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 달 탐사선인 다누리호와 누리호의 성공으로 우주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지만 '우주의학'에 대해서는 여전히 생소하게 느끼는 이들이 많다.
'우주의학'이란 우주인이 지구 밖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면역력·혈관·중추신경 변화 등에 대처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우주산업 발전에 따라 그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등 우주산업 선진국 대비 우주의학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규성 인하대학교 우주항공의과학연구소장(이비인후과)은 지난 2018년 6월 국내 민간 의료기관 최초로 우주항공의학센터 개소 이후 꾸준히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김규성 소장은 지난 1997년 항공군의관 시절 처음 우주의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항공군의관으로 복무하면서 우주의학 분야에 관심이 생겼다. 전문 분야가 이비인후과 중에서도 평형감각 쪽인데, 우주공간 인식과도 어느 정도 일치해 더 흥미를 느꼈다"고 말했다.
군 복무 후 병원에 복귀했을 당시 인하대학교에는 항공우주의학연구회가 구성됐다. 우주의학 관련 학과나 대학원이 없었던 만큼 우주의학에 관심 있는 의사, 교수가 중심이 돼 연구회를 만들었다.
김 소장은 "정부에서 연구비를 받게 되면서 여러 과제 연구를 할 수 있었다. 이후 2013년 고중력 장비를 직접 만들어 실험했고, 2018년 한국연구재단에서 주관하는 대학 중점연구소 지원 사업에 항공우주의학 분야로 선정되면서 좀 더 체계적으로 연구를 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우주항공의과학연구소는 교수 6명, 박사급 연구원 5명 등 총 26명으로 구성돼 있다.
평형계(전정신경계)와 심혈관계, 면역대사계 등 3가지 분야를 중점적으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양성자공학기술개발사업단과 기초과학연구원 예미랩 장비와 자체 제작한 내부 장비를 활용해 실험하고 있다.
그는 "우주의학 실험 장비는 수요가 적어 완제품을 사 오기 힘들기 때문에 자체 제작한 게 많다. 여러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항공우주 산업 테스트 장비 제작사 윈다스와 협업한 덕분에 성공적으로 제작할 수 있었다. 비용은 4~5억원 투입됐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우주의학 발전 위해 국가적 아젠다 필요하고 지원"
"우주항공청 설립 지연, 단위 과제 도출 어려워"
"연구회로 시작한 열정, 의학센터로 만개했고 실험 개방형 플랫폼 구축이 목표"
우주항공의과학연구소는 연구를 바탕으로 논문을 발표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지만 수 십년 간 연구를 진행하고 체계를 구축한 우주산업 선진국과 비교하면 미미한 상황이다.
김 소장은 "지상 단계에서 연구가 이뤄진 뒤 지구 저궤도에서 검증을 하는 단계를 거쳐야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다"며 이러한 과정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우주 개발에 대한 국가적인 아젠다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우주의학 분야에 리더십이 없는 상태"라고 토로했다.
이어 "일개 대학교수, 대학 소속 연구소장이 그런 걸 만들어 내긴 어렵기 때문에 국가적으로 왜 우주에 투자를 해야 하는지 컨센서스 도출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국가적인 아젠다가 없기 때문에 연구비도 파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연구 진행 뒤 논문이 그다음 단계로 가지 못하고 단발성으로 끝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주의학 주제로 한 단위 과제는 없는 상황은 우주항공청 설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어느 부서에서도 섣불리 단위 과제를 만들지 못하고 있음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지원은 부족한 상황이지만 국내 우주산업 발전을 위해 우주의학 연구가 필요한 만큼 김 소장은 향후에도 꾸준히 연구 범위를 확대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김규성 소장은 "대학중점연구소 사업이 2027년 종료되는데 우주항공의과학연구소를 운영해 본 경험과 구축한 시설을 바탕으로 우주의학 실험 개방형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어떠한 분야의 의사, 박사든 무중력 환경 실험을 해보고 싶을 때 언제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