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근빈 기자] 정형외과 의사로 봉직의, 개원의를 거쳐 10여 년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심사위원, 14개월간 진료심사평가위원장 직무대행을 수행한 조석현 위원[사진]의 시집을 냈다.
제목은 '시와 꿈'. 그는 그간 수많은 시를 썼지만 ‘절개술’은 그를 가장 잘 표현하는 시로 판단돼 짤막하게 소개한다.
절개술
짼다 약 1㎝ 너의 가장 아픈 부분을
후빈다 약 2㎝ 너의 가장 나쁜 부분을
연다 내가 너의 가장 후미진 곳을
불문율의 자(1)나 항목 자연에 항거한다.
인류의 역사는 2760원짜리 감염과의 싸움이다.
최근 데일리메디와 만난 조석현 심사위원이 아닌 ‘시와 꿈’이라는 작품을 펴낸 시인으로서 다양한 얘기를 꺼냈다.
먼저 보건의료계에서 바라보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상근심사위원은 다소 ‘냉철하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진료비 심사업무 자체의 무게감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심사과정에서 ‘공감’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업무에만 함몰돼 기준과 원칙만 들여다보는 것이 올바른 것만은 아니라는 인식이 컸기 때문이다.
조 위원은 “심사과정은 로봇처럼 기준만 비교하고 검증하는 작업이 아니다. 실제 진료비를 청구한 의사 생각과 과정을 되새김하고 공감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결국 냉철한 심장을 갖고 치열한 심사에만 집중하는 것은 나 스스로는 물론 진료비를 청구한 의사들에게도 행복한 부분은 아닐 것이다. 직업 자체가 그렇다 보니 감정적 갈증이 생겼던 것은 사실이다”라고 힘들었던 시간을 털어놨다.
변화하는 심사평가 체계, 2사옥 이전 문제, 의료계와의 갈등 등 심평원 내외부적으로 심란한 일들이 많고 고민이 많은 시기이지만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한 템포 쉬어가며 시를 읽어봤으면 좋겠다는 그다.
무영등
안개꽃속에 카네이션 한송이
수술대 위에 노출되는 환부
방언으로 찢어진 이미지를 꿰매는 순간에도
조명을 받는 외과의 감출 수 없는 바빌론의 탑이여,
그림자를 없애버린 빛의 반란
프로메테우스 이후 가장 완벽한 리허설
위에 소개된 무영등이라는 시는 동료 의사들에게 많은 공감을 얻어낸 작품이다. 그는 "의사라는 직업의 애환을 풀어내고 이해를 얻어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조 위원은 “의사들은 시를 비롯해 인문학에 대한 공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정서적으로 메말라 있는 의대생들이 인문학을 통해 조금이나마 정화된 맑은 마음을 갖길 바란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