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I기기에 금속제 산소통 용기가 빨려 들어가 환자가 사망에 이른 사건과 관련해서 재판을 받은 담당 응급의학과 전문의와 방사선사가 금고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5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창원지방법원(판사 이지희)은 업무상과실치사죄로 기소돼 재판을 받은 병원 응급의학과 과장 A씨와 방사선사 B씨에 대해 각각 금고 8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 A씨는 김해시에 위치한 병원 응급의학과 과장으로, B씨는 같은 병원 영상의학과 소속 방사선사로 근무하고 있었다.
A씨는 지난 2021년 10월 14일 당직근무 중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중환자실에 입원하고 있던 환자에게 뇌출혈 또는 뇌경색이 의심되자 MRI 촬영을 지시했다. 해당 촬영은 B씨가 담당했다.
환자가 몸부림 치며 MRI 촬영을 거부한다는 보고를 받은 A씨는 촬영실 안으로 들어와 환자에게 진정제를 투여했다.
당시 A씨는 금속제인 이동용 산소 용기를 가져오라고 간호사 등에게 지시했다.
상시적으로 강한 자기장이 발생하는 MRI 촬영기기는 자기력의 영향을 받는 금속성 물건이 순간적으로 기기 내부로 빨려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촬영실 내 금속성 물건을 두지 않는다.
관련 협회는 영상의학과 MRI 검사실 업무지침을 통해 ‘산소 공급환자의 경우 이동용 산소 용기가 검사실에 못 들어가게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MRI 촬영실 출입문에도 ‘금속제 산소 용기나 휠체어, 침대 등이 MRI 기기에 빨려 들어갈 수 있어 금속성 물체 반입을 금지한다’는 취지의 경고 그림 및 문구가 부착돼 있다.
하지만 A씨와 B씨는 MRI 촬영실 벽면에 설치돼 있는 고정용 산소공급기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공급 호스가 짧다면 긴 호스로 연결할 수 없는지 등을 확인하지 않았다.
결국 환자는 MRI 촬영이 개시된 후 기기 안으로 들어가면서 팽팽해진 산소 호스에 끌려오다 순간적으로 빨려 들어온 금속제 이동용 산소 용기에 머리를 맞아 충격 및 압착에 의한 다발성 손상으로 사망했다.
재판부는 A씨와 B씨 업무상 과실로 환자가 사망하는 중대한 결과가 초래됐다는 점에서 죄책이 무겁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MRI 촬영실 내 금속성 물건을 두면 안 된다는 것은 의료인이라면 상식으로 알고 있어야 한다”며 “하지만 A씨는 금속제인 이동용 산소용기를 가져오는 이례적이고 위험한 지시하면서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B씨 역시 환자의 MRI 촬영을 담당하게 됐으면 담당 의사가 금속제 이동용 산소용기를 사용하기 전에 촬영실 벽면에 설치된 고정용 산소공급기를 사용하도록 조언하고 공급호스가 짧다면 긴 호스로 연결할 수는 없는지 확인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번 일은 야간 당직 근무 중 응급상황에서 발생한 사고로 피해자 유족들과 원만히 합의해 유족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A씨는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외에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고, B씨는 아무런 범죄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등을 참작했다”며 금고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