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수술 수요 대비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서 극한의 위기에 처한 흉부외과가 ‘정도(正道)를 걷겠다’고 선언했다.
17일 서울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춘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간담회에서 김경환 이사장(서울대병원 흉부외과장)은 “수년 째 답보상태인 흉부외과 문제는 의사 개개인과 학회만의 노력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며 “정부가 나서서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특별법 제정 등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학회에 따르면 신규 흉부외과 전문의가 지난 1993년 57명에서 지난해 21명으로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급기야 오는 2024년부터는 은퇴자 수가 신규 전문의 수를 역전할 것으로 관측된다.
전공의 충원도 암담하다. 2009년 이후 수가 가산금 제도가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매해 흉부외과 전공의는 정원의 50%만 채워지고 있다. 지난해 21명, 금년도는 23명에 불과했다.
현재 전국 흉부외과 전공의를 받을 수 있는 수련병원은 45곳인데, 이중 1~4년차가 모두 제대로 있는 병원은 전국에 5곳 뿐이라는 설명이다.
상황은 이렇지만 김경환 이사장은 “우리는 힘들더라도 제대로 키우기로 결정했다”며 “흉부외과 전공의 수련을 3년제로 전환하는 일은 결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특별법 제정해서 수가 가산 절실"
이어 “흉부외과에서 수련의 질 저하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외과와 더 차별성이 적어져 전공의 지원율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인력 충원을 위해 내부적으로 ‘수련기간 단축’이라는 최후의 카드는 선택지에 넣지 않은 학회는 외부에 손을 뻗기로 했다.
정부 차원에서 흉부외과 실태·정책·인력 수급을 철저히 조사, 현실을 알아봐달라고 촉구한 것이다.
학회에 따르면 현행 수가제도 내에서 흉부외과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의사 1인당 수술량 및 업무강도를 늘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인력수급에 번번이 실패하고 있어 수술 특수성·질병 중등도·난이도 등에 따라 수가 제도를 획기적으로 바꾸는 것이 가장 현실적 대안이라는 게 학회 측 주장이다.
이밖에 전공의를 병원·학회 차원이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는 전공의 국가책임제, 군복무 대체제, 국가장학금 제도 등을 시행해 줄 것을 요구했다.
절대적으로 필요한 PA 법적지위 인정·수가 가산금도 학회 지원 추진
학회는 ‘흉부외과 특별법(가칭)’을 제정해 체외순환사 등 진료지원인력(PA)의 법적 지위도 확보해 국가에서 관리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김경환 이사장은 “PA에 대한 이중적 시각이 있다. 그런데 수술 시 많은 인력이 필요한 흉부외과 입장에서 안타까운 면이 있다”며 “PA는 의사가 위임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PA가 하는 일을 그동안 인턴과 전공의가 해왔다”며 “지금은 전공의 충원이 안 되고 있고 충원되더라도 전공의법에 따라 주 80시간만 일해야 해 업무 공백이 심각하다”고 호소했다.
이에 흉부외과에서 PA는 필연적으로 필요한 인력이지만 이들에 대한 법적 지위가 보장돼있지 않고 적절한 보상도 이뤄지지 않아 숙련 PA들의 이탈도 잇따른다는 전언이다.
이러한 요구들과 관련해 학회는 오는 8월까지 보건복지부로부터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학회는 기존 수가가산금 지급 대상도 의료기관에서 학회로 확대하는 것을 추진한다.
김경환 이사장은 “흉부외과 수가가 가산되면서 병원들 입장에서 약간 적자를 면한 정도의 상황”이라며 “병원에서 다 사용하고 흉부외과에 덜 쓰는 경향이 아직 큰 것 같다. 실태조사가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정의석 기획홍보위원장도 “수가 가산금 운용 최소 비율 준수는 관련 조항에 따라 전공의가 있는 병원에서만 강제할 수 있다”며 “우리나라 흉부외과 보유 병원 중 전공의가 있는 곳은 절반 뿐이다. 정확한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학회는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해 ‘사단법인과 미래포럼’을 출범시켰다.
김 이사장은 “이를 통해 복지부 수가지원금 일부를 학회로 받고, 이를 전공의·PA·전문의 교육 및 수련 질 유지를 위해 사용하겠다는 의견을 냈다”며 “복지부도 우호적인 입장”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