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전공의 모집 때마다 지방 소재 병원의 설움을 면치 못하던 울산대병원이 절치부심 끝에 웃었다. 3년 연속 전공의 지원율이 상향곡선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병원계에 따르면 울산대병원은 이달 초 마감된 ‘2022년 전반기 레지던트 모집’에서 0.92: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울산대병원 전공의 지원율은 최근 3년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2020년에는 0.72:1, 2021년은 0.88:1이었던 경쟁률은 매년 높아지는 추세다.
올해도 총 경쟁률은 미달됐지만 매년 정원대비 지원자 충원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의미 있는 흐름이다.
병원 내부적으로는 전공의 충원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마련, 실시하는 등의 결과물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인턴 수련만족도, 5점 만점에 2019년 3.7점→2021년 4.3점
실제로 병원이 자체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인턴 수련만족’ 조사 결과, 인턴들 평가는 지원율과 함께 올랐다.
올해 인턴 2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모든 항목의 만족도가 전년 대비 좋은 점수를 받았다.
조사는 ▲업무로딩 ▲근무시간 준수 ▲소통 및 협력도 ▲근무환경 ▲급여 등 5개 항목에 대해 실시됐다.
전체 설문조사 평균점수는 지난 2019년 3.7점(5점만점)에서 대폭 향상된 4.3점을 기록했다.
세부조사 결과에서는 매년 업무로딩이 줄어들고 근무시간을 잘 준수한다고 응답해 전공의들의 업무과중을 덜어준 것으로 나타났다. 소기의 성과 뒤에는 병원의 적극적인 노력이 있었단 설명이다.
앞서 울산대병원은 '최고 수준 급여'에도 불구하고 전공의 지원률이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상급종합병원 지정 실패에 이후 구성원들의 사기가 떨어진 시기였다.
이에 정융기 원장을 중심으로 주요 보직 교수가 머리를 맞대고 체질개선에 나섰다. 이후 최근 몇 년 새 수련 시스템이 대폭 개선됐다.
우선 전공의들이 가장 걱정하는 업무강도와 관련해 ‘주 80시간 근무’를 100% 준수했다. 당직에 대한 부담감을 덜기 위해 대부분 진료과에서 교수 숙박당직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선 인턴 지도교수제를 도입하면서 체계적인 수련지도를 시작했다. 자체 통합교육을 확대하고 외부 저명 강사의 초청 특강을 확대했다.
또한 수련과 거리가 먼 업무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전문간호사로 이뤄진 시술지원팀을 만들었다. 단순처치 등 간단한 시술 업무를 담당하면서 전공의들은 부담을 덜게 됐다.
이 밖에 수련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반영하기 위한 ‘병동업무 개선 실무위원회’를 정기적으로 열었다. 급여와 다양한 복지혜택 등 근무환경도 지속적으로 개선된 것으로 전해졌다.
권순찬 교육수련부장(신경외과)은 “비록 올해 정원을 모두 채우지는 못했지만, 지방 소재 대학병원으로선 나쁘지 않은 성적이라 생각한다”며 “전공의 지원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들이 조금씩 효과를 보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병리과, 응급의학과, 진단검사의학과 등 그동안 지원자가 없거나 적었던 과에서 미달이 나지 않으며 경쟁률이 오른 부분이 고무적”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올해도 소위 ‘기피과’ 충원에 실패한 것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정 부장은 “소아청소년과, 비뇨의학과, 흉부외과 등 비인기 전문과목은 지원자가 전무했다. 특히 가정의학과 지원이 없는 것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며 “수련만족도 데이터 등을 바탕으로 더 많은 인재를 유인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