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응급의사 부족→아동병원 쏠림→의료체계 붕괴
최용재 대한아동병원협회 회장
2024.07.01 05:14 댓글쓰기

소아응급 전문의 부족으로 대형병원 응급실에서의 소아 진료가 어려워지자, 일반진료를 보는 아동병원으로 응급 환자가 급격히 몰리고 있다.


아동병원들은 법적책임 부담과 일반환자 진료 지연을 호소하며 소아의료체계 회생과 더불어 원활한 전원을 위한 이송 시스템 구축을 촉구했다.


대한아동병원협회는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회원 병원들을 대상으로 아동병원의 소아응급실화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이번 조사에 응한 아동병원 50개소 중 구급차로 전원되는 응급환자를 받은병원은 88%에 이르렀다.


아동병원 중 56%는 이 같은 환자가 5건 이하였지만 병원 중 22%는 6~10건, 4%는 11~15건가량 있었고, 16건 이상 있다는 병원도 6%에 달했다.


또 지난 한달간 이들 환자 중 준증증 이상의 환자가 1~5건 있었다는 병원이 52%, 6~10건 있었다는 병원도 10% 있었다.


이들 환자를 다시 상급병원으로 이송해야 하는 경우가 다수이지만 아동병원 중 72%는 '상급병원으로 전원 이송이 매우 어렵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중증응급 어려운 아동병원 곤혹, 일반환자 진료 지연·대형병원 이송 난망"

"전공의 없는 내년에는 더 심해질 것, 소방청과 공동 대응체계 마련 시급"


정성관 아동병원협회 부회장(우리아이들의료재단 이사장)은 "응급환자 이송이 안 될 경우 그 환자에 여러 명 의사와 간호사가 진료해야 하는 부담과 함께 법적 책임까지 감당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소아응급환자가 구급차로 내원했을 때 아동병원에서는 일반진료를 전혀 할 수 없어 일반환자들이 장시간 대기할 수밖에 없고, 상당수 대기 환자가 불만을 터트리고 돌아가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협회는 이 배경에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 하락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창연 아동병원협회 부회장(아이사랑병원장)은 "소청과 전공의 정원은 800명 수준인데 올해 지원자는 100여명"이라며 "고년차 소청과 전공의들이 수료하는 내년 초가 되면 소청과 전공의를 거의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만큼 아동병원의 소아응급실화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용재 아동병원협회장(튼튼어린이병원장)은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소송 사건 이후 전공의 지원율 급감과 소아청소년 의료기관의 경영 악화 및 의료사고 부담 증가로 탈(脫) 소청과가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동병원의 소아응급실화를 해결하기 위해 소아응급 환자가 발생했을 때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아동병원과 소방청 간 대응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협회는 또 "소아의료시스템을 회복하기 위해 보건복지부 내 소아청소년의료과를 신설하고, 어린이의 건강과 성장을 법적으로 보장해 줄 어린이건강기본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더불어 아동병원의 재정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CT 등을 포함 진단 및 치료장비에 대한 투자를 국가와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도 피력했다.


최용재 회장은 "아동병원은 중증 응급환자 진료에 대비하지 못한 상황에서 응급환자가 내원해 미안해하고, 일선 소방구조대원들도 아동병원으로 내원해 미안해하는 상황"이라며 "소아응급환자 진료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아동병원 내 추가적인 인적‧물적 기반 시스템 지원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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