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닥터헬기가 태생한 지 10년이 지났습니다. 그러나 닥터헬기 수는 부족하고, 인계점 관리는 부실합니다. 운영사업 주관처를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로 통일하고 빅데이터 구축에 나서야 합니다. 사업 성장을 위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국내 8번째 닥터헬기 배치 병원으로 지정된 제주한라병원의 김원 원장은 지난 13일 대한응급의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닥터헬기 심포지엄’ 연자로 나서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김 원장은 보건복지부 용역연구과제를 수행하면서 느낀 닥터헬기 사업의 보완점을 소개했다.
본래 이 사업은 응급의료 취약지에서도 응급환자에 전문적인 처치를 하면서 신속히 최종치료병원으로 이송, 사망률과 장애율을 감소시키는 것이 목적이지만 시스템 공백이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김 원장에 따르면 소방청·국방부 등 타 부처가 운영 중인 응급의료전용헬기와 닥터헬기의 차이점은 응급의학 의사가 탑승한다는 점이다.
그는 “최소한이 아닌, 응급처치용 전문 장비와 약물이 닥터헬기 내 갖춰져야 함에도 그렇지 못하다”며 “검사 항목 가운데 중요한 부분이 빠져 있다거나, 최신 방법이 반영되지 않기도 하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헬기 이송 과정의 검사 결과 등 최종 치료병원 '즉시 전송시스템' 구축 절실"
그러면서 김 원장은 이송 과정에서의 검사 결과 등이 최종 치료병원으로 바로 이송되지 않는 등 부실한 전산 시스템을 가장 큰 문제로 봤다.
김 원장은 “닥터헬기는 이송시간 단축보다 병원 처치를 위한 대기시간을 줄이는 데 더 방점이 있다”며 “현장에서 취득한 정보를 최종 치료병원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번 제주한라병원에 앞서 닥터헬기는 ▲2011년 인천 가천대길병원, 전남 목포한국병원 ▲2013년 강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경북 안동병원 ▲2016년 충남 단국대병원, 전북 원광대병원 ▲2019년 경기 아주대병원 등 7곳에 배치됐다.
이들은 ‘의료 취약지’ 권역이지만, ‘응급의료 취약지’라는 기준으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게 김 원장의 입장이다. 특히 경남·충북·강원 영동·전남 동부·경기 북부 등은 닥터헬기 배치가 시급한 지역으로 꼽힌다.
그는 “이송체계가 적절히 구축되지 않은 곳이라면 응급의료 취약지에 해당한다”며 “교통 정체가 심한 곳, 도서나 산악지 등 육상 교통수단 사용이 어려운 지역 등 기존 이송체계로는 응급 환자 이송이 지연되는 지역도 해당된다”고 부연했다.
닥터헬기 수 뿐 아니라 이착륙장으로 지정된 지역인 인계점도 부족할 뿐더러 관리도 부실하다는 평가다.
김 원장에 따르면 실제 최근 5년 간 닥터헬기는 9567건 출동 요청을 받았지만 30.2%는 기각·중단됐다. 사유는 ‘이미 헬기가 출동해 있었다’ 35%, ‘임무시간 부족했다’ 25%, ‘의학적 소견 불일치’ 21%, ‘이착륙장 사용 불가’ 6% 순으로 조사됐다.
이를 두고 김 원장은 “결국 닥터헬기가 부족하다는 것을 시사한다”면서 “헬기 출동 요청을 해놓고 헬기로 이송할 만한 사안이 아니라고 하는 등 현장에서 충돌하는 시스템의 전면 수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계점 관리는 시도 보건부서에서 하지만, 타당성 검토는 헬기사업자(조종사)가 하므로 의사소통이 중요하다”며 “인계점 외 헬기 이착륙을 허가하고 정확한 중증응급환자 선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닥터헬기 사업 10년은 태생기, 성장기 도약 맞춰 빅데이터 구축해야"
김 원장은 닥터헬기 사업의 지난 10년을 태생기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진정한 성장기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사업 주관부서의 통일 및 빅데이터 구축이 핵심이라고 진단했다.
현재 닥터헬기 운영 지원은 국립중앙의료원이 하고 있지만 닥터헬기 배치 지역 선정, 인계점 관리, 인력 교육, 홍보 등 사업 전 부문에서 소관처가 각각 다른 실정이다.
이에 김 원장은 “지금처럼 다 분산돼 있어 문제가 생겨도 어디 말해야 할지 모르는 것보다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가 리더십을 가지고 사업을 총괄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지난 10년 간 환자 이송 과정에서 어떤 약물이 쓰였는지 등 자료를 찾기 어렵다. 환자 수송 및 응급진료 관련 소방청·해경청·병원 등의 빅데이터 통합관리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관리·운영 필수지표도 개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