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정숙경 기자] "지금까지는 기존 의료기기 제품에 환자 상태를 맞춰 진료가 이뤄졌지만 이제는 환자 만족도 및 요구도가 높아지면서 의료기기 역시 맞춤형으로 개발돼야 합니다."
본인이 직접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신경외과, 치과 등 여러 진료과와 협업해 환자들을 위한 의료기기를 연구, 적용하는 의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최근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에 따르면 정형외과 채동식 교수[사진]가 최근 3D프린팅 기술로 제작한 환자 맞춤형 의료기기를 실제 임상에 적용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CT(컴퓨터단층촬영), MRI(자기공명영상) 데이터를 활용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환자에게 필요한 맞춤형 의료기기를 제작, 적시에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다.
채동식 교수는 14일 데일리메디와 통화에서 "3D프린팅 기술이 의료와 만났을 때 정교한 영상 데이터로 맞춤형 치료를 할 수 있다는 것은 가장 큰 장점"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의료 분야에서 3D프린팅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곳이 점차 늘어나면서 의사들도 본격적으로 의료기기 연구, 적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다만, 환자마다 상황이 다르다 보니 그 해결책으로 3D프린팅에 대한 의사들의 관심 역시 높아지지만 임상에서 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가장 큰 애로사항이 바로 안전성이다.
실제 제품을 적용하려면 과연 환자들에게 안전한 것인가, 또는 윤리적인 측면에서도 어긋남이 없는가에 대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채 교수는 "현재 임상교수들이 직면해 있는 한계가 바로 진료, 연구, 교육까지 모든 역할을 수행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라며 "안전성 등 전문적인 시각에서 종합적으로 접근이 이뤄져야 하지만 사실 여건이 쉽지 않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다행히 정부가 수 년 전부터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어 긍정적인 기류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실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분야를 대상으로 우선 실시하고 2020년에는 성형외과 분야 등으로 지속 확대해 나가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전국 병원으로부터 환자 의료영상을 받아 맞춤형 의료기기를 3D로 모델링하고 이를 3D프린팅으로 출력한 후 성능테스트(실험, 평가 등)을 거쳐 병원에 지원하게 된다.
올해 사업을 통한 제작 지원 대상 의료기기는 맞춤형 보조기를 비롯해 인체 삽입형 치료물, 수술용 도구 및 가이드 등으로 3D프린팅 적용 가능성이 높은 분야다.
채 교수는 "실수요자인 병원과 연계해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의료기기 제작 전문 인프라가 구축된다면 앞으로 많은 의사들이 의료기기 연구에 적극 나설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지원사업에서 채 교수팀은 정형외과 분야에서 무릎(슬관절), 엉덩이(고관절), 허벅지(대퇴부) 등의 골 결손 부위를 대체할 인공구조물(임플란트)을 만들어 환자에게 적용했다.
특히 무릎 임플란트 수술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적용됐다.
3D프린팅을 활용하면 기존 보다 정밀한 작업이 가능해져 치료효과 향상 및 제작시간 및 비용 절감 등 효과도 있을 전망이다.
일례로 정형외과나 치과 등에서 수술 준비를 위해 사용하고 있는 의료용 수술가이드의 경우 지금까지는 의사 노하우 및 경험에 의존해 제작돼 왔다.
채 교수는 "3D프린팅을 활용할 경우 CT 촬영 등을 통해 얻은 환자 환부의 3D영상을 검토해서 커팅, 핀 삽입 등 위치 등을 섬세하게 설계할 수 있다"며 "보다 정확한 수술이 가능해졌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