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문진이 어려운 증상 중 하나가 두통이다. ‘머리가 아프다’, ‘지끈지끈하다’, ‘뒷골이 당긴다’와 같은 환자의 주관적인 표현만을 듣고 진단을 내리기란 쉽지 않다.
환자들도 내과와 신경과, 가정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등 다양한 곳에서 두통 질환을 다루다 보니 어디를 찾아야 할지도 막막하다.
이에 최근 중앙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선미 교수와 한국정신신체의학회(이사장 김의중)가 공동으로 기존 근거의 체계적 검토 및 융합을 통한 두통 진료지침을 개발했다.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의 긴장형두통, 편두통, 군발두통, 약물과용두통의 평가, 진단 및 치료에 대한 근거중심 지침을 제공한다.
중앙대병원 김선미 교수는 “두통 환자가 어느 과를 방문해야 하는지 고민하듯 의사들 또한 고민이 존재한다. 각 과마다 두통에 대한 접근과 검사, 처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예들 들어 신경과의 경우 두통을 동반한 뇌출혈이나 뇌경색을 의심하고 정신건강의학과는 스트레스에 더 비중을 두게 된다.
두통을 특정 질환에 대한 증상의 하나로 인식하고 그 질환 치료에 집중하다 보면 두통 자체를 치료하는데 소홀해질 수 있다는 것도 문제다. 두통이 계속되면 두통 원인이 된 질환과는 별개로 또다시 불면증 등의 증상이 동반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선미 교수는 “여러 종류의 두통에 대한 감별진단과 급성기 치료, 처방에 관한 종합적인 진료지침을 제공하려고 했다”며 “개발 자체는 정신건강의학과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신경과와 신경외과, 가정의학과 전문의들의 검토를 거쳐 만들어진 것”이라고 진료지침 마련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또 “전문가들 합의를 통해 도출되는 진료지침도 있지만 이번에 개발한 것은 잘 디자인된 연구 결과를 종합해 이를 근거로 삼는 ‘수용개발’ 방법을 따른 것”이라며 “학계에서도 진료지침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던 차여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후속활동으로 모니터링 및 권고안의 적용성 평가 등도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근거 중심 접근했으며 권고안 적용성 평가 등 진행 예정
학생들과 공동으로 두통 증상 관리 도움되는 모바일앱도 개발
이밖에 김 교수는 의과대학 학생들과 함께 환자들이 두통 횟수, 두통 양상, 약물복용과 대처방법, 대처 효과 등을 기록하는 ‘두통일기’를 통해 증상 관리에 도움을 얻을 수 있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두더지(두통의 더 많은 지식)’를 개발했다.
김 교수는 “진료지침에도 포함돼 있지만 환자들이 두통일기를 작성하면 자신의 증상을 관찰하고 의사에게 설명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며 “두통 환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체계적인 접근 또한 중요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정신건강의학 분야에서도 두통 치료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늘어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두통 질환을 정신건강의학적으로 접근해 치료했을 때 우울증이나 불안감이 개선됐다는 연구는 많지만 통증 자체가 얼마나 좋아졌는지 구체적으로 평가한 연구는 아직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어 “심리치료, 행동치료, 바이오피드백과 같은 이완요법 등이 스트레스와 관련이 깊은 긴장형 두통 감소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를 지속해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