코로나19 확진자 및 자가격리 대상자, 교민 등 심리 지원을 위해 어떤 역할을 수행 중인가
국가트라우마센터가 총괄을 맡아 4개 국립정신건강의료기관, 전국 정신건강복지센터와 함께 신종코로나 통합심리지원단을 구성해 아산과 진천, 이천 입소 시설에서 교민을 대상으로 심리지원을 진행 중이다. 통합심리지원단은 우한 교민과 함께 입소해 모든 교민이 퇴소할 때까지 심리지원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또한 센터는 교민뿐만 아니라 퇴원 후 확진자들의 심리지원 활동을 위한 가이드라인과 리플렛 등을 제작해 최근 전국에 배포했다. 확진자와 그 가족은 국가트라우마센터와 국립병원에서, 자가격리자는 전화로 격리 기간 동안 심리적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입원 중인 환자를 대상으로도 정신상담 등 지원 계획을 준비 중이지만 아직 시작하지 못했다. 개인정보 문제 때문에 일괄적으로 확진자들에 대한 정보를 받아보지 못해 격리해제되면 해당 병원 정신과와 협진을 통해 관리하게 된다. 물론 퇴원 후에는 자유롭게 여러 기관에서 심리 지원이 가능하다.
Q. 우한 교민들에게는 어떤 방식으로 심리 지원이 이뤄지는가
격리자와의 상담은 전화 상담이 원칙이지만 피치 못할 경우 상담사가 보호구 착용 후 대면상담도 진행 중이다. 센터 측에서도 대규모로 단체 격리된 교민들을 상대로 심리 지원을 진행하는 경우가 처음이라 교육과 심리안정물품 지원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입소 시설에서는 상담뿐 아니라 하루에 두 번 정신건강 관련 교육을 방송을 통해 진행하고 있다. 처음에는 센터 안의 컨텐츠를 이용했는데 요즘은 대한신경정신의학회나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등 각종 트라우마 전문가들이 음성본을 녹음해 보내줘 방송으로 송출하며 교민들에게 다양한 컨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컬러링북이나 마사지볼 등 심리안정을 위한 용품들을 지급하고, 마사지볼을 활용한 명상 등에 관한 교육 방송을 진행했다. 많은 교민들이 방송을 듣고 따라했다고 들었다. 상담은 12일 기준으로 172명에 대해 289건이 이뤄졌는데 한두차례로 종결되는 건수가 많았다. 의료진이 교민 입소와 동시에 스트레스 평가를 진행해 평가 수준을 보고 스트레스 수준이 일정 이상인 교민에게 먼저 상담을 요청했다. 그로 인해 격리 초기에 하루 평균 20여 건이던 상담이 현재는 평균적으로 10건 이내로 줄었다.
"교민 172명에 대해 289건 상담 진행, 초기 하루 20건에서 근래 10건으로 감소"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트라우마 전문가들과 협업 진행”
"메르스처럼 감염병 지나가면 잊어"
Q. 교민들 상태는 어떠한지. 3차 입국 교민들에게도 상담지원을 진행하는가
대부분의 교민들은 의료진이 염려했던 것과 달리 안정적이고 상담에도 협조적이었다. 안전히 한국에 입국했다는 사실에 큰 안도감을 느끼고 있다. 교민들의 상담 내용은 밖에 두고온 가족이나 친지 등에 대한 걱정과 확진자 발생 소식에 대한 불안함, 격리 후 사회생활로 돌아갔을 때 사람들의 시선 등에 대한 것이었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격리자분들은 상담 등을 통해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심리지원단은 교민들의 격리 생활이 마무리 단계인 만큼 격리 생활을 잘 마무리짓고 사회에서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천 격리시설에 입소한 3차 교민에게도 그 전과 같이 정신과의사 1명과 정신건강전문요원 2명이 심리지원단을 이뤄 파견됐다. 정신과전문의인 군의관이 2주 동안 격리시설에 교민들과 함께 상주하며 상담을 이어갈 예정이다.
Q. 코로나19 같은 대규모 감염증에 대비한 국내 정신건강 인프라 상태 및 앞으로 국가 지원 방향은
정신건강 관련 가이드라인과 지침 등 인프라 구축이 중요하다. 메르스를 겪으며 정신건강기술개발사업단에서 보건복지부 연구사업을 통해 개발된 여러 지침 중 감염병과 관련된 대국민 리플렛 등을 활용해 이번 코로나 건은 빠른 시간 내 홈페이지 게재 등이 가능했지만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 ‘재난’이란 속성 자체가 준비해도 예상 밖의 상황이 늘 벌어지기 때문에 대처할 수 있는 인프라가 중요하다. 기존의 전문가나 민간, 공공병원 등 자원이 있어야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다. 전염병 공공병원이 메르스 때 얘기 나왔다가 사라진 것처럼 재난이 벌어졌을 땐 모든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돼 뭔가 이뤄질 것 같지만 재난이 끝나면 사람들은 너무 쉽게 잊어버린다. 이제는 전염병도 사람들의 생활패턴 상 주기적으로 일어난다고 봐야 하는데 재난에 대비해 의료, 특히 심리지원 부분에 투자해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전염병 자체에 대한 치료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은 전염병에 큰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고 그로 인한 사회적 여파가 크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지 등에 대한 방법 등을 모색해야 한다.
임수민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