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백성주 기자] 급성기병원 중심의 재활의료기관 본사업이 시행될 경우 재활난민 및 의료비용 상승 등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같은 사태 방지를 위해 요양병원 ‘회복기재활 병동제’ 도입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실제 지역사회 중심의 전문재활치료를 수행하는 요양병원만 해도 전국적으로 366개에 달한다.
요양병원협회는 최근 상임이사 및 시도회장 합동회의를 열어 “재활의료체계 구축을 위해서는 병동제 방식의 회복기재활을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21일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이달 중 재활의료기관 본사업에 참여할 의료기관 신청을 받아 금년 말경 제1기 본사업을 시행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요양병원협회는 “요양병원을 배제하고 급성기병원에 한해 재활의료기관을 지정하면 효율적인 재활의료전달체계 구축이 불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재활의료기관 지정을 위해서는 △재활의학과 전문의 3명 이상(서울과 인천, 경기 이외의 지역은 2명 이상) △재활의학과 전문의 1인당 입원환자 40명 이하 △간호사 1인당 입원환자 6명 이하 △전체 입원환자 중 뇌손상, 척수손상, 근골격계 등의 회복기재활 환자 비율 40% 이상 등을 충족해야 한다.
문제는 중소도시에서는 이 같은 기준을 충족하고, 유지할 수 있는 재활의료기관을 설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재활의료기관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15개 재활병원 지역 분포만 보더라도 이 같은 예상이 가능하다.
재활의료기관 시범사업 기관을 보면 서울 등 대도시에 위치하거나 도립병원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인구 50만 이하에 설립한 민간병원은 의정부 로체스터병원이 유일하다.
재활의료기관 본사업에 참여할 급성기병원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요양병원이 급성기병원으로 전환해 지정받지 않으면 현재 시범사업처럼 일부 대도시에만 재활의료기관이 설립되는 상황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그렇다면 요양병원이 급성기병원으로 전환해 재활의료기관으로 지정받는 것은 용이할까? 요양병원계에선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단언했다.
요양병원 가운데 최대 4인실 이하, 병상간 이격거리 1.5m, 주차장 시설면적 150㎡ 당 1대(요양병원 300㎡ 당 1대) 등의 재활의료기관 기준을 충족하는 곳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시군구 소재 요양병원들은 의료인 구인난, 재활환자 비율 등을 이유로 재활의료기관으로 전환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의료법인 사업자를 요양병원과 재활의료기관으로 분리하는 것 역시 진료실, 치료실, 검사실, 방사선실, 원무, 심사, 조리실 등을 이중으로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사업성이 떨어진다.
정부가 재활의료기관 지정사업을 강행하면 회복기재활병원이 대도시에만 집중돼 시군구 지역 환자들은 재활난민으로 전락하고, 더 많은 의료비용을 부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도시 환자 집중현상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은 더 심각한 문제다. ‘2018 건강보험 주요통계’에 따르면 2017~2018년 요양기관 종별 급여비 점유율은 요양병원이 7%에서 6.7%로, 병원이 9.1% 에서 8.9%로, 의원이 19.9%에서 19.5%로 일제히 떨어졌다.
반면 종합병원은 16.1%에서 16.3%로, 상급종합병원은 17.2%에서 19.1%로 1.9% 높아졌고, 빅5는 7.8%에서 사상 처음으로 8%대를 넘어 8.5%까지 상승했다.
문재인 케어 이후 환자들의 대도시 대형병원 러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데, 재활의료기관 본사업으로 회복기 재활환자들까지 대도시로 몰리면 지방 중소도시 의료체계는 완전히 와해될 수 있다.
이런 재활시스템은 ‘돌봄과 의료를 필요로 하는 주민들이 지역사회에 거주하면서 개개인의 욕구에 맞는 복지급여와 의료서비스를 누리도록 한다’는 커뮤 니티케어와도 정면으로 충돌한다.
요양병원협회 손덕현 회장은 “요양병원의 회복기재활 인프라를 활용하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면서 비용효과적인 재활의료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현재 요양병원에는 전체 재활의학과 전문의의 25%인 563명, 물리치료사 7107명(전체의 19%) 등이 상근하고 있다. 작업치료사의 47%도 요양병원에서 근무중이다.
전문재활치료를 수행하는 요양병원만 해도 전국적으로 366개에 달해 대도시 중심이 아닌 지역사회 중심의 재활의료전달체계를 이미 구축하고 있다.
손 회장은 “요양병원은 현재 병동제 방식으로 재활, 호스피스, 치매, 암 등의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런 방식은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비용 상승을 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의료 상황에 서 최적의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요양병원이 회복기재활을 충실히 할 수 없었던 이유는 전문성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재활 심사기준과 수가구조가 급성기병원과 다르게 적용했기 때문”이라면서 “급성기병원과 재활기준 등을 동일하게 적용하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요양병원이 재활의료기관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진입기준을 완화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병동제 방식의 회복기재활 허용’을 전제로 하지 않는 한 찬성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손 회장은 “재활의료기관 지정기준을 완화하면 극히 일부 요양병원들이 혜택을 볼 수 있겠지만 환자 중심의 재활의료전달체계를 마련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유일한 대안은 병동제 방식의 회복기재활을 시행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