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의약품 자주권, 가능성 확인·자만 금물"
배병준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 이사장
2022.07.18 05:45 댓글쓰기



코로나19 사태가 어느덧 3년을 바라보고 있다. 정부는 팬데믹을 계기로 의약품 자주권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지난해 3월 셀트리온 항체치료제 ‘렉키로나’, 금년 6월 SK바이오사이언스 백신 ‘스카이코비원’ 출시로 세계 3번째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자주국이 됐다.


자주권 최종 관문은 ‘임상시험’이었다. 임상시험 문턱을 넘을 수 있었던 데는 국내 제약사들의 노력과 함께 숨은 조력자 역할을 맡은 ‘국가감염병임상시험사업단’ 공로가 컸다. 


데일리메디가 사업단장을 맡아온 배병준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KONECT) 이사장을 만나 출범 2주년을 맞은 사업단의 성과와 KONECT의 향후 미래 비전 등을 들었다. 


"임상 현장 어려움 줄이고, 국민 참여 높이는 방향 정책 추진"


“보건복지부를 떠나 KONECT 이사장으로 부임한 첫날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이때부터 해야 할 일이 많아지겠구나’ 직감했다. 결국 백신‧치료제 개발이 핵심 과제가 될 것이고, 신약 개발에서 임상시험 비중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배병준 이사장은 감염병의 체계적 대비 필요성을 통감하고 사업단 출범을 준비했다.


국가감염병임상시험사업단은 지난해 2020년 7월 정부가 코로나19 치료제‧백신 신속 개발의 시급성을 고려해 임상시험의 체계적 지원 및 역량 집중을 위해 설립했다. 사업단의 핵심 과제는 ‘국가감염병임상시험센터’ 구축이었다.


효율적인 임상시험 추진을 위해 환자 확보가 수월한 감염병전담병원 및 지역의료원과 상급종합병원 간 컨소시엄을 구축해 치료중심 기관에서 임상을 병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왔다.


배병준 이사장은 "특히 중요한 점은 각 기관의 생명윤리위원회(IRB) 통과 여부였다"며 "식약처가 중앙IRB를 출범하기는 했지만 현재는 옥상옥이라는 현장 의견이 많다"고 술회했다.


이어 " 중앙IRB 통과를 하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개별 IRB 심사가 또 진행되면서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실제 이번 백신‧치료제 개발에 추가로 1~2개월이 더 걸렸다"고 덧붙였다.


컨소시엄에서는 단일 IRB, 공동 IRB 상호 인정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신속한 임상시험 진입이 가능하게 하고, 일선 의료기관에서 임상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그 결과, 계명대 동산병원과 성남시의료원, 빛고을전남대병원 등이 임상시험 실시기관으로 지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배병준 이사장은 사업단이 해결한 또 다른 핵심 과제로 ‘참여자’ 모집을 꼽았다. 임상시험 포털사이트를 구축하고 사전참여의향서를 받아 환자들의 임상시험 참여를 독려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제약사 주도 임상시험은 세계 6위인데 반해 참여자 수는 19위에 머물렀다. 참여율이 상대적으로 저조해 인식 제고 노력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전참여의향서를 통해 진입 장벽을 낮추고 임상시험 포털을 구축해 현재 진행 중인 임상시험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직접 임상기관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체계적 안내를 위한 임상간호사 출신 상담원을 채용했고, 이 체계가 꾸준히 유지될 수 있도록 해당 제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IRB‧비용 경쟁력 문제 공통 제기, 정부 사업에 반영 희망"


배병준 이사장은 사업단의 성과가 단순히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성과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내 전반적인 임상시험 인프라 개선 및 제약산업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최근 국‧내외 임상시험수탁기관(CRO)과 간담회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했다"며 "이들은 공통적인 어려움으로 IRB와 비용 경쟁력을 지목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의 경우 기관별 IRB 중심인데, 해외는 지역별 IRB 체제인 경우가 많다"며 "이번에 사업단에서 운영했던 상호인정제 등은 향후 IRB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문제로 지적된 것은 비용 경쟁력이었다. 경쟁 국가의 급부상과 함께 코로나19로 비대면 분산형 임상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배병준 이사장은 "현재 중국과 호주가 무서운 속도로 따라붙고 있다"며 "특히 호주는 정부 차원에서 인센티브를 운영하고, 임상 1상은 승인이 아닌 통보제로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또 비대면 분산형 임상이 대세가 되면서 원격 모니터링 중요성이 부상하고 있다"며 "외국에서는 CRO 기업들이 임상 참여자 개인정보를 비식별화 전제로 볼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불법"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임상시험 전문인력 부족으로 인한 추가 유치 어려움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다.


그는 "현재 복지부에서 제3차 제약종합사업계획을 수립 중인데, 재단 차원에서 이 문제들이 사업 계획에 반영될 수 있도록 임상시험 발전방안을 만들고 있다"고 부연했다. 


"다국가 임상시험 적극 유치하고 규제 해소 위해 총력"


앞으로 KONECT는 업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용, 다각도 임상 지원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글로벌 빅파마의 다국가 임상시험을 유치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배병준 이사장은 "10년 전만 하더라도 다국가 임상에서 아시아 지역을 포함할 때 한국은 필수 코스였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고 냉철하게 진단했다.


이어 "현재 국내 미도입된 신약이 244개이고, 이중 항암제, 희귀난치성 치료제 등 필수적인 약이 34개"라며 "우선 도입이 필요한 약들의 조기 도입을 위해 과감히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KONECT는 최근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학술대회에 한국관을 설치해 국내 CRO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를 지원했다. 오는 9월 열리는 유럽임상종양학회 지원도 고려 중이다.


개별 임상시험 건수에 치중하기 보다는 최근 급부상하는 호주, 중국에 밀리지 않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임상시험 유치 경쟁력 강화의 또 다른 행보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임상시험 발전을 막는 규제 해소에도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각오를 분명히 했다.


배병준 이사장은 “임상시험과 신기술 결합이 세계적인 트렌드"라며 “현재 관련 연구회를 출범했다.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비대면 방식의 다국가 임상을 수행하고자 한다"고 포부를 전했다.


이어 "새로운 방식의 임상을 전면적으로 도입하려면 의료법‧약사법 등 현행법과 배치하는 부분이 많다. 앞으로 이런 부분들을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의사과학자 양성 및 구조 단일화 등 장기적 대책 부재에 대해서도 조언을 남겼다.


그는 "의과대학 졸업 후 연구의 길을 택하는 비율은 극히 드물다"며 "진료-연구 간 수입 차이도 문제이지만 학위를 위해 공부만 11년 해야 하는 현행 교육체계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파했다.


이어 "미국의 경우 의사와 박사학위를 동시에 취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립보건원(NIH)이 의사과학자를 위한 장기적 계획을 제시한다. 이런 부분은 벤치마킹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배병준 이사장은 "현재 연구개발 지원에 대한 구조도 너무 복잡하다"며 "후보물질 발굴은 과기정통부가, 임상 지원은 복지부가, 양산 지원은 산자부가 하는 등 흩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새정부 공약이었던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는 행정안전부 이견으로 신설이 지체되고 있다"며 "하루 빨리 혁신적 거버넌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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