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수술실 내부 CCTV 설치 의무화 내용을 담은 의료법(수술실 CCTV 설치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투쟁’이라는 극단적인 목소리가 나오기도 하지만, 시행령을 만드는데 치중해야 한다는 ‘현실론’도 만만찮다. 실제로 종주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는 헌법소원을 포함 법적 대응을 주장하면서도 시행령에 대한 대비를 강조하기도 했다.
2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8월 31일 수술실CCTV 설치법 국회 본회의 통과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지역의사회 일각에서는 투쟁이라는 단어가 등장했지만 명분이 약하고 구체적인 시행령을 통해 진료현장에서의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의료법 시행령 개정안의 쟁점은 크게 ‘촬영 거부 사유’와 ‘열람 권한’ 등이 될 전망이다.
우선 촬영 거부 사유다. 수술실 CCTV 설치법은 촬영 거부 사유로 ‘응급 혹은 고위험 수술 시 의료진이 촬영을 거부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이 같은 예외규정이 명확하게 규정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특히 수술실 CCTV 설치법 통과의 도화선이 된 ‘성형외과’를 비롯해 ‘정형외과’ 등의 수술에서는 CCTV 촬영이 필수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5일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수술실 CCTV 설치법은 예외규정이 광범위하거나 모호하다”며 “촬영을 거부할 수 있는 사유로 환자 생명을 구하기 위해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한 위험도 높은 수술로 정의됐는데, 가장 문제가 되는 성형외과와 정형외과 등의 수술이 빠질 우려가 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촬영 거부 중 하나로 명시된 ‘전공의 수련 목적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이라는 조항도 지적됐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환연)은 수술실CCTV 설치법이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후 낸 성명서에서 “전공의 수련병원은 모두 제외될 수 있기 때문에 예외조항 예시에서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공의 수련병원은 대부분 대형병원들인데, 이들이 모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열람 권한도 마찬가지다. 수술실 CCTV 설치법은 영상정보를 열람·제공할 수 있는 경우로 수사·재판 업무 수행을 위해 관계 기관이 요청하는 경우 및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조정 개시 후 등으로 명시했다.
이에 대해 영유아보호법 등과의 형평성, 수술실 CCTV 입법 목적 등에 어긋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법원에 가지 않기 위해 수술실 CCTV를 운영하는 것인데, 열람이 불가한 관계로 법적 분쟁 시에만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영유아보호법 등 CCTV 법안에서 촬영 당하는 사람의 권리 보호를 위해 열람이 가능케 했고, 수술실CCTV 설치 의무화 이유도 법원에 가지 않기 위한 목적이 있다”며 “환자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외에도 환연은 “의료분쟁조정중재원 조정·중재 절차 개시는 열람 권한에 포함됐으나 한국소비자원에서의 피해구제 조정절차 개시가 빠졌다”고 강조했다.
의협도 시행령 개정에 대해서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의협 관계자는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의견을 제시할 것”이라며 “해석이 분명이 불분명 할 경우 분쟁이 생기기 때문에 실무적으로 준비를 안 할 수 없다. 제기된 문제들이 현실화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익명을 요구한 의료계 관계자도 “결과야 원하는대로 나오지 않았지만 이필수 집행부도 노력을 많이 했을 것”이라며 “수술실CCTV 설치법만으로 투쟁을 이야기 하는 것은 명분이 부족하며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