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비만 치료는 지난 2019년 비만대사수술 급여화 이후 큰 변화를 맞이했다. 하지만 그 변화가 채 자리잡기도 전에 당뇨병 치료제를 활용한 비만치료가 성큼 다가왔다. 가히 '게임 체인저(Game change)'로 불릴 만큼 강력한 효과로 비만치료 판도 변화를 예고했다. 현재 비만치료는 환경 변화의 갈림길에 서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한비만학회는 비만치료 저변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단순히 '비만대사수술 급여화'라는 단일 해법만으로는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비만환자와 사회적 비용 급증을 막을 수 없다는 게 이유다. 현재 비만으로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비용이 최근 5년 새 급격하게 증가해 지난 2021년 기준 15조6382억원에 육박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긴 터널을 지나면서 5년 사이 급증해 오랜 사회적 문제던 흡연 비용을 역전했다. 박철영 대한비만학회 이사장으로부터 최근 상황과 함께 앞으로 해결책으로 제시됐으면 하는 정책적 방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주]
Q. 비만치료 최우선 과제는
“최근 건강보험연구원 자료를 보면 비만으로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비용이 흡연과 음주를 넘어섰다. 비만치료가 미용시술이라는 편견으로 도외시하면 더욱 큰 사회적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먼저 비만 수술의 경우 비용 부담으로 수술 후 관리를 포기하는 사례가 잦다. 결국 비만대사수술도 의료진 관리가 없다면 수술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해 다시 살이 찌는 경우가 종종 목격된다.
비만은 오히려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계층에 더욱 많이 발생하는 경향이 있어 보험 지원 확대는 비만에 의한 사회경제적 비용 감소를 위해서도 필요하다.비만치료 저변 확대를 위한 비만대사수술 전후 관리 급여화와 효과가 높은 비만치료제의 청소년 우선 적용이 시급한 과제다.
Q. 비만대사수술 급여화 4년, 개인적 평가는
비만대사수술이 효과적인 치료법은 틀림없다. 하지만 수술 이후 후속 추적 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게 가장 문제다. 수술 전후 급여 지원이 없어 비용 부담으로 단발성 수술 치료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일부는 체중감량 효과를 유지하지만 체중 재증가로 이전에 갖고 있던 문제가 재발생하는 사례가 적잖다. 비만학회에서는 현재 수술에 대한 보험공단 청구자료로 분석을 시작했다. 연구과제 등으로 비만 수술에 현황 등 사태 파악을 시작해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비만 인구 증가를 대비해 보완한 노력이 필요해 보험에 적용할 수 있도록 근거 자료를 준비하는 개념이다.
"비만대사수술 전‧후 관리 건강보험 급여화 절실"
"학회 차원서 비만수술 효과 입증 최선"
"당뇨병약 비만 치료, 기대보다 우려감"
노보노디스크(Novo Nordisk) ‘위고비’부터 일라이 릴리(Eli Lilly) ‘트리플지’까지 효과가 뛰어난 비만치료제가 몰려오고 있다. 하지만 결국 최후 치료는 수술이다. 이에 도달하기 전(前) 적절한 치료가 중요하다. 즉 비만치료제들은 수술 전후 관리 모두에 활용 이점이 있다. 특히 비만을 예방하는 관점에서 바라보는 게 중요하다. 일단 마약 성분을 기반으로 한 치료제는 아니기에 남용 위험성은 상대적으로 적다. 문제는 수술과 비만치료제 모두 마찬가지로 비만에 영원한 치료제나 방법은 없다는 것이다. 결국 약을 끊으면 이전 상태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본격적인 치료 전 평가와 관리 치료에 대한 효과적인 수단 중 하나일 뿐 식사‧운동 등 생활 기반을 바꾸는 행동 요법이 필수적이다. 쉽게 말해 약제는 '만병통치'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처방하는 의사들도 비만치료제 하나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비만대사수술도 실패할 수 있고, 당뇨병 약제도 조절이 안 되면 약제를 바꾼다. 비만은 만성적으로 재발하는 병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고 싶다.
Q. 비만 치료제 대중화 가능성은
치료제들이 고가의 가격을 가졌지만 국내 환경상 전면적인 급여화는 현실적이지 않은 탓에 높은 가격은 당분간 계속해서 유지할 것으로 생각된다. 기존 먹는 약의 경우 특허 만료 등으로 가격이 내려갈 여지가 있지만, 주사제를 기반으로 한 비만 치료제는 상당 기간 비용을 낮추기 쉽지 않다. 일라이릴리의 트리플지(Triple G)가 비만대사수술에 준하는 효과가 먹는 약으로 기대되지만 그마저도 비용 대중화는 한참 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Q. 비만치료제 급여화에 대한 견해는
소아청소년 등 미래 세대를 위해 일부 계층에 대한 선별적 급여화는 필요하다. 특히 청년까지 남성 비만율이 심각한 수준에 이른 상태로, 2단계 비만 이상 비율이 굉장히 높다. 앞서 비만학회는 체질량지수 25.0~29.9까지를 1단계 비만, 30.0~34.9까지를 2단계 비만, 35.0 이상을 3단계 비만으로 구분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쉽게 말해 청소년들의 비만 관리는 보험으로 생각해야 한다. 일반 대중들도 제한된 월급에서도 보험과 예금으로 미래를 준비한다. 소아청소년 비만 관리도, 이 같은 개념으로 봐야 한다. 현재 비만관리 및 지원 정책은 보험도 예금도 없다. 비만대사수술에 근접하는 약물치료가 나오고 있어 다각도 관리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비만을 미용상 문제로 생각하던 낡은 사고에서 벗어나 비만을 병으로 인식하고 미래세대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