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근빈 기자] 2020년 수가협상의 키 플레이어는 두말할 나위 없이 강청희 국민건강보험공단 급여상임이사(수가협상단장)[사진]다.
그간 수가협상에서 보험자는 가입자의 편에서 공급자를 설득하는 역할을 해왔는데 이번에는 180도 바뀌었다.
절차상 큰 변화는 없었지만 적정수가를 위한 보험자의 노력이 돋보였다. 1조478억원의 추가소요재정을 만들어내기 위해 고군분투(孤軍奮鬪)했던 그의 속내를 들어봤다.
최근 역대급 ‘밤샘 협상’으로 기록될 2020년 수가협상을 마친 강청희 이사는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가입자와 공급자 간 의견 차이를 좁히기 위해 끈질긴 설득의 시간을 보냈다”고 소감을 밝혔다.
실제로 그는 5월31일 오후부터 6월1일 오전까지 모든 유형의 공급자 단체와의 협상은 물론 밴딩을 결정짓는 재정운영위원회 소위원회까지 쉼 없이 달렸다.
가입자와 공급자 사이에 발생하는 갈등의 골을 좁혀야 하는 보험자 수가협상단장의 의무감이 컸고 이로 인해 오전 8시가 넘는 협상까지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건보공단 측은 “보장성 강화 정책이 수행되기 위해 지난해 1778억원의 당기적자를 비롯해 2023년까지 지속적 당기적자가 예상된 상태이며 이는 계획적 적자”라는 점을 재정운영위원회에 말했지만 이를 설득하기는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또 일련의 정책수행 과정에서 협조적이었던 보건의약단체가 수가협상을 통해 적정수가를 보장받고 싶어 하는 의지도 미리 알고 있었기에 보험자 수가협상단장으로서 부담감은 가중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협상 가능한 범위, 보건의약계의 협조를 구할 수 있는 수준의 밴딩을 만들기 위해 재정소위를 끈질지게 설득하는 방법을 택했다. 당초 5700억원 수준의 밴딩에서 1조원 돌파를 가능하게 한 것은 그의 진정성이 통했기 때문이다.
강 이사는 “이번 협상은 정책수행 파트너인 보건의약계와 합리적 수준에서, 그리고 향후 관계개선 여지를 확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원만하게 협상을 마무리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특히 “단순히 가입자의 심리적 저항선으로 불리는 1조원 돌파에만 집중해서는 안 된다. 이번 협상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보장성 강화의 지속적 수행을 위해 공급자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가입자의 지원 의지를 최종적으로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밤샘 협상의 비판 속에서도 가입자 불안을 완화하고 공급자의 지속적 협조를 담보하는 수준에서의 협상 타결이 이뤄진 것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2.9% 인상률을 최종적으로 제시했음에도 결렬을 선언한 대한의사협회는 이번 협상에서 가장 아쉬운 대목으로 남았다.
이와 관련, 강 이사는 “유일하게 결렬된 의협은 안타깝다. 가입자와의 불신과 감정의 골이 깊어 상호격차를 줄이지 못해 결렬된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이번 협상을 통해 보험자 노력을 이해하고 있는 만큼 향후 발전적 관계개선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번 협상 결과는 양면 협상으로 갈등을 조절하고 이해 폭을 넓히면서 보장성 강화 정책의 동력을 부여받은 것이다. 이제 건보공단은 정책 수행의 한 축으로 그 역할을 엄중히 수행할 명분을 갖추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