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요
. 어디서부터 잘못됐고
, 또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막막했죠
.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철렁합니다
.”
아들의 폭탄 선언은 고등학교 1학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등학교부터 중학교까지 상위권을 유지하며 속 한 번 썪이지 않았던 자식이기에 충격파는 더했다.
“저 자퇴할래요.” 학교생활에 무기력을 호소하며 아들이 내뱉은 한 마디는 온 집안을 뒤흔들었다. 남의 얘기인 줄만 알았던 자식의 학업 중도포기 선언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무난히 학교생활을 마치고 가업(家業)을 이어주길 바랬던 아빠의 기대감을 한 순간에 날려 버렸다.
서울 유수의 의과대학을 나와 강남
, 그것도 청담동에서 성형외과를 운영하고 있는 디올
(TheAll) 장지연 원장은 잔뜩 상기된 표정으로 말문을 이어갔다
.
“남부럽지 않은 환경에서 부족함 없이 학업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는데 갑자기 학교를 그만두겠다는 아들의 말은 청천벽력 같았어요.”
긴급 가족회의가 소집됐다. 본인의 의사를 충분히 경청한 후 ‘수용’을 결정했다. 물론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다른 방식을 통해 학업을 이어가겠다는 의지에 믿음을 실어 주기로 했다.
하지만 막막했다. 10년 가까이 정규 교육의 울타리에서만 생활해 온 탓에 새출발지를 어디서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고민을 거듭하고 있던 그 즈음에 지인이 ‘거창국제학교’를 소개했다. 유럽 명문 헝가리 데브레첸 국립 의과대학이 공인한 의학 기초과정을 교육하는 한국 캠퍼스라는 설명을 들었다.
유럽 의과대학의 한국 캠퍼스라니? 생소했고, 선뜻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래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탓에 무작정 아들과 함께 거창으로 향했다.
글로벌 의사 양성과정 주목
거창국제학교 설립자인 함승훈 이사장은 동행한 부모는 아랑곳 하지 않고 아들과 1시간 넘게 대화를 이어갔다. 이 시간은 추후 아들 인생의 결정적 전환점으로 작용했다.
면담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아들은 입학 의사를 전했고, 필기시험과 구술고사를 거쳐 거창국제학교에 입학했다.
아들을 통해 전해들은 거창국제학교의 학업방식은 파격에 가까웠다. 공교육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학습자 중심의 자율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만들어진 ‘대안학교’임을 감안해도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우선 거창국제학교는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전인교육으로 국어, 논술 등도 배우지만 수능 위주의 수업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 수학을 배우되 시험문제를 풀기 위함이 아닌 물리를 하기 위한 기초 차원에서 교육이 이뤄졌다. 수능을 위한 교육이 아닌 만큼 학생들도 편한 마음으로 공부할 수 있는 구조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은 나이에 따라 정해진 학년에 다니는 게 아니라 각자 실력과 성적에 맞는 학년에서 공부한다. 제 나이보다 일찍 입학한 아이도, 방황하다가 뒤늦게 온 아이도 있다.
성적으로 경쟁하지 않고 자신이 정한 목표에 도달하느냐에 따라 점수를 받는 절대평가 방식인 만큼 학생들은 견제 보다는 협심에 익숙하다.
“거창국제학교에 가고 1년 쯤 되던 어느 날 아들로부터 전화가 왔어요. 받자 마자 엉엉 울기 시작하더라구요. 또 가슴이 덜컹 내려 앉았죠.”
한참 후 진정된 아들은 “기다려줘서 고맙습니다. 이제야 비로소 공부의 참맛을 알고 인생의 밑그림을 그리게 됐습니다”라고 연거푸 감사의 말을 전했다.
어머니인 디올(TheAll) 곽현미 대표는 “전화기를 붙잡고 서로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아들 마음을 몰라준 게 너무 미안했고, 낯선 환경에 잘 적응해준 게 고마워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어요.”
부모님을 놀래켰던 그 아들은 지금 헝가리 데브레첸 국립 의과대학교에 재학 중이다. 한국으로 치면 본과 4학년, 졸업반이다. 몇 달 후에는 유럽연합(EU) 의사면허를 취득한다.
더욱이 낙제생이 수두룩한 유럽 의과대학에서 6년 동안 단 한 번의 낙제 없이 교과과정을 마쳤다. 35% 확률인 EU 의사면허 예비시험도 무난히 통과했다.
헝가리 데브레첸 의과대학의 경우 한국 의사면허 국가시험 응시자격이 주어지는 만큼 우리나라에서 아빠의 바람인 가업을 이을 수도 있다.
데브레첸 의과대학 본과
4학년인 장우석 학생은
“거창국제학교에서 의학 기초과정을 마치고 진학한 덕에 의대 본과 과정에 수월하게 적응할 수 있었다
”고 말했다
.
장지연 원장은 조만간 글로벌 의사가 되는 아들에게 한국행을 극구 만류하는 중이지만 장우석 학생은 한국에서의 의업(醫業)을 꿈꾸고 있다.
“한국의료의 현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글로벌 의사로 활동할 것을 권유하고 있지만 본인의 의지가 워낙 강합니다. 사명감만으로는 쉽지 않을텐데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그럼에도 의과대학을 꿈꾸는 후학들에게는 주저없이 거창국제학교를 추천했다.
“우리나라에서 의과대학은 상위 1.4%에 해당하는 학생들만 진학할 수 있어요. 기형적인 상황이지만 현실입니다.. 하지만 거창국제학교는 의과대학 진학의 또 다른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성적이 1.4% 미만임에도 의사라는 직업을 꿈꾸고 있는 학생이 있다면 적극 추천하고 싶습니다. 다만 학생 본인의 의지, 부모의 희생은 글로벌 의사 양성의 필요충분조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