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 글로벌 의사 육성의 요람으로 자리매김에 성공한 거창국제학교가 올해도 한국 의사면허 국가시험에서
100% 합격률을 기록하며 아성을 이어갔다
. 응시생
8명 모두 거창국제학교를 거쳐 헝가리 데브레첸 의과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이다
. 그 중에서도
‘최초
’라는 타이틀로 새역사를 쓰고 있는 한 학생에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화제의 주인공은
‘수석
’의 달인 조신영 씨다
. 그는 거창국제학교 수석 졸업을 시작으로 데브레첸 의과대학에서도
‘수석 졸업
’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 뿐만 아니라 이번 한국 의사국시에 합격하며 유럽
, 미국
, 한국 의사면허를 보유한 최초의 글로벌 닥터가 됐다
. 특히 거창국제학교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국내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서울대병원에서 전공의 수련을 시작한다
.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꿈꾸고 있는 그를 서울대병원이 자리한 혜화동 대학로에서 만났다
.
“글로벌 의사의 꿈, 이제부터 시작”
조신영 씨는 유년시절을 최전방에서 보냈다. 간호장교 출신인 어머니를 따라 군 관사에서 생활했다. 당시 환자들 돌보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자연스럽게 생명의 소중함을 느꼈다.
국군병원 특성상 촌각을 다투는 중증외상환자가 많았고, 어머니로부터 생생한 경험담을 전해들으며 생명을 지키는 의사가 되기로 마음 먹었다.
하지만 그의 교육과정은 여느 학생들과 조금은 달랐다. 보다 넓은 세상을 열어주고 싶었던 어머니가 중국 유학을 권했고,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그곳에서 다녔다.
이후 거창국제학교에 입학해 의학교육을 위한 기초를 다졌고, 헝가리 데브레첸 의과대학에 들어가 전세계 학생들과 호흡하며 글로벌 의사의 꿈을 키웠다.
‘졸업’이 ‘입학’보다 어렵기로 소문난 데브레첸 의과대학에서 그는 당당히 수석으로 졸업했다. 거창국제학교 출신 중 수석졸업 역시 그가 최초였다.
사실 전세계 학생들이 수학 중인 데브레첸 의과대학에서 한국 거창국제학교 출신들의 졸업율은 독보적이다. 그만큼 의대 입학 전부터 철저한 준비가 돼 있다는 얘기다.
그 어려운 관문을 ‘1등’으로 통과한 조신영 씨는 졸업과 동시에 유럽 의사면허는 물론 미국 의사면허까지 연거푸 취득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 들어와 예비시험을 통과하더니 이번 제84회 의사국시까지 단박에 합격했다. 그것도 상위 10%의 우수한 성적으로 대한민국 의사가 됐다.
그는 “글로벌 닥터의 첫 걸음은 꼭 한국에서 내딛고 싶었다”며 “한국인으로서 세계적 수준의 의술과 시스템에 대한 자부심이 큰 만큼 열심히 배우겠다”고 말했다.
‘다양성 한국 의료 상징’ 서울대병원이 품은 인재
조신영 씨는 오는 3월부터 서울대병원에서 전공의 수련을 시작한다.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고대의료원 등에서 수련 중인 거창국제학교 동문들도 많지만 서울대병원 인턴은 그가 처음이다.
서울대병원 역시 헝가리 데브레첸 의과대학 졸업자에게 문호를 열어 준 것은 조신영 씨가 최초다. 의사국시 고득점은 물론 그의 수려한 이력이 작용한 결과였다.
조신영 씨는 “국내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서울대병원에서 인턴을 하게 된 것은 무한한 영광”이라며 “배움의 기회를 열어 준 병원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국내 의과대학 졸업생들도 우러르는 병원에서 전공의를 시작하게 됐지만 걱정도 적잖다. 외국 의대생 출신이 갖는 한계점이 짐짓 배움의 걸림돌이 될 것 같아 여간 우려스러운게 아니다.
하지만 그는 지금껏 그래왔듯 새로운 변화에 주저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아직도 순혈주의 인식이 짙은 서울대병원의 문을 과감히 두드린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유럽, 미국, 한국의 의사면허 취득하면서 단 한번도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다”며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다 보면 더 넓은 세상과 삶의 지혜를 얻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대병원에서 인턴을 마친 후에는 어느 병원에서 레지던트 과정을 밟게될지 아직 모르지만 한국에서 무조건 전문의 자격을 취득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아직 전공과목을 정하지는 않았다. 인턴시절 많은 진료과목을 경험할 수 있는 만큼 가장 적성에 맞는 과목을 선택한다는 계획이다.
한국 의사국시 준비에 모교 도움 결정적···
“정직하고 따뜻한 의사 되도록 노력”
통상적으로 국내 의과대학들은 의사국시에 대비해 학교 차원에서 필기부터 실기에 이르기까지 재학생들에게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이역만리 외국 의과대학 졸업생인 조신영 씨에게는 모교인 거창국제학교가 있었다. 필기시험이야 개인 역량으로 준비할 수 있지만 실기시험은 혼자 힘으로는 역부족인 게 현실.
거창국제학교는 데브레첸 의과대학 졸업생에게 대한민국 의사 국가시험 응시자격이 부여된 지난 2014년부터 CPX/OSCE 술기센터를 운영 중이다.
한국 의사국시에 응시하는 졸업생들의 실기시험을 돕기 위해 직장항문모형은 물론 도뇨관 삽입, 기관삽관 등을 연습할 수 있는 각종 실습기구를 갖췄다.
여느 의과대학과 견줘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술기센터에서 거창국제학교 졸업생들은 한국 의사국시 실기시험을 준비한다.
100%에 육박하는 의사국시 합격률은 거창국제학교 함승훈 이사장의 제자들에 대한 무한 애정의 결과물이다. 학생들이 원하고 학생들에게 필요한 부분은 넘칠만큼 지원한다는 게 그의 교육철학이다.
조신영 씨 역시 이러한 모교에 고마움을 표했다. “몇 개월 동안 모교에서 의사국시를 준비했어요. 세심한 배려 덕분에 큰 어려움 없이 시험을 치를 수 있었어요.”
그는 “영국, 독일, 미국, 헝가리 등 세계 각국에서 의사로 활동 중인 동문들과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모교와 함께 의료봉사를 진행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단은 환자를 진심으로 위하는 정직하고 따뜻한 의사가 되는 게 첫 번째 목표다. 차후에는 세계보건기구(WHO)에 진출해 인류건강에 기여하고자 한다. 진정한 글로벌 닥터의 여정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