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음주는 간에 염증을 일으킨다. 특히 술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경우 5대암에 간암이 포함될 정도로 간 건강은 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바쁜 현대인들에게는 건강관리가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간암에 이어 간질환인 ‘간경변증’은 5대암보다 사망률이 높다는 통계도 잇따르고 있는 실정이다.
간경변증은 통상 '간경화'로 불리는 질환이다. 장기간 지속적인 간세포손상으로 간이 점차 굳어 정상 기능을 할 수 있는 간세포 수가 적어지며 해독작용 등 간기능 장애를 유발한다.
의료계에선 10여년 전부터 간경변증의 산정특례 포함을 주장해왔지만 정부는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제도권 진입은 여전히 신중론을 견지하고 있다.
때문에 간경변증 환자들은 미진한 지원책 탓에 여전히 경제적인 부담조차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산정특례에 대한 필요성이 점차 커지는 이유다.
“산정특례 개선안 통과시 환자 혜택 기대”
배시현 대한간학회 이사장은 “인구고령화로 사회경제적 활동이 필요한 50대 이상 간경변증 치료 부담은 오히려 커졌다”며 “간경변증 환자군 사망률이 암환자군보다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상성 간경변증 사망위험도의 경우 5대암으로 인한 사망률보다 더 높아졌다는 게 산정특례 선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산정특례제도는 희귀난치성질환자, 치매, 뇌혈관질환, 중증화상 등 중증질환환에 대해 등록 조건이 부합하면 본인 부담률을 경감해준다.
대한간학회 조사에 따르면 간장애인 등록환자가 2003년 3108명에서 2020년 1만3808명으로 늘었고, 간경변증 요양급여 비용은 2016년 1300억원에서 2019년 1880억원으로 증가했다.
여기에 간경변증과 5대암 질환 사망률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표본 코호트 중 무작위 표본추출 기법으로 102만명 자료를 비교 분석한 결과, 주요 암보다 사망률이 높았다.
특히 간경변증 환자의 경우 사망률 위험비가 1.27배로 암환자보다 높았고, 비대상성 간경변증 환자는 위험비 1.82배를 보이면서 5대암으로 인한 사망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배시현 이사장은 “문제는 간경변증 중증 정도가 너무 다양한 것이다. 간경변증의 다양한 합병증 등 상병코드가 너무 많다보니 1년간 개인 의료부담금 산출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미 간경병증 특례산정에 대한 주장은 10여 년동안 이어진 얘기”라며 “의료계 일부에선 ‘올해는 되는거예요? 이제 그만하죠’ 라는 자조섞인 얘기가 나올 정도”라고 덧붙였다.
이어 “현재 간경병증 중 후천 출혈 장애에 의한 상황에 적용되는 특례가 있는데, 등록된 사람이 한 명 뿐”이라며 “이를 개선해 중증간질환 환자의 출혈 등 특례 적용 개선안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대한간학회는 산정특례안이 통과되면 비대상성 간경변증 환자 중 4분의 1 가량은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현재 학회 입장을 질병청에 제출했으며 재정 추계를 진행 중이다.
“C형간염,‘국가검진’ 적용돼야”
B형간염은 최근 환자 부담이 감소하면서 완치에 대한 노력이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반면 C형간염은 아직까지 관심이 미미한게 현실이다.
배 이사장은 “과거 한국은 B형간염 바이러스 왕국이라는 말도 있었다”라며 “지금은 외형적으로 환자 부담이 적어졌고 완치까진 아니지만 치료를 하는게 어렵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B형간염은 약물개발 등이 활발히 이루어지면서 치료가 적절하게 이뤄지고 있다. 다만 의료계와 정부에서는 B형간염 완치에 대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힘을 쏟고 있다.
대한간학회가 개최하는 아시아태평양간학회 국제학술대회(APASL STC 부산)에서는 B형간염 관련 세션도 별도로 진행한다. B형간염 완치에 대한 최근 트렌드 및 향후 전망, 정책 현안 등도 논의된다.
배 이사장은 “B형간염 숙제는 완치 뿐”이라며 “C형간염은 먹는 약이 개발됐으나 너무 고가이고 치료율이 낮다. 국가검진에 들어가야 한다는 얘기를 주창하고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대한간학회는 C형간염 선별검사를 평생 1회, 한정 기간 국가검진사업에 편입 등을 제안했고, 질병청과 수 차례 분과회의를 진행했다.
현재 보건복지부 국가검진위원회 전(前) 전문위원회에 상정된 상태로 오는 9월 22일과 10월 초(예상) 두 번의 평가 절차가 남았다.
그는 “C형간염 국가검진 이익이 클 것이라는 게 연구결과”라며 “저렴한 비용으로 충분히 사멸검사 결과를 얻을 수 있고 빠른 시일내 실시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