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 지나온 반세기를 반추하고 다가올 반세기를 준비해야 할 중차대한 시기였기에 부담감은 상당했다
. 스승과 선배들의 노고에 누가 되지는 않을지
, 후배와 제자들에게 흠이 되지는 않을지 천착의 연속이었다
. 녹록찮은 의료환경도 마음에 걸렸다
. 주어진 시간은
2년
. ‘50년이란 유구한 역사의 또 다른
50년을 준비하는 시간
’으로는 결코 결코 넉넉지 않았지만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설정하고 하나씩 실천해 나갔다
. 그로부터
2년
. “대과없이 임기를 마쳐 송구하다
”며 겸손해 하는 그에게
2000명이 넘는 회원들은 감사의 박수를 보냈다
.
이우용 대한대장항문학회 이사장(삼성서울병원)이 최근 2년의 임기를 마치고 후임인 이석환 이사장(강동경희대병원)에게 회무를 넘겼다.
그는 대한대장항문학회가 50주년을 맞이한 지난 2017년 취임했다. 정확히 반세기 역사의 중심에 선 탓에 중압감은 형용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도 그럴게 10여 명의 의사들이 모여 대한직장항문병학회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학회는 현재 2100명에 달하는 회원이 활동하는 대규모 학회로 발전했다.
더불어 국제적으로 대장암 복강경 수술, 로봇수술 등을 선도하고 전문병원 개념 도입, 대장항문외과 분과전문의 제도 도입, 대장항문내시경 인증의 등 질적으로도 큰 성장을 일궜다.
지난 50년 동안 이처럼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온 만큼 향후 50년을 설계하고 준비해야 하는 중책이라는 사실이 무게감을 더했다.
그는 ‘대장항문질환 완치를 통한 건강한 삶 구현’이라는 미션 아래 ‘근거 중심의 진료와 창의적 연구로 미래의학을 실현하는 학회’라는 비전을 발표했다.
특히 이러한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미래지향적 연구 중심 학술 활동 △국제교류 활성화를 통한 세계화 △회원들의 인화와 협력을 핵심가치로 삼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단기 성과 아닌 미래 값진 열매 맺을 수 있는 방안 마련"
그는 “또 다른 50년을 준비하는 2년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처음에는 우려도 됐지만 단기 성과에 집착하기 보다 미래에 값진 열매가 열릴 수 있는 기반을 닦는데 주력했다”고 밝혔다.
이우용 이사장이 추진한 핵심사업은 크게 △대장암 데이터 구축사업 △故 김광연 기념사업 △변실금 관리사업 △대장항문학회지 국제화 사업 등 4개였다.
대장암 데이터 구축사업은 학회 차원에서 직접 대장암 현황 및 치료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고된 작업이었다.
현재까지 14개 대학병원에서 5만개 이상의 데이터가 수집됐고, 현재도 참가 병원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이우용 이사장은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국내 대장암 현황을 파악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연구가 진행돼 우수 논문 발표 및 학문적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대장암 분야 거목인 故 김광연 박사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기념사업은 그가 가장 심혈을 기울였던 일이었다.
그는 대장항문학회 창립 멤버이자 진료와 연구 분야에서도 큰 족적을 남긴 김광연 박사의 뜻을 기리고자 지난해 ‘김광연 기념사업’을 시작했다.
회원들의 자발적 모금으로 2억원 이상의 기금이 마련됐다. 이 기금은 국내외 석학 초청 강연, 개원가 정책 개발 및 지원, 후학을 위한 젊은 연구자 해외활동 지원 등에 사용 중이다.
환자를 위한 활동도 활발하게 전개했다. 대장암이나 직장암 등 중증질환 외에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고 있는 ‘변실금’에 주목했다.
변 조절이 되지 않는 변실금은 요실금에 비해 인지도가 확연히 떨어지고, 질환자는 증가하고 있음에도 많은 환자들이 수치심으로 이를 숨기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대장항문학회는 변실금 환자 현황을 파악하는 한편 적극적인 상담과 관리를 위해 치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인식 개선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우용 이사장은 “변실금 환자들은 사회생활에서 자꾸 위축되고 우울증을 갖게되는 등 건강한 삶을 위협하고 사회문제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며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파했다.
학술단체로서의 위상 강화에서도 굵직한 성과를 거뒀다. 대장항문학회 공식 학술지인 'Annals of Coloproctology'가 ESCI에 등재됐다.
특히 지난 3월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대장항문학회(APFCP)에서는 다른 나라들을 제치고 아시아학회 공식 저널로 인정받는 기염을 토했다.
“우리나라 학술지가 아시아 지역 공식 저널로 인정됨에 따라 아시아 대장항문 의료진의 학술활동의 장이 됨은 물론 SCI 진입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성과입니다.”
이우용 이사장은 “회원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성원에 힘입어 지난 2년의 임기를 소중히 마무리할 수 있었다”며 “신입 집행부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발전을 도모하길 기원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제주도에서 개최된 ‘2019년 대한대장항문학회 춘계학술대회는 양복에 넥타이가 아닌 학회가 제작한 후드티를 공식 복장으로 한결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