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정숙경 기자] 또 다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의 ‘공익대표’ 중립성에 대한 문제가 강하게 제기됐다.
여기에 건정심 내 의사결정 일방성에 대한 비판을 둘러싸고 공급자와 정부의 첨예한 입장차가 재확인됐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핵심 공약으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발표하고 건정심을 통해 관련 건강보험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보장성 강화에 따른 재원 마련과 우선순위 등에 대한 논의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고 그 중심에는 건정심이 제대로 된 기능을 못 하고 있다는 의구심이 자리잡고 있다.
7일 국회서 열린 건정심 개편방안 정책세미나에서 이평수 차의과대학교 교수(前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위원)는 현 건정심의 가장 큰 문제로 운영 및 인원 구성을 꼽으면서 “공익대표 위원의 편향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예컨대 건강보험료로 운영되는 건강보험공단의 추천인은 가입자 이익을 대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건정심 표결 시 퇴장 빈번, 전체 25인 중 의사 3인 불합리”
수가 및 보험료 결정 관련 표결에 불참하거나 퇴장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상황에서 공익대표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지만 아쉬움의 목소리가 크다.
공익 8인이 정부 의지에 따라 의료비를 지불하는 즉, 가입자를 대변하는 경우가 대부분 이라는 것이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의협 최대집 회장도 “건정심 위원 25인 중 의사들 몫은 3인에 지나지 않는다”며 “현재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하에서 의사결정 구조도 그만큼의 지분 할애가 이뤄져야 공정하다”고 피력했다.
최 회장은 “의료계에서 문제를 제기하기 전에 정부가 먼저 건정심의 구조를 합리적으로 개편하고 산하 소분과 전문위원회를 꾸려서 전문성을 높이는데 나서줘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의협은 건정심 구조 개편 및 기능 등에 대해서 총력을 쏟겠다는 방침이다. 실제 2019년 올 한해 핵심 정책 중 하나로 설정했다는 설명이다.
최 회장은 “정책적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정부측 입장도 중요하지만 의료계 입장이 너무도 제한적으로 반영되고 있다”며 “빠른 시일 내 합리적인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15년 성과 저평가 억울한 복지부 “가입자-공급자 간극 너무 커”
하지만 정경실 보건복지부 보험정책과장[사진]은 사회적인 장(場)을 통해 큰 틀에서 논의는 필요하겠지만 그 동안 문제점만 노출됐다 보기는 어렵다며 다소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정 과장은 “15년 이상 건정심이 운영돼 오는 과정에서 어떠한 성과를 가지고 있었느냐에 대해서는 의미 부여가 없었던 것 같다”며 “복지부는 공급자단체에서 추천하는 위원, 가입자단체에서 추천하는 위원을 최대한 존중하고 있다”고 전제했다.
건강보험제도를 비롯해 최종 의사결정기구로서 비교적 공정하게 임해왔으며 국민들을 위해 객관적으로 운영돼 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 과장은 “건정심이 구성됐을 당시에는 가장 적합한 방식을 채택했을 것”이라며 “현재의 사회적 요구가 맞지 않다고 하면 다시 논의를 진행해 합의를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위원 구성의 공정성에 대해서는 정부도 일부분 공감 의사를 표했다. 정 과장은 “건정심의 기능에 맞는 운영이 재편돼야 한다면 충분히 논의를 이뤄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공익대표의 중립성 지적에 대해서는 일부 인정하면서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정 과장은 “오래 전부터 참여한 위원과 현재 참여하는 위원들 간 의견이 다를 수도 있고 무엇보다 가입자단체와 공급자단체 입장이 판이하게 다르다는 한계도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정 과장은 “건정심 운영에 있어 투명성, 공정성 등 여러 지적에 대해 타당한 부분이 있다고 본다”며 “다만, 시각에 따라 공급자의 권익과 가입자의 권익 중 어떤 것이 더 존중돼야 하느냐는 달라질 수 있다”고 말
했다.
이어 “객관성, 합리성을 토대로 가입자단체가 국민들의 관점에서 의사 결정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달라”며 “당연히 상충되는 의견을 합치시키기 위해 앞으로 전문위원회, 소위원회 등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