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인력 확보와 근무환경 개선 등을 기치로 발족한 보건의료단체협의회가 2년 만에 사분오열(四分五裂) 사태를 맞고 있다.
직능과 직역을 초월해 보건의료 문화 개선에 힘을 모으기로 했지만 정작 특정 직역에 의해 균열이 발생했고, 결국 파행 수순을 밟고 있는 형국이다.
보건의료단체협의회는 '보건의료인력지원법'에 명시된 18개 직종과 노조 등으로 구성된 단체로, 지난 2020년 1월 결성됐다.
보건의료인력지원법 시행을 계기로 직능단체들과 노동단체들이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하고 종합적인 의료인력정책이 수립될 수 있도록 합심하자는 취지였다.
▲21대 총선 공동요구와 과제 마련 ▲보건의료인력지원법 제정에 따른 예산 확보 ▲보건의료인력지원전문기관 설립 등을 구체적인 목표도 설정했다.
실제 출범 첫해 치러진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는 8대 분야 29개 정책과제와 요구를 발표하며 이목을 끌기도 했다.
또한 코로나19 진료현장 의료진의 고충이 심화되던 2021년 8월에는 공동 성명서를 통해 안정적인 의료 대응체계 구축과 보상책 마련 등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해 11월에는 국회의원들과 ‘보건의료인력지원법 시행 2주년 기념 토론회’를 개최하며 보건의료인력 적정 수급 상황을 진단하는 등 나름의 활동력을 보였다.
하지만 대한간호협회를 중심으로 간호법 제정이 추진되면서 냉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다른 단체들은 직역‧직능 간 갈등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지만 간호계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급기야 ‘간호법 저지 13개 단체 보건의료연대’가 출범하면서 보건의료단체협의회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18개 소속단체 중 13개가 간호법 저지를 선언하면서 균열을 예고했다.
이달 들어서는 본격적인 탈퇴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대한방사선사협회, 대한보건의료정보관리사협회, 대한응급구조사협회, 대한임상병리사협회 등 5개 단체는 최근 보건의료단체협의회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이들 단체는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의 간호법 지지에 강한 반감을 나타냈다. 다양한 직역이 가입돼 있는 보건노조가 일방적으로 간호사 편을 드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18일에는 대한치과의사협회도 '보건의료단체협의회' 탈퇴를 선언했다. 앞서 활동 중단에 나선 단체들과 같은 이유였다.
대한치과의사협회와 5개 단체들은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와 함께 새로운 협의회 결성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보건노조는 여러 직능단체들의 잇단 결별 선언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보건의료인력 정책이 본궤도에 오르고 있는 시점에서 보건의료단체협의회가 와해되는 게 안타깝다는 입장이다.
특히 보건노조가 간호사에 편향된 활동을 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명예 훼손”이라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한편, 18개 단체로 출발했던 보건의료단체협의회는 최근 각 직능단체들의 잇단 탈퇴 선언으로 대한간호협회, 대한약사회, 대한영양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국가자격보건교육사협회, 대한물리치료사협회, 대한안경사협회, 대한작업치료사협회, 대한치과기공사협회, 대한치과위생사협회,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등 12개 단체로 줄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