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등이 구부러지고 튀어나오는 결핵성 후만증(곱추병)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수술법이 국내에서 처음 개발돼 학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소위 '곱추'로 지칭되는 결핵성 후만증은 폐결핵이 척추뼈로 전이돼 발생한다. 염증으로 인해 여러 개의 척추뼈가 녹아내리면서 서로 달라붙어 돌출되는 변형이 일어나는 것이다. 특히 다른 척추질환과 달리 뼈 자체가 무너진다는 점에서 치료가 매우 까다롭다.
결핵성 후만증으로 구부러진 등을 다시 펴기 위해서는 수술을 통해 달라붙은 뼈 덩어리를 제거하고 임플란트와 같은 지지 도구를 삽입해야 한다. 그러나 이미 손상된 뼈라고 해도 아예 몸에서 제거할 경우 척추뼈 간 안정적 지탱을 담보하기가 어렵다.
강동경희대병원 신경외과 조대진 교수는 “결핵균이 척추뼈로 전이되면 거의 6~7개에 달하는 뼈가 녹으면서 붙어 삼각형에 가깝게 변이된다. 이 변형이 마비를 유발하기 때문에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 지론이었다”며 “그러나 커다란 뼈 덩어리를 들어내 버리면 확실한 교정은 될지 몰라도 빈 공간을 채워야 하는 위험 부담이 따른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조대진 교수는 아예 이 뼈를 활용해 보자는 아이디어를 생각했다. 여러 뼈가 붙은 덩어리는 어떻게 보면 가장 단단한 지반이 될 수 있다. 이 뼈를 절제하고 압박을 받던 신경을 풀어준 후 척추를 잘린 뼈 덩어리 위에 얹는다면 교정각과 안정성, 미용 측면의 세 마리 토끼(일석삼조)를 잡는 셈이다.
‘단독 후방 경우 신 절골술’이라고 불리는 해당 수술법은 세계신경외과학회지 5월호에도 소개됐다. “고위험군의 환자를 새로운 개념으로, 독창적인 수술법을 통해 성공적으로 수술한 것에 대해 찬사를 보낸다”는 호평을 받았다.
현재까지 마비를 동반한 결핵성 후만증 환자 7명의 곱추 교정 각도가 25도 이상 고정됐으며 결핵성 후만증에 동반된 지연성 마비증세도 좋아졌다.
"이 분야 수술 시도하는 의사 거의 없는데 환자 위해 모든 것 걸고 수술 매진"
그러나 척추수술인 만큼 위험부담이 동반된다.
조 교수는 “신경 유착을 치료하고 척추를 교정하기 위한 수술이므로 위험도가 높고 환자에게도 부담이 된다”며 “장기간의 결핵성 후만증으로 마비 증상을 겪어 일상생활이 어려운 등 이 수술이 꼭 필요한 환자들에게만 시행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조 교수 또한 수술 후 일시적으로 하지마비 증상을 보인 환자나 재수술을 시행한 환자 경험이 있다.
조 교수는 “결핵성 후만증 교정술은 합병증 리스크가 너무 크다. 마비를 치료하려고 하는 수술이 또 다른 마비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은 의사에게도 큰 부담이다. 솔직히 말하면 수술을 하려는 의사 자체가 별로 없다. 나 또한 모든 것을 쏟아낸다는 마음으로 매번 수술에 임한다”라고 말했다.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얻으며 국내 학계에서도 주목을 받은 수술법이지만 실제 이를 시행하려는 의사는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조 교수가 수술에 매진하는 이유는 역시 환자로 귀결된다.
결핵성 후만증은 조기에 결핵을 치료하고 관리할 수 있는 현재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때문에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오랫동안 고통을 겪어 온 중장년층 환자가 대부분이다. 마비 증상 동반으로 평생 휠체어에 의존해 온 환자들도 많다.
조대진 교수는 “이분들은 수술을 통해 치료뿐만 아니라 평생의 한(恨)을 푼다. '최초' 타이틀보다, 환자와 가족이 ‘기적’이 일어났다며 감사를 전하는 것이 나에게 가장 큰 기쁨과 보람이다”라며 “이 수술법은 앞으로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앞으로도 환자를 위한 연구를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