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근빈 기자] 올 하반기 의료계의 가장 큰 화두는 진료비 심사체계 변화다. 지난 40년간 유지됐던 건별 심사방식에서 진료비의 큰 흐름을 진단하는 형태로 분석심사로의 전환이 이뤄지는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독립적인 심사구조에서 지역별, 분야별 전문가 의견을 수용하겠다는 목표가 세워졌고 만성질환 위주의 분석심사 선도사업이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의료계의 불신은 큰 상태다. 분석심사를 기반으로 더 쉬운 삭감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의료계와 심평원과의 갈등이 하루, 이틀 얘기는 아니지만 어떤 상황 속에서도 동행할 수밖에 없는 관계임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이를 원만하게 풀어내기 위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의 고민은 깊을 수 밖에 없다.
데일리메디 창간 16주년을 맞아 인터뷰에 응한 김승택 심평원장[사진]은 ‘의료계와의 끊임없는 소통’을 재차 강조하며 심사체계 개편의 성공적 정착을 선결과제로 꼽았다.
김승택 원장은 “본래 분석심사가 구상된 취지 자체가 의료인에게 전문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고 동시에 책임감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지금은 이 변화에 대한 오해가 많은 시기이지만 이해로 전환하는 과정을 잘 거칠 것”이라고 밝혔다.
"심사기준 전면 재정비 추진"
우선 분석심사 선도사업이 시작됨에 따라 의료계와의 상시적 소통채널 운영을 통해 시행 과정에서의 문제점과 개선사항을 면밀히 분석·반영하겠다는 계획이다.
대내외 핫라인을 개설해 현안과 논란이 되는 사안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절차를 만드는 것은 물론 의료현장 혼란을 최소화하고 분석심사가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기관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심사체계 개편 로드맵에 따라 분석심사는 1년간 선도사업을 통해 효과분석 및 보완을 거쳐 단계적으로 확대해 2023년 전면개편을 목표하고 있다.
김 원장은 “분석심사는 국민에게 적정 의료서비스를 보장하고 의료인의 전문성·자율성을 존중하는 진료환경을 만드는데 기여할 것이다. 일부 의료계 우려의 목소리는 선도사업을 진행하면서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불식시켜할 과제”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현행 심사방식 개선도 동시에 추진할 것이다. 지난해 의정협의체에서 제기된 의료계 요구사항을 적극 반영해 나갈 계획으로 심사기준 전면 재정비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매월 공개되는 심의사례의 경우, 필요하면 고시 및 심사 지침에 담는 등의 과정을 거쳐 심사 예측성을 높이고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각오다.
문재인케어 이후 쏠림현상은 아직 불분명···"객관적 분석 필요"
문재인케어 시행 이후 대형병원 쏠림현상 가속화 문제는 의료계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 안건이다. 이는 다소 복잡한 개념과 가치판단이 있어야 한다.
일련의 문제 제기와 관련해 김승택 원장은 명확하게 선을 긋지는 않았다. 다만, 아직 불분명한 부분이 있으므로 면밀한 분석을 통해 개선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그는 “대형병원 집중 현상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고 예전부터 있었던 현상이다. 2008년에서 2018년까지 10여년간 통계현황을 살펴보면 문케어로 인해 대형병원 환자집중이 급격히 가속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뇌·혈관 MRI검사, 상급병실 2~3인실 급여화 등이 지난해 하반기에 시행됐고 앞으로도 단계적으로 보장성 강화가 이행될 예정이므로 향후 추세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김 원장은 “현재 심평원은 대형병원 환자집중과 관련해 다양한 지표를 토대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문케어 이후 쏠림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분석과 연구를 통해 답을 찾아가겠다”라고 말했다.
민원인 등과 진솔한 대화로 친근한 심평원 이미지 제고
근본적으로 심평원은 진료비 청구를 엄격하게 파악하고 심사 및 조정해야 하는 것이 주 업무이기 때문에 의료계와의 갈등이라는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과정은 ‘적정수가’라는 가치와 충돌하게 됐고 결국 문재인케어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갖게 되는 모습으로 변질됐다. 이는 심평원장이 풀어내기 어려운 숙제이기도 하다.
사실 김승택 원장이 2년 여전 취임 당시부터 가장 강조했던 부분은 의료계와의 긍정적 관계 형성이었다.
실제로 그는 의료계와 열린 자세로 지속적 논의하고 의견수렴 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깊숙이 자리 잡은 불신을 없애고자 노력했다. 의약단체 방문, 의약단체장 간담회, 광역별 의약단체장 간담회, 시민참여위원회 운영 등에 직접 참여해 관계 개선에 주력했다.
하지만 오해를 이해로 바꾸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그는 “보장성 강화 과정에서 건강보험제도를 유지하는 큰 축의 하나인 의료계의 반대가 존재한다는 점은 항상 아쉽다. 그간 허물없는 대화를 통해 많은 부분의 오해를 불식해 왔지만 아직도 더 진솔한 소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더욱 힘쓸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의료계가 적정수가 보장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다는 점은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의료기관이 건강보험료만으로 충분히 운영될 수 있도록 정부당국과 함께 의료계와 소통하면서 차근차근 문제를 풀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성공적 원주 2차 이전과 인재육성 방안 적극 모색
심평원 내부적으로 가장 큰 숙제는 올 연말 진행되는 원주 2차 이전이다. 그간 심평원의 상징이기도 했던 서초동 시대를 완전히 마무리하고 원주 본원으로 이동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심평원은 정부 공공기관 지방이전 정책의 모범적 이행을 위해, 2015년 11월에 1차 지방이전(당시 1145명)을 완료했고, 올해 11월에는 11개부서를 대상으로 약 1100명의 직원이 2차로 이동한다.
현재 2사옥 준공일인 11월25일을 기준으로 사무공간 배치를 완료하고 사무환경 조성과 부대시설, 직원 정주여건 확보 등을 위한 계약 및 행정처리 등을 진행 중이다.
김 원장은 “2차 이전은 11월25일에서 12월 중순까지 순차적으로 완료하고 서울 임차사무실 원상복구 등 후속조치도 진행할 예정이다. 1차 이전의 경험을 바탕으로 직원들이 최적의 조건에서 업무 할 수 있는 사무환경을 조성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원주에 본원 직원들이 모두 정착하는 과정 속에서 심평원이라는 기관 자체의 역량강화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 그의 또 다른 목표다.
김 원장은 “앞서 언급했던 심사체계 개편, 현행 심사방식 개선 등 심평원이 추진 중인 사업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서는 현장중심 소통과 더불어 심평원 구성원의 역량강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인재육성 중요성은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기 내 역량 있는 인재를 채용해 적절한 업무에 배치하고 지속적인 교육 및 학습을 통해 전문인재를 양성하여 재배치하는 등 인재육성 시스템을 선순환적으로 고도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일례로 심평원은 올 1월부터 인재개발혁신팀을 조직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구성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인사, 교육, 승진, 전보 등에 대해 고민과 해결방안을 만들고 있다.
김 원장은 “해결방안을 하나씩, 하나씩 해결해 나가다 보면 뛰어난 역랑을 가진 보건의료전문가 조직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보건의료 전문가 조직을 구축하는 것이야 말로 심평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