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 중단됐어도 교수들이 사비 내며 연구'
우정택 한국당뇨병예방연구사업단장
2019.04.17 05:36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김민수 기자] 30대 이상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1명이 시달리고 있는 당뇨병과 관련한 예방연구사업이 비용과 시간문제에 발목을 잡혀 위기에 놓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나마 예방연구사업에 헌신적으로 참여해 온 교수진들이 가시적인 결과물 도출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연구 지원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당뇨병예방연구사업단(KDPS) 수장을 맡고 있는 경희대병원 우정택 내분비내과 교수[사진]는 16일 데일리메디와 만난 자리에서 그동안의 경과를 바탕으로 국내 당뇨병예방연구사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제시했다.

그는 “대표적인 만성질환으로 손꼽히는 당뇨병은 조기 발견이 매우 중요한데 여기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높은 고위험군에 속한 사람들마저도 당뇨병 예방에 소홀한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1998년~2017년 국민건강영양조사 당뇨병 유병률(만 30세 이상) 통계를 보면 30대 2%, 40대 6.7%, 50대 15.1%, 60대 19.6%, 70대 이상 27.9%인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을 구분해도 ▲남성 30대 3%, 40대 8.4%, 50대 19.1%, 60대 23.1%, 70대 이상 27.7% ▲여성 30대 0.9%, 40대 5%, 50대 11%, 60대 16.2%, 70대 이상 28.1%로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사람일수록 젊었을 때부터 당뇨병 예방에 더 관심을 갖고, 생활습관 개선 등에 나서야 한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다.

우 교수는 “고위험군 대상자가 당뇨병에 미리 대비한다면 당연히 50~60대가 됐을 때 합병증에 시달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이렇게 되면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을 줄일 수 있어 건강보험재정을 아끼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지속 가능한 당뇨병 예방연구사업 절실”
2년 8개월 만에 연구 결과 도출? “사실상 불가능”

문제는 추적관찰·임상시험과 같은 연구가 꾸준히 진행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직 제대로 된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2년 8개월 동안 진행된 후 지난해 10월에 연구 종료가 된 KDPS 당뇨병 예방 프로그램이 대표적인 사례다.

우 교수는 “이 프로그램은 연구기간과 비용이 정해진 보건복지부 국책 ‘일몰’ 과제였다”며 “주어진 기간 내에 학계의 공감을 얻고, 표준화된 데이터를 만들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정부 지원은 중단됐어도 후속 연구는 계속 이어나갈 예정”이라며 “참여 교수진들이 자발적으로 연구비를 충당해 운영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전했다.

다행히 이 같은 실정을 잘 알고 있는 대한당뇨병학회가 연구비 지원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 교수는 “KDPS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의료기관이 10곳이라 형평성에 어긋날 수 있지만 학회와 논의 중인 사안”이라며 “미국처럼 시간적, 비용적 여유가 충분해야 우수한 데이터를 얻을 수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우 교수에 따르면 미국 당뇨병예방사업의 경우 정부가 아예 연구비 제한을 두지 않고,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면서 수준 높은 데이터를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그는 “라디오 광고 등 대국민 홍보만으로는 당뇨병 예방에 대한 관심을 이끄는데 한계가 있다”며 “심층적·객관적 연구 자료를 기반으로 국민들에게 호소력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면 연구비 지원 문제부터 하루빨리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우정택 교수는 “임상연구는 디자인만 1~2년이 소요될 정도로 까다로운 분야”라며 “의료계와 정부가 공감대를 형성해 당뇨병 예방과 관련한 실질적인 연구 성과가 도출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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