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 병원계 초미의 관심사인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 공개를 앞두고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돌연 설명회를 취소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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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종합병원 진료권역 재설정 여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해 왔던 상황을 감안하면 보건복지부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한다는 분석이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30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서울사무소 대강당에서 ‘제4기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 기준 개선안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이 자리에서는 오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상급종합병원 자격을 부여받을 수 있는 평가기준이 전격 공개될 전망으로, 병원계의 이목이 집중돼 있었다.
제4기 지정평가의 최대 화두는 단연 ‘진료권역’이었다. 그동안 진료권역 재설정에 대한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됐고, 복지부도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이번 설명회 연기 역시 복지부의 고민을 방증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의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 개선방안 연구용역 결과가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지금까지의 진료권역은 △서울권 △경기 서북부권 △경기 남부권 △강원권 △충북권 △충남권 △전북권 △전남권 △경북권 △경남권 등 10개 권역으로 나뉘었다.
하지만 지나치게 광범위한 진료권역으로 대도시 중심의 상급종합병원 지정 쏠림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김윤 교수는 진료권역 세분화를 제안했다.
대표적으로 경북권역의 경우 3기 지정기관 5개소 모두 대구에 몰려 있고, 전남권역 역시 3개소 중 2개소가 광주에, 경남권역은 6개소 중 4개소가 부산에 집중돼 있다.
이에 따라 김 교수는 진료권역 기준을 인구 100만명, 지역 환자수 40% 이상, 이동거리 120분으로 설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가령 경남권역을 부산, 울산, 경남으로 나누는 방식이다.
이렇게 될 경우 현재 10개이던 진료권역이 19개, 혹은 22개로 늘어나게 된다. 그에 따라 상급종합병원 수도 자동적으로 확대되는 모형이다.
그러나 이러한 진료권역 재설정 방식을 놓고 갈등이 촉발됐다. 각 병원들이 유불리에 따라 찬반으로 나뉘면서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거듭됐다.
복지부는 병원계 반발을 감안해 일단 제4기 지정평가에서는 해당 연구결과를 반영하지 않기로 했지만 진료권역 소폭 재설정 가능성은 열어뒀다.
때문에 지난 12일 예정됐던 상급종합병원평가협의회에서 결론이 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복지부는 돌연 회의를 취소했다. 그만큼 부담이 컸다는 분석이다.
결국 복지부는 병원계 내부 의견조율이 쉽지 않다고 판단, 오는 30일 설명회를 통해 평가기준 개정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다만 그동안 논의를 이어온 상급종합병원평가협의회와 사전에 개정안 내용 공유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장 민감한 쟁점인 진료권역 재설정은 배제시킬 것이란 관측도 있다.
병원계 한 인사는 “복지부가 협의회와의 없이 독단적으로 진료권역 재설정을 하기에는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며 “설명회에서 중증도 지표 등 일반적 기준만 공개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