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정승원 기자] 대정부 협상 중단을 선언한 대한의사협회가 대회원 설문조사에 돌입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라 의협 투쟁의 방향성이 정해질 예정이다.
의협은 22일 회원을 대상으로 ‘대한민국 의료 정상화를 위한 대회원 설문조사’ 문항을 발송했다.
설문조사는 총 23문항으로 ▲의료 현안에 대한 관심도 ▲의료 현안에 대한 접근 경로 ▲각종 현안에 대한 인식 여부 조사 ▲응답자 개인이 중시하는 현안 선택 ▲개별 현안에 대한 투쟁 필요성 조사 ▲대정부 투쟁 필요성 여부 ▲투쟁 시 방법 조사 ▲투쟁 참여 여부 ▲응답자의 직역 및 전문과목 등으로 구성됐다.
이중 투쟁 필요성을 묻는 개별 현안으로는 ▲의료인의 과도한 업무량 ▲열악한 의료환경 개선 ▲의료기관 내 폭행문제 해결 ▲약계 성분명처방 요구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저수가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의료기관 운영의 어려움 등이 포함됐다.
이러한 문항이 공개되자 의료계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한 시도의사회장은 “집단행동이나 파업을 하려면 ‘파업을 할테니 뜻이 어떤가’라고 물어야지 회원들에게 하나하나 물어볼 생각인가”라며 “이렇게 설문조사를 해서 ‘투쟁을 하지 말자’는 결과가 나오면 투쟁하지 않을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설문조사 문항대로라면 투쟁을 하자는 것인지, 말자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자칫 죽도 밥도 안 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설문조사 문항 중 회원들이 생각하는 중요한 현안 3가지를 고르는 문항에 대한 의구심도 표출됐왔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료계가 직면한 투쟁 현안에 대해 우선 순위를 고르는 문항이 있던데 복수의 응답이 나왔을 때 이를 어떻게 활용하려고 하는지 의문”이라며 “투쟁을 하고자 물어보는 것인지 투쟁을 안 하기 위해 물어보는 것인지 애매한 부분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의협은 설문조사 문항에 대한 우려를 일축했다. 설문조사 결과를 향후 의협 투쟁의 방향성을 정하는 자료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의협 박종혁 대변인은 “설문조사에서 방향성을 정하고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오히려 평이한 조항이 여론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며 “회원들 열망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볼 수 있는 설문으로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박 대변인은 “의료가 정상화되길 바라는 마음은 다 같을 것으로 본다. 이번 설문조사는 의료정상화를 위한 매듭을 어디에서 어떻게 풀 것인지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설문조사 응답자의 절대 수치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는 참여 독려로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참여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박 대변인은 “마음 같아서는 모든 회원들이 참여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인 문제도 분명히 있다. 여러 가지 전략을 통해 설문조사에 대한 참여도를 높일 것이다. 전 회원 메일링과 문자메시지 전송은 물론 의협 스튜디오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설문조사 참여를 적극 독려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