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달라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코로나19를 계기로 한시적으로 허용된 전화상담 및 처방(비대면 진료)을 주로 하는 비대면 플랫폼 서비스 종료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며 ‘법제화’를 촉구했으나 최근에는 닥터나우 등 업체들에 대한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의약계에서도 비대면 진료를 둘러싸고 비대면 플랫폼 업체들과 샅바싸움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국회 입법조사처는 직능단체가 운영하는 플랫폼에 힘을 실어줬다. 최근 정보의학전문위(의학전문위)를 구성하고 비대면 플랫폼 개발에 나선 대한의사협회 등에는 호재다.
10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문직 플랫폼 공공화에 대한 심포지엄’에서 의료계는 물론 법조계 관련 플랫폼 업체들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눈에 띄는 점은 해당 토론회 주최자가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병기·김승원 의원이라는 사실이다.
김병기 의원은 “단순 상인이 아닌 공공성을 지니고 있는 전문직이기에 광고·중개가 엄격하게 규제되고 있는 변호사, 의사 등도 광고·중개 플랫폼 등장으로 몸살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승원 의원도 한국개발연구원을 인용해 “온라인플랫폼 핵심 기능인 매칭기제가 광고 수단의 하나로 활용돼 플랫폼 내 상품 간 객관적인 비교 및 경쟁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소속 보건복지위원회 의원들은 여당이던 지난해까지만 해도 비대면 플랫폼 업체들에 호의적이었다.
문재인 정부 마지막 국정감사에서 신현영 민주당 의원은 장지호 닥터나우 대표를 참고인으로 불러 “닥터나우 등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 많은 국민들에게 도움이 됐다”고 옹호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 등으로 한시적으로 허용됐던 비대면 진료가 종료될 경우 닥터나우가 사업을 지속할 근거를 상실할 수 있음을 우려한 것이다.
실제로 비대면 진료 관련 ‘입법’ 움직임도 민주당이 주도했다. 현재 보건복지위에 계류 중인 비대면 진료 관련 법안도 최혜영 의원안, 강병원 의원안 ‘2건’ 뿐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당선을 전후로 닥터나우를 방문하며 비대면 진료 제도화에 대한 의지를 보였으나, 여당인 국민의힘 쪽에서는 관련 법안 발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의원은 데일리메디와의 통화에서 “여당이던 시절과 야당이던 시절은 다르지 않겠냐”며 “집권여당에서 제도화를 추진하겠다고 하니 오히려 고마운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의료계 등 반발이 있기 때문에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신현영 의원은 비대면 진료가 제대로 정착되길 기대하면서도 닥터나우 등 플랫폼 업체들이 의료법·약사법 위반, 약물 오남용 등 선을 넘었다고 꼬집었다. 드러난 부작용 등을 지적한 것일 뿐 여당일 때 혹은 야당일 때 입장이 달라진 것은 아니란 것이다.
그는 “비대면 진료가 필요하다고 보고 앞으로 잘 됐으면 좋겠다”면서도 “닥터나우가 초반에는 순항했으나 사업적으로 선을 넘었다. 정부도 비대면 진료 관련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어떻게 제대로 갈 것이냐는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일침했다.
입법조사처 “직능단체 플랫폼, 공익 위한 경쟁자로 거듭날 필요”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입법조사처가 직능단체 플랫폼이 의사 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제공할 수 있고, 해당 정보들을 자체 검토를 거쳐 게재하면서 ‘인증된 정보를 다양하게 제공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단, 직능단체 감시 주체 기능에 대해서는 알고리즘 분석 전문성, 직능단체 규제대상(회원), 이해관계 충돌 등을 고려해 알고리즘 검증 사무는 정부가 담당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개진됐다. 여기서 알고리즘이란 광고료를 지급하는 특정 병·의원 등을 추천하는 형식이다.
앞서 의협은 비대면 진료 플랫폼 구축 등을 위해 지난달 7일 의학전문위를 발족했는데, 입법조사처의 이 같은 인식은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광현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사설 전문직 플랫폼과 관련해 제기되는 ‘자본종속의 우려’를 막고, 공공성의 보루를 만들면서도 소비자 후생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직능단체들이 전문직 플랫폼을 통해 공익의 감시자이자 공익을 위한 경쟁자로 거듭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필수 의협 회장도 “최근에 의협은 비대면 진료 플랫폼과 의료정보 시스템 팽창에 대비하고, 정부에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의학전문위원회를 구성했다”며 “이를 통해 난립하고 있는 전문직 플랫폼 등에 대해 합리적인 방향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