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김민수 기자]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국내 의료계에도 미묘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정신과 등 대다수 의료진이 이번 개정안에 찬성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는 가운데 일부 소수 의료진이 게임 중독을 질병코드까지 포함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6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번 WHO 개정안을 놓고 보건복지부와 의료계가 찬성표를, 문화체육관광부와 게임 산업계가 반대표를 던지며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다만 일부 소수 의료진들의 경우 게임중독이 사회적 문제이긴 하지만 질병으로 분류해 관리하는 것은 ‘개인의 정신적 자유’를 너무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반대 의견을 피력, 의료계 내부적으로도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A대학병원 교수는 “워낙 많은 의료진들이 찬성하고 있어 소수의 반대 의견이 묻히고 있다”며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이번 WHO 개정안은 상당히 무서운 발상이라고 본다”고 언급했다.
이어 “예를 들어 60~70년대에 비틀즈, 퀸 음악에 심취한 사람들은 모두 중독자인가”라며 “만약 이번 개정안이 받아진다면 향후 골프, 바둑, 악기 등 다른 취미 생활도 과도하게 하면 중독 증상으로 볼 것인지 의료계 전체가 고민해 볼 문제”라고 덧붙였다.
즉, 개인의 정신적 자유 영역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은 엄연한 인권 유린이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게임 중독은 의학적 연구로 다루기는 좋은 주제일 것”이라며 “그러나 과연 게임과 같은 취미를 제한하는 행위가 인권 침해 요지는 없는지 충분히 다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정신과 의료진들은 질병의 일종으로 게임을 바라보는 전(全) 세계적 동향이 결코 잘못된 방식이 아니라고 단언했다.
B대학병원 교수는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어떻게 관리할 것이냐 라는 연구적·학술적 갑론을박은 있을 수 있어도 질병 분류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찬반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아마도 게임 산업계의 강력한 로비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며 “조만간 일부 의학회에서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에 대해 찬성하는 성명서를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C대학병원 교수도 “이번 WHO 개정안은 갑자기 튀어나온 게 아니라 지난 2015년부터 게임과 같은 행동 중독도 엄연한 중독의 일종이라는 장기간 논의 끝에 내려진 결정”이라며 “게임으로 인해 사회생활을 못하고, 금단 현상까지 생기면 그건 당연히 심각한 중독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게임 중독과 관련한 SCI급 논문을 찾아보니 벌써 약 850건이 등재된 상황”이라며 “일각에서 과학적·의학적 근거가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게임 중독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을 중단하고, 정부가 ‘플랜B’를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C대학병원 교수는 “무조건 게임을 부정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향후 중독성을 줄이면서도 게임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방안을 정부와 업계가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술, 담배를 중독으로 보면서 사회적 문제가 돼도 관련 업계가 망한 적은 없다”며 “게임 산업도 이번을 계기로 새롭게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