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크, 깨끗이 뜯어내는 게 능사 아니고 정상조직 유지 중요'
고재철 교수(고대안암병원 마취통증의학과)
2019.12.19 05:59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얼마나 깨끗하게 제거하느냐 보다 정상조직을 얼마나 유지시킬 수 있느냐에 주목해야 합니다.”


마취통증의학과 교수가 신경외과나 정형외과에서 주로 시행되는 디스크수술의 패러다임 변화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그동안 임상현장에서 주로 이뤄져 왔던 디스크수술의 맹점을 지적하고 앞으로는 정상조직 보전에 초점을 맞춰야 하다는 주장이다.


디스크 완전 제거는 단기적인 효과는 보장할 수 있을지 몰라도 재발할 경우 다음 선택지는 인공관절 삽입 등의 극단적 방법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고재철 교수는 “제거해야 할 병변이 크지 않다면 가능한 적게 제거하는 게 중요하다”며 “디스크수술에도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디스크를 보다 효율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구멍을 뚫고 디스크에 직접 내시경을 삽입한 뒤 포셉이나 고주파 등으로 디스크를 제거하는 수술법이 대중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디스크를 좀 더 효율적으로 제거할 수 있지만 그만큼 남아나는 디스크가 없어 척추의 안정성을 해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고재철 교수는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미국에서 경막외 내시경 시술을 도입, 시행 중이다.


경막외 내시경 시술은 꼬리뼈나 추간공을 통해 경막 외 공간으로 매우 작은 직경의 내시경을 삽입해 진단과 동시에 시술하는 방식으로, 종상조직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혹시 재발하더라도 정상조직이 남아 있는 만큼 약물치료 등 다양한 치료옵션이 보장된다. 시술 시간도 1시간 내외로 굉장히 짧다.


기존 수술은 최소 2주의 회복기간이 필요하지만 경막외 내시경 시술의 경우 시술부터 회복까지 하루면 충분하다.


고재철 교수는 “병변을 확실하게 제거하기 보다는 손상된 디스크의 필요한 부분만을 치료하는 게 핵심”이라며 “척추의 안정성을 유지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파했다.


지난 2년 동안 50건 이상의 시술을 했고, 3건을 제외한 대부분의 환자들이 50% 이상의 통증 감소를 나타냈다.


하지만 모든 디스크 환자에게 경막외 내시경 시술을 권하는 것은 아니다. 다리에 감각이 없거나 힘이 가해지지 않는 환자는 일단 예외다. 중증인 만큼 기존 수술법이 권장된다.


또 MRI 검사를 통해 내시경이 들어갈 공간이 확보된 경우에만 시술이 가능하다. 초기 디스크의 경우 6개월 정도 약물치료 후에도 호전이 없으면 시술할 수 있다.


충분한 보전치료와 약물치료 후 시술이 이뤄지는 만큼 디스크수술 진행 여부를 고민하는 환자들에게는 최선의 선택지일 수 있다는 게 고재철 교수의 확신이다.


그는 “재발하는 경우에도 수술은 물론 다른 내시경 시술들에 비해 정상조직 손상을 최소화 하는 만큼 여러 방식의 치료를 얼마든지 적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디스크’라는 질환이 워낙 신경외과나 정형외과 영역으로 인식돼 있는 만큼 영역 다툼에 대한 부담은 항상 갖고 있다고 털어놨다.


고재철 교수는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는 통증의 원인을 파악하고 제거하는 역할”이라며 “디스크는 통증을 동반하는 만큼 마취통증의학과적 접근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신경외과나 정형외과의 시선이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영역 논란 보다는 환자를 위한 최선의 치료법에 주목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고재철 교수는 정확한 척추 내시경 시술을 위해 최소 침습과 함께 3D영상가이드 연구에도 힘쓰고 있다.


그는 “환자에게 시술 전에 보다 정확한 계획을 세움으로써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3D영상가이드를 활용하고 있으며, 시술의 정확한 가이드를 할 수 있도록 계속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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