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성은 기자]
운동관리 스타트업 핏케어의 공동창업자인 김운연씨는 연세의대 본과 2학년 학생이다. 휴학 중인 그의 스케줄은 하루도 비어있는 날이 없다. 연말행사로 그는 친구들과 편안한 시간을 보내는 대신 디지털 처방제 사업에 대한 조언을 얻기 위해 중국에 다녀왔다. 전형적인 대치동 키즈로 자랐다는 그가 창업을 하기까지 쉬운 일은 없었다. 의과대학에서는 휴학을 하는 데 부모 동의서를 요구했고, 집안에는 각서를 쓰고 PPT 발표를 한 후에야 첫 휴학을 허락받을 수 있었다. 김운연 학생에 따르면 의대생 창업은 ‘딴짓’이라고 말하기에는 훨씬 무겁고 진지한 것이다. 그저 꿈을 포기하지 않고 진지하게 나아갈 뿐이라는 김운연 핏케어 공동대표에게 의대생 창업가로서의 꿈과 목표, 그리고 창업의 고된 이면 등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주]
운동 자동기록 및 관리 기증을 제공하는 핏케어의 공동대표 김운연씨는 연세대학교 본과 2학이다. 김운연 의대생은 현재 휴학 중이지만 그의 스케줄은 최근 몇 년간 하루도 비어있는 날이 없었다.
인터뷰를 진행한 12월, 그는 소프트웨어를 약제처럼 처방하는 디지털치료제 사업에 대해 지평을 넓히기 위해 중국에서 막 돌아온 길이었다.
김운연 대표는 “일본 오사카대, 중국 북경대 등 한국, 중국, 일본 의대생들이 창업에 대한 교류를 할 수 있는 캠퍼스 아시아에 참여하고 왔다. 이번 출장으로 디지털 치료제와 관련된 중국 제약회사 지사장과 교수를 만나 사업 관련 컨택 포인트를 만들고 왔다”고 말했다.
디지털 치료제, 즉 소프트웨어 메디슨은 전세계적으로 시장 진입 첫 단계에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놈의 당뇨병 치료제, 독일 카이아헬스의 근골격계 지도 가이드라인 등이 FDA 등의 승인을 받은 바 있으며, 국내에서는 관련법이 전혀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디지털 치료제로 거듭나길 준비하고 있는 핏케어는 크게 3가지 기능을 제공한다.
첫 번째 기능은 헬스장에서 운동을 할 시 디바이스와 어플리케션이 연동돼 자동으로 기록하는 것이다.
김운연 대표는 “식단 관리 어플이 인기가 있는 것처럼 운동 관리 어플에 대한 수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피트니스 산업 중요성이 충분히 부각되지 않아 수기로 운동내역을 입력하는 앱도 해외에만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운동을 통한 변화는 겉으로는 천천히 드러나지만 속에서의 변화는 굉장히 빠르다. RPG게임에서 레벨업을 하듯 발전하는 모습을 보며 성취를 느끼면 운동을 지속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기능으로는 개개인의 운동 목적에 맞춰 맞춤형 운동법을 제공하는 것이 있다.
운동을 지속할 수 있게 돕는 또다른 기능으로 커뮤니티 기능이 있다.
게임에서 레벨을 매기고 경쟁하듯이 몸무게, 근력량, 운동 수행 능력 등에 따라 앱 내에서 등급을 부여해 승격하고 싶게끔 만든다는 것이 김운연 대표의 설명이다.
"창업, 딴짓 아닌 본업 각오로 매진"
"금년 상반기 핏케어 어플리케이션 및 운동 자동기록 디바이스 2020년 상반기 출시"
핏케어 어플리케이션은 2020년 상반기에 출시될 예정이다. 운동 자동기록 디바이스 또한 개발을 완료하고 금년에 출시되며, 디지털 치료제로 승인받기 위한 임상연구도 2020년 시작될 계획이다.
의대생 창업은 다른 학과 학생들과 달리 진지하게 여겨지지 않고 ‘딴짓’으로 취급받는 경우가 많다.
진로가 보장된 만큼 의사를 마다하는 의대생들이 거의 없을 뿐더러 학내 의학교육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벅차기 때문이다.
소위 대치동 키즈로 자라며 자신만의 꿈이 아닌 부모님이 정해준 진로를 따르는 의대생이 많다는 이유도 있다.
김운연 대표는 자신 또한 전형적인 대치동 키즈였다고 말한다.
그는 “초등학교 3학년때부터 줄곧 학원을 다니고 주입식 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수학, 과학 공부를 재밌게 하면서도 진로 방향은 내가 정한 것이 아니었다. 사실 어릴 때부터 운동을 좋아해 축구선수가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축구선수가 되고 싶은 꿈을 부모님 반대로 포기한 이후로 줄곧 꿈이 없었다. 고등학교 생활기록부에서 꿈에 관한 항목을 비워둔 학생은 나밖에 없었다”고 아쉬웠던 과거를 회상했다.
운동에 대한 그의 애정은 의대 입학 후 되살아났고 핏케어 창업까지 이어졌다.
김운연 대표는 “의대 입학 후 20살부터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작했고 축구동아리 2개에 가입했다. 처음엔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의사를 생각했지만 점차 운동에 더 가까운 일을 생각하게 됐다. 의사가 관리하는, 질병까지 관리할 수 있는 헬스장을 생각하게 됐고 현재 핏케어 공동대표인 김요섭 연세의대 의전원생을 만나 창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핏케어 창업과 관련해 가장 어려웠던 때는 투자를 받을 때가 아닌 본격적인 사업 시작 전에 교수님과 부모님의 허락을 맡을 때였다.
김운연 대표에 따르면 대부분 의대에서 의대생이 휴학하기 위해서는 교수와 부모 동의서가 필요하며 학생 개인 의지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김 대표는 “10년만에 찾은 꿈을 실현하는 데 있어 가장 어려운 것은 부모님 사인을 받는 것이었다. 의대 졸업을 꼭 하겠다는 각서를 썼고 가정 내에서 가족들을 대상으로 PPT발표를 했다. 이후 졸업까지 허용된 최대 휴학 기간을 쪼개 핏케어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수들의 시선도 마냥 곱지만은 않았다.
김운연 대표는 “의대생들이 정책, 미디어, 헬스케어 산업 등에 관심을 가지는 것을 지지하는 교수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교수들도 적잖았다. 보수적인 교수님들은 ‘딴짓하지 말고 의료인으로서의 소양부터 지켜라’는 입장이었다. 세브란스라는 타이틀을 가진 의대생이 실수를 했을 때 학교 이미지에 해(害)가 되는 것 또한 염려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친구들 또한 사업 초기에는 우려섞인 눈빛을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사업이 진전을 보일수록 점차 재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김 대표는 “학업에 집중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친구들이 의심가득한 시선을 보냈었다. 사업에 진전을 보인 이제는 5만원이라도 투자할 수 있냐라는 농담을 하며 응원을 보내주고 있다”고 전했다.
공공재 성격을 지닌 것이 의료분야이기에 다른 학과 학생들과는 달리 의대생은 의대교육에만 집중하길 바라는 시선이 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김운연 대표는 “창업하는 학생이 공부를 제대로 소화한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 학생에게 물을 것이 아니라 학생의 학업수행능력을 평가하는 국가고시 등의 시스템을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대생 창업에 대한 가벼운 시선에 대해 그는 “딴짓이라는 말 자체가 원래 해야될 것은 공부고 여분의 시간을 내서 다른 일을 한다는 뜻”이라며 “의대생의 폭넓은 활동에 대해 열린 시선을 보내야 의료 발전도 가속화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계 종사자들이 의료계 소식 외에도 더욱 폭넓은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김운연 대표는 “임상의사가 필요하지만 의대생이 활약할 수 있는 다른 분야도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헬스케어 산업을 이끄는 사람 중 의사출신인 자들은 별로 없다. 의사가 여기에 참여한다면 산업 발전에 속도가 붙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