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단독] 수술실CCTV 설치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어느덧 일주일 째. 의료계 일각에서는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집행부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일부 제기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의사면허 취소 및 결격기간 강화를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 및 독립간호법, 전문간호사 업무 범위, 비급여 보고 의무화 등 대형 이슈가 산적해 있다. 의협은 의사면허와 관련해 정부여당 및 야당과 접촉하고 있다. 전문간호사 업무 범위에 대해서는 집행부 1인 시위 등을 통해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이에 데일리메디는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을 만나 산적한 현안에 대한 개략적인 그의 입장을 들어 봤다. [편집자주]
“‘실사구시(實事求是)’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물론 명분도 중요하지만, 여야와 합리적으로 소통하면서 회원 피해를 최소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
지난 2일 데일리메디와 인터뷰에서 이 회장은 최근 수술실CCTV 설치법 통과와 관련해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회원들 우려를 없앨 것"이라고 단언했다.
실제로 의결된 수술실CCTV 설치법은 김남국·신현영·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에 비해 다소 완화된 부분이 많았다. 예를 들어 고위험도·응급수술, 전공의 교육 등 부분을 고려해 수술실CCTV 촬영을 하지 않을 수 있도록 예외조항을 만들었고, 설치비 지원, 열람, 유예기간(2년) 등에 대해서도 의료계 입장을 관철시켰다.
특히 기존에는 수술실 CCTV 촬영이 모든 수술에 대해 시행될 뻔 했는데, 수술실에서 이뤄지는 전신마취 등은 않기로 했다. 의원급 의료기관들이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적다는 이야기다.
이필수 회장은 “환자는 물론이고 의료인도 피해를 봐서는 안 될 것”이라며 “제일 중요한 것은 유예기간 2년이다. 2년이 지난 후에는 국공립 종합병원부터 시범사업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준비할 시간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행령과 관련해서는 대한의학회를 통해 협의체를 만들고, 외과계열을 대표하는 분들 및 대한개원의협의회를 통한 각 의사회 분들을 참여시켜 피해가 없도록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와 관련, 지난 4일 대한개원의협의회(대개협)를 비롯한 각과 의사회는 ‘CCTV 강제화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의협에 요구한 바 있다. 이 회장이 언급한 TF와 비대위의 간극은 크지 않아 보인다.
이 회장은 수술실 CCTV 설치법 통과로 격앙된 회원들에게 ‘송구스럽다’고 머리를 숙였다.
그는 “회원들에게 매우 송구스럽다”면서 “이제 시작이다. 회원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법적인 부분, 실무적인 부분 등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의사면허, 전문간호사 업무범위 등 산적한 과제 해법 모색 최선
또 이 회장은 의사면허, 전문간호사 등 산적한 과제를 앞두고 ‘숙고’의 입장을 밝히면서, 의사면허 취소 및 결격기간 강화를 주 내용으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 ‘자구 수정’에 경주할 뜻을 나타냈다. 특히 ‘과실범’은 빠져야 한다는 것이 의협의 입장이다.
형법은 고의범에 대한 처벌을 원칙으로 하고 과실에 대해서는 법률에 특별히 규정된 경우에만 처벌하는데, 의도치 않았던 범죄로 인해 면허가 취소되는 것을 막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의사면허 결격 사유 매우 중요하다”며 “면허는 생존권의 문제다. 자구 수정을 통해 회원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방침을 가지고 있는데, 과실범은 당연히 빠져야 한다는 생각이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전문간호사 등 문제도 이정근 상근부회장을 중심으로 노력하고 있는데, 최선을 결과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의사면허 내용을 다룬 의료법 개정안은 수술실CCTV 설치법과는 비교불가한 파급력을 가지고 있다. 수술실CCTV 설치법의 경우 진료과별로 이해관계가 상이한데, 의사면허는 13만 의사들 모두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전문간호사 등에 대해서도 의협은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31일에는 이정근 상근부회장이 정부 세종청사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섰고, 이 회장이 이 자리에 방문해 격려했다. 이달 1일에도 연준흠 보험이사가 릴레이 1인 시위에 참여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투쟁은 시도의사회장협의회·대의원회·대개협 등 의견 수렴 후 결정 최후카드”
아울러 이 회장은 수술실CCTV 설치법 이후 일각에서 제기된 ‘투쟁’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 대의원회, 대한개원의협의회 등 단체의 의견을 적극 수렴할 뜻임을 밝혔다. 이들을 중심으로 꾸려진 ‘거버넌스’에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최대집 회장 때처럼 집행부가 일률적으로 끌어가는 투쟁은 파급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시도의사회장협의회, 대의원회, 대개협 등 거버넌스 회의가 있다”며 “투쟁과 관련한 부분은 의견 수렴을 거칠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정부여당에서 회원 권익을 침해하는 법안을 밀어 붙인다면 투쟁을 해야 하는데, 무모하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비록 수술실CCTV 설치법 통과 자체를 막지는 못 했지만, 이 회장은 취임 이후 여야 법제사법위원회·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 70여명을 만났는데, 투쟁에 앞서 회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을 다시 확인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