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김민수 기자] 전 세계 의료기기 시장을 호령하는 국가는 단연 미국이다. 워낙 내수시장도 크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가 설정하는 인허가 기준이 대부분 글로벌 지표로 자리매김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의료기기 업체가 미국 시장 진출을 망설이는 경우가 흔하다. 진입 장벽이 까다로울 것이라는 선입견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이 같은 국내 의료기기 업체의 고민을 해소하기 위해 글로벌 의료기기 사업화 전문가 데니스 맥윌리엄스가 최근 사이넥스(대표 김영)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지난 14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2019 국제의료기기&병원설비전시회(KIMES) 현장에서 데일리메디와 만난 그는 국내 업체들을 대상으로 아낌없는 조언을 건넸다.
사이넥스 김영 대표는 “Apollo Endosurgery 창업자인 데니스 맥윌리엄스는 US 510K, US PMA, CE, ANVISA, TGA 등 다양한 국제인증을 통해 신규 시장 발굴 및 전략 수립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고 소개했다.
데니스 맥윌리엄스[사진]는 우선 유럽 CE인증보다 미국 FDA인증이 훨씬 더 절차가 간소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FDA인증은 예측성, 명확성, 합리성 3가지 관점에서 인허가 절차가 진행되므로 업계의 시각을 존중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간결하면서도 공신력 있는 기준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부분이 FDA인증을 획득했을 때 업체가 취할 수 있는 최대 강점”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국내 의료기기 업계는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인허가 절차에 대해 미래를 예측할 수 없고, 기준 자체가 시시각각 변동되기 때문에 시간적·비용적 낭비가 심하다는 불만을 토로해왔다.
데니스 맥윌리엄스는 “우수 의료기기를 최대한 빨리 임상 현장에 투입해 환자를 돕고 싶다는 생각은 업계와 정부가 가진 공통된 의견일 것”이라며 “한국 정부와 업계의 갈등은 앞서 말한 예측성, 명확성, 합리성에 초점을 맞춘다면 충분히 조율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데니스 맥윌리엄스는 한국 업계의 잠재력에 대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다만 기술 경쟁력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낮은 가격’에만 집중하는 사업 전략에는 아쉬움을 내비쳤다.
그는 “수술로봇을 예로 들자면 아직 적용되지 않은 치료 분야가 상당하다”며 “한국 기업들이 갖고 있는 기술 노하우를 이런 분야에 집중 투자해 고부가 가치 의료기기를 개발한다면 굳이 가격 경쟁력에 목매일 필요는 없다”고 진단했다.
효율적인 미국 시장 진출 전략에 대해서는 스마트폰 등 소비자가전제품 분야에서의 한국 기업 성공 사례를 꼽았다.
소규모 시장부터 공략하면서 꾸준한 연구개발을 통해 고부가 가치 제품을 내놓는다면 성공적으로 미국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 미국 현지 의료진과의 신뢰 확보와 유통사를 낀 간접 판매가 아닌 직접 판매 방식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일침을 가했다.
데니스 맥윌리엄스는 “예전에는 미국에서도 불법 리베이트 사례를 흔히 목격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잘못된 문화가 거의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기업이 미국 의료진과 친화력을 높이려면 우수 인력을 파견에 각종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임상 연구를 적극적으로 도와 실제 진료 현장에서 의료진이 겪는 애로사항을 같이 해결하려는 자세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 대부분이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자체 영업망을 가동하다보니 미국 현지에서 좋은 유통 업체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며 “한국 기업들이 직접 판매에 대해 두려워하지 말고, 과감히 도전하길 권한다”고 조언했다.
한국 제품을 포함한 외국 의료기기에 대해 미국 현지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무조건 ‘미국 제품이 최고’라는 인식이 최근 들어 ‘외국 제품도 쓸만하다’는 식으로 바뀌고 있다는 전언이다.
데니스 맥윌리엄스는 “수출을 목표로 하는 기업에게 미국은 엄청난 기회가 열려있는 곳”이라며 “한국 기업은 기술 경쟁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자신감을 갖고 도전한다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