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다·최고 수술 뒷받침하는 '마취의(醫)'
진지현 교수(서울아산병원 마취통증의학과)
2022.05.25 06:27 댓글쓰기

[기획 上]2021년 서울아산병원에서는 2만2000건의 암수술이 이뤄졌다. 국내 최다 수치다. 하루에만 70~80명의 암환자가 수술을 받았다. 이 정도 규모 수술건수 기저에는 수 많은 의료진의 노력과 협업, 희생이 자리한다. 어느 한 역할 빠짐없이 중요하다. 이들 중에도 특히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영웅'이 있다. 바로 마취전문의다. 마취전문의는 보통 '환자를 만나지 않는 의사'다. 대부분의 큰 수술은 마취를 동반하지만, 시술 과정에서 의사와 환자가 마주하는 시간은 극히 짧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대다수 환자 및 보호자들은 마취의사 역할에 대해 잘 모른다. 하지만 일선 의료현장에서 마취전문의 존재감은 사뭇 다르다. 마취는 환자 생명과 직결될 수 있는 고난이도 의료행위로, 숙련된 전문인력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 때문에 병원에서 큰 수술 일정을 잡을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는 사안 중 하나가 마취의사 일정 또는 시간표다. 흔히 대학을 포함 대형병원에선 '마취통증의학과 학술대회 기간에는 수술 잡기가 힘들다'라는 농담 섞인 진담이 나올 정도로 이들의 역할은 대체 불가능하다. 서울아산병원 마취과 의사들은 국내 최다 수술과 최고 수술을 뒷받침하며 수술 의사는 물론 환자와 보호자의 든든한 버팀목인 수술실 뒤 숨은 영웅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환자 생명 보존을 위해 분투하는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진지현 교수는 서울아산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의국의 대표 여교수다. 지난 2008년 임상강사로 합류한 그는 15년 가까이 서울아산병원에서 이뤄지는 수술에 참여하고 있다.


일반 환자들은 잘 모르지만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들도 전문 분야를 갖고 있다. 진 교수의 경우 심폐마취다. 최근 데일리메디와 만난 진지현 교수는 심폐마취 전문의 역할을 포함 전반적인 마취 분야에 대해 자세한 얘기를 들려줬다.


Q. 마취전문의 선택 계기는

-환자 혈압이나 심박수를 다뤄 생명에 직결되는 일을 하는 의사라는 점에 매력을 느껴 선택했다. 수술 중에 환자의 혈압이나 심박수가 적절한 범위 안에서 유지될 수 있도록 수액 및 약물을 투여하고, 이것이 결국 환자의 장·단기적 예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하는 게 마취과 전문의로서 중요한 역활이다. 그 역할에 최선을 다하려고 하며 이러한 마취과 의사 역할에 만족한다.


Q. 전문 분야가 심폐마취다. 구체적인 역할은

-심장수술 환자들의 마취를 담당한다. 수술 전(前) 심장상태와 전신질환에 대해 평가하고, 수술 중 마취 및 혈역학적 안정성을 유지하는 게 주된 업무다.  이를 위해 여러 장치를 이용해 모니터링하고, 이에 근거해 치료하고 있다. 심장수술에서 반드시 필요한 경식도 초음파를 이용해 환자의 심장상태를 평가하는 일도 한다. 수술 후에도 합병증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집도의와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인다. 또한 수술 후 심장기능 변화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심장이나 폐 수술은 대부분 생명과 직결된다. 다른 진료과와 같이 마취통증의학과 역시 환자의 더 나은 예후를 위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각 전문분야별 마취과 전문의들이 주기적인 스터디를 진행한다. 현재 심폐마취 전문의 스터디 그룹을 이끌고 있다. 마취전문의들 하루는 바쁘게 돌아간다. 가장 큰 업무인 수술은 다른 진료과와 협업이 필수로, 다른 전문의들과 환자 상태를 공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의국 안팎으로 뛰어다니다 보면 하루가 눈 깜짝 할 사이에 지나간다. 


Q. 대학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일과는

-아침 7시 40분 당일 수술할 환자들에 대해 발표하고 확인하는 미팅을 하고, 8시부터 마취를 시작한다. 의국 내 스터디 등의 활동도 한다. 전임의 및 전공의에게 각 환자의 질환과 상태에 따라서 특별히 신경써야 할 부분에 대한 설명을 포함한 교육을 진행하기도 한다.

심장수술은 집도의와의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 마취과 의사가 수술 과정을 이해하고 집도의와 소통을 해야 수술 중 발생할 수 있는 혈역학적 불안정성 상태에 대해 정확히 진단하고 적절한 치료가 가능하다. 마취전문의들이 가장 ‘긴장할 때’는 수술 직전이다. 특히 심장수술은 다른 수술에 비해 응급수술이 더 빈번해 즉각적인 준비 및 적절한 대응이 중요하다.


"환자가 잠든 사이 수술실 드라마 시작, 생명 직결되는 업무 수행 자긍심"

"환자 혈압이나 심박수 다뤄 생명에 직결되는 업무 수행하는 마취의사"

"인식 많이 낮지만 마취행위는 환자 생명 직결, 관심 높아져야"

"고도의 전문성 필요로 하는 마취행위 수가 많이 미흡해 개선 필요"


Q. 실제 수술에서 마취전문의 참여는 어떻게 되는지

-수술 전 환자 상태를 파악하고, 마취 중에는 환자의 혈역학적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적절한 모니터링 방법을 선택해 환자의 혈압이나 심박수를 모니터링하고 이에 근거하여 적절한 치료를 하게 된다. 심장수술을 받는 환자들은 심장뿐만 아니라 전신적인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으며, 고위험 수술인 만큼 모니터링을 위해 이용하는 장비가 다른 수술 대비 많다. 그 중에서 심장기능을 포함해 환자의 혈역학적 불안정성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경식도 초음파 검사를 시행한다.

이 처럼 마취전문의들은 수술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환자들과 대면시간이 짧은 만큼 이들이 어떤 업무를 수행하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는 ‘마취행위’에 대한 중요성이 제대로 인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생명에 직결되는 만큼 환자들의 관심 역시 높아져야 한다.


Q. 마취전문의에 대한 환자들 인식이 낮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직도 마취과 의사 역할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환자들이 많다. 이런 상황을 마주할 때 마다 우려된다. 마취과 전문의에 대한 인식 부재는 결국 마취가 지니는 위험성을 알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위험성은 환자의 주요 장기 기능이 감소돼 있을수록, 전신 상태가 나쁠수록, 그리고 고위험 수술에 속하는 경우일수록 위험성이 증가한다. 위험성이 증가할수록 마취과 전문의 역할이 중요해 질 수 밖에 없으며, 전문의가 마취를 하지 않는 경우 환자 생명에 영향을 줄 수 도 있다. 이러한 인식 부족은 결국 환자 안전과 직결될 수 있는 문제인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

다른 임상의사와 달리 환자와의 교류가 많지 않은 게 마취전문의 특징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 수술현장에서는 이러한 마취의들과 환자 간 소통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Q. 마취전문의는 일반 임상의와 달리 환자와 대면할 기회가 많지 않을텐데

-환자를 대면할 일이 많지 않은 것은 장점이자 단점이다. 환자와 보호자들을 대면하면서 받는 스트레스가 타과에 비해 적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환자의 전신적인 상태를 잘 파악하고, 수술 후 합병증으로 연결될 수 있는 부분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환자 얘기를 들으면서 상태를 파악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수술 전(前) 질환뿐만 아니라 환자의 기능적 상태를 평가하기 위해 대화하고 수술 후 중환자실 회진을 돌면서 환자와 대면할 시간을 늘려가고 있다. 


Q. 마취전문의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해 필요한 정책이 있다면

-현재는 한 명의 마취전문의가 2~3개 수술방 환자들의 마취를 담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문의가 아닌 전공의들이 각 방의 환자들을 일차적으로 보고, 마취전문의는 전공의들이 보는 2~3개 수술방을 관리·감독하면서 환자 상태가 안 좋은 경우에 집중해서 보게 된다. 각 병원별로 시스템을 갖춰 운영되고 있으나, 결국 이러한 제도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문제는 환자 안전과 직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와 같은 시스템으로 운영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역시나 '수가'다.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마취행위에 대한 수가가 미흡하다. 마취과 전문의가 한 명의 환자를 집중해서 볼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은 환자 안전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수가체계 개선이 절실하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진 교수는 동료 마취의사들에게 격려의 말을 전했다.


그는 “마취과 의사는 환자 생명과 직결돼 있는 일을 하며, 수술 예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역할을 하는 의사”라면서 "같은 동료로서 자긍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수술 예후를 향상시키기 위해 전반적인 주술기 관리에 관심을 갖는 마취의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 분야는 꾸준히 정진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진 교수는 특히 “지금까지 그러했듯이 마취의 개인적인 노력과 상호 협조를 동시에 기울여 나가자"고 동료 교수들과 전공의들에게 당부와 격려의 뉘앙스가 가미된 말을 전했다.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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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표년 05.25 20:32
    미국에서는 동물실험을 해도 실험동물이 아품을 느끼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공포를 느끼지 않아야 합니다. 우리 주변에 마취를 필요로 하는 곳은 너무 많은데 수가가 낮아 마취 전문의가 직접 관여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면내시경을 하더라도 마취의 또는 마취전문간호사가 없이 의사 혼자서 내시경과 마취를 하니 사고가 나는 것입니다.
  • 마취 05.25 10:39
    마취통증의학과는 전공의 지원시 경쟁률높은 인기과인데 다른과보다 편해서 그런거로 알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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