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민식 기자] 지난 1년은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공중보건의사들의 존재감이 그 어느 때 보다도 돋보였던 한 해였다. 혹자는 우리나라에는 대거 방역 일선에 투입 가능한 공보의라는 의료인력이 있었던 덕분에 코로나19 초기 방역에 선방할 수 있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런 공보의들 중에는 코로나19와 맞서면서도 동시에 공보의들의 고충 해결과 각종 민원 처리를 묵묵히 수행했던 제34대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김형갑 회장도 있었다.
그는 “내가 하지 않으면 누가 하겠느냐는 ‘의무감’으로 힘든 순간들을 버텼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의 임기는 오는 2월 28일 마무리된다.
김 회장은 지난 1년간 광양, 대구, 제천, 세종 등 전국 곳곳을 옮겨 다니며 보건소와 생활치료센터 등에서 코로나19 대응에 힘썼다.
그 와중에 쏟아지는 공보의들의 민원을 처리하고, 복지부와도 한 달에 80통씩 통화를 하며 다양한 사안을 조율해 왔다. 코로나19 관련 수당도 처음 이야기가 나왔던 것에 비해 2.5배를 받는 데 성공했다.
코로나19 외에 기존에 추진하려던 회무 역시 소홀히 하지 않았다. 최근 대공협 자체적으로 검토한 결과, 코로나19 등 각종 악재가 겹쳤음에도 공약 이행률이 70~8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방역 최일선에서의 책임 등 무게감 느낀 1년"
"공약 사항 70~80% 이행, 저출산 속 공보의 육아휴직 활성화 성과"
"회장 직 수행으로 지쳤지만 조혈모세포 기증 위해 퇴임 후 건강 관리할 것"
김 회장은 "공보의들의 육아휴직 사용 활성화를 뜻깊은 성과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당초 지자체나 복지부는 공보의들의 육아휴직 사용에 난색을 표해왔었다.
그는 “사회적으로 출산율이 심각한 상황임을 근거로 관련 자문위에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요청했고, 이후에 각 지자체 사정에 맞춰 가급적 육아휴직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처음에 비해 점차 사용 시간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아쉬웠던 점으로는 공보의들을 위한 교육시스템을 완성하지 못한 것을 꼽았다. 공보의로 근무하면서 생기는 궁금증에 대해 강의를 제공하는 형식으로, 당초 올해 2월까지 1차적으로 완성할 예정이었다.
교육 커리큘럼을 구성하는 등 2년 간 열심히 준비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마무리 하지 못했다는 그의 답변에서 아쉬운 기색이 짙게 묻어났다.
김형갑 회장은 최근 조혈모세포 기증을 하게 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5년 전 기증희망자 등록을 해뒀었는데 지난 2월 초 조혈모세포은행으로부터 일치자가 나왔다는 연락을 받은 것이다.
1년간 숨 돌릴 틈 없이 달려온 상황에서 조혈모세포기증이 부담스러울 법도 했지만 그의 대답은 의연했다.
“조혈모세포 기증은 정말 좋은 일이다. 사실 회장 업무 때문에 몸이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회장직 퇴임 후에는 열심히 운동해서 건강한 상태로 기증할 수 있도록 준비할 예정이다.”
방역 활동에 조혈모세포 기증까지. 자신이 가진 것들을 아낌없이 내줬던 김형갑 회장은 전역 후에는 유전역학 분야 연구를 위해 미국 유학을 준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