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의 분만이라는 의료행위는 그 자체가 위험을 내재하고 있다. 임신한 여성은 누구나 겪어야 할 출산이라는 과정은 고도의 위험이 상시 동반하는 상황으로, 의료인은 불가피하고 돌발적이며 예기치 못한 의료사고에 직면할 수 있다.
산모한테 출산과정에서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가 발생했다면, 이는 의료인의 과실이 없음을 전제로 한다. 의료인의 과실을 입증하지 못한 경우가 아닌 의료인의 과실이 전혀 없음에도 의료사고는 발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분쟁조정법에서는 불가항력의료사고의 경우 제한적으로 무과실 책임보상제도를 도입했으나, 과실이 없는 의사에게 비용을 100% 부담시킨다.
국가가 부담해야 할 재원의 30%를 분만 산부인과 병·의원에 부담토록 하는 것도 모자라 의료기관에 지급해야 하는 보험료 지급분에서 원천 징수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을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통과시킨 것이다.
이번 개정안은 의료분쟁의 대부분이 강제로 자동개시 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의료분쟁조정원에 조정 신청된 사건의 47.6%가 조정절차가 개시됐으며 지난해 조정개시율은 57.2%로 크게 상승했다.
이는 조정신청시 자동개시되는 법률 개정에 의한 것으로 ‘조정절차의 자동개시’가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되나, 피신청인의 동의를 얻어 조정절차가 개시된 경우도 49.1%에 달해 조정 참여가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의료계와 단 한 차례 협의도 없이 추진된 강제조정법 중단돼야"
의료분쟁조정 자동개시법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조정 개시율을 올리기 위한 졸속 입법의 사례다. 의료분쟁조정 자동개시법이 입법되는 과정에서 그 동안에는 사망과 장애등급 1등급이 그 대상 이었지만 국회 보건복지위는 내년부터 자동개시를 모든 장애로 확대시키는 내용의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의료계와 단 한 번의 협의도 없이 모든 장애를 당연 개시 대상으로 확대한 것은 절차적 정당성, 체계적 정당성, 입법 효율성 등 다양한 원칙에 위배되는 부실입법으로, 대부분의 의료분쟁이 장애를 동반할 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 의료진 의사에 반하는 강제조정법이다.
산부인과의사회는 불가항력 의료사고 분담금을 요양급여비에서 강제 징수하는 법안에 대해서도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이번 개정안에 대한 반대 의견을 대한의사협회를 통해 제출했다. 의료사고 분담금은 국가에서 부담해야 한다. 해당 법안이 국회를 최종 통과한다면 의료분쟁조정 결정을 모두 거부하는 방법도 검토 중이다.
산부인과 조정개시율은 2012년 37.1%였으나 2013년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제도' 시행 영향으로 2013년 62.2%로 급증했고 2016년에는 67.6%까지 높아졌다. 연 평균 62% 가량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산부인과의사회는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 분담금 요양급여비용 징수(안 제46조제4항 신설) 조항 신설에 대해서도 반대하는 입장이다.
현재 의료행위상 과실이 없어도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해 보건의료기관 개설자에게 그 재원을 분담시키고 있다. 이는 과실책임주의 법리를 훼손하는 것이다. 보건의료기관 개설자의 납부 의사에 관계없이 비용부담을 실질적으로 강제화하려는 국회 입법은 반드시 중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