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름 깊은 병원들 보듬는 의료정책 필요'
정영호 대한병원협회장
2022.03.10 13:02 댓글쓰기

[특별기고] 대한민국 보건의료의 미래를 결정할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마무리 됐다. 코로나19 장기화, 의료전달체계 왜곡, 필수의료체계 위기 등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열린 이번 대선에서 의료계는 여느 때보다 큰 관심을 기울이고, 또 목소리를 내왔다. 이에 데일리메디는 특별기고를 통해 의료계 양대 단체인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 수장들의 목소리를 '새 대통령에 바란다'는 형식으로 게재한다.

코로나19 사태가 3년째 이어지고 있다. 마스크 착용과 손씻기 등 개인방역은 일상이 됐다. 백신이 개발되고 3차, 4차 접종까지 이뤄지고 있지만 지속적인 변이 바이러스 출현으로 코로나19와의 사투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최근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로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지만 위중증 환자 비중은 떨어져 종식의 희망이 보이기도 한다. 곧 정점을 지나 계절 독감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조심스런 의견도 나온다.

지구촌이 감염병으로 3년째 불안과 위기감 속에 있는 가운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까지 일으켜 유럽 국가들은 혼돈 속에 내몰려 있다. 코로나도 전쟁도 하루속히 마무리 돼 온전한 일상으로 회복되기를 기원한다.
 
2022년 3월 9일. 우리나라는 스무번째 대통령을 뽑는 선거를 치뤘다. 향후 5년간 대한민국을 책임질 국가 수반(首班)이 정해졌다.

기대와 변화, 그리고 개혁에 대한 국민의 동기(動機)를 어떻게 담아낼지 모든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안보, 외교, 정치, 경제뿐 아니라 국민의 건강까지 모든 것을 아우르는 통 큰 대통령으로 소임을 다해 주기만을 바란다.
 
대한민국 헌법에는 대통령 당선자의 취임 선서문과 국민 보건에 대한 내용이 명시돼 있다.

헌법 제69조에 대통령은 취임에 즈음해 다음의 선서를 한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 자유와 복리 증진 및 민족문화 창달에 노력해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고 돼 있다.
 
그리고 제36조 3항에는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해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고 선언하고 있다. 즉 ‘대한민국 대통령은 헌법에 기초해 모든 국민의 보건을 책임져야 한다’고 해석할 수 있겠다.
 
대통령은 건강한 국민과 함께 이 나라를 이끌어 가야하는 책임과 의무를 갖는 것이다. 3년째 이어지는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감염병을 극복해 내는 게 국민보건을 보호하는 제1의 임무이다.

경제 활성화와 고용안정 및 확대, 주변국과의 관계 설정 등도 경중을 가릴 수 없겠지만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국민 건강이 위협받고 활동이 위축되는 극한의 상황에 직면한다면 경제 불황은 필연이 되기 때문이다.
 
지금은 감염병 위기 극복을 위한 훌륭한 구원투수가 필요한 시기다. 정부는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 시키고, 보건복지부 내 복수차관제도 전격 시행했다.

국민 건강권 수호를 위해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관리를 위한 방책이었다는 평가다.
 
보건의료 분야에 있어 지난 정권 기간 중에 가장 큰 관심을 끈 키워드는 ‘문재인 케어’라 불리운 ‘보장성 강화’였다. 국민 의료비 부담을 줄이고, 의료기관의 이용 편의성을 높이는 취지의 정책이었다.

결과론적으로 국민 의료비 부담은 다소 줄었다. 선택진료비가 없어졌고, 상급병실료를 받을 수 있는 병상수를 줄였으며, 간호간병통합서비스로 간병비 부담을 줄여줬다.
 
비급여의 급여화도 큰 역할을 한 게 사실이다.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국민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병·의원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 졌으니 환영할 정책일 수 있다.
 
그러나 이면에는 의료기관 양극화라는 심각한 문제도 낳았다. 서울과 대도시 중심의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집중됐고, 지방 중소병원들은 지역 환자 이탈과 코로나19 사태 속 의료이용 감소로 극심한 경영난을 겪었다.

여기에 더해 의료인력 수급난까지 겹쳐 생존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주변의 삶도 급변하고 있다. 저출산 고령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고, 헬스케어 연관 산업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국민들의 의료이용 행태도 지역별, 소득수준별 등으로 큰 변화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에 병원계는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보건의료 발전체계를 구축해 주기를 기대하며 큰 틀에서 세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의료기관 양극화 등 부작용 극복 지원방안 절실" 
"의료전달체계 개편 부응 의사인력 양성 방안 마련"
"의료기관별 기능에 맞는 역할 수행토록 실현"
"의학적 비급여 방치된 의료행위, 우선적 급여화"

 
첫째, 지속적인 보건의료 발전을 위한 의료공급 인프라 구축을 선행해 주기 바란다.
 
양질의 의료서비스가 적정하게 제공될 수 있도록 의료전달체계 개편에 부응하는 의사인력 양성 방안을 마련하고, 중증·응급환자 진료에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고난이도·고위험 행위료 수가 정상화가 필요하다.

필수의료분야 공백을 막기 위한 전공의 책정과 증원, 그리고 국가의 지원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만성적인 간호인력난 해소를 위해 간호학과 정원 증원과 간호사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재정적 지원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또한 지역별 특성에 맞는 민간의료기관의 효율적 활용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본다.
 
둘째, 의료전달체계 정립과 지역 간 의료불균형 해소가 시급하다.
 
의료전달체계 정립은 의료자원 효율적 활용을 도모하고 국민들이 1차의료를 신뢰할 수 있도록 하는 필수요소다. 의료서비스 질 제고와 의료기관별 기능에 맞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조속히 실현돼야 한다.

이를 위해 보상체계가 정비돼야 하고 건강관리에 대한 새로운 의료수요를 대비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지역 간 의료불균형 해소 방안으로 지방 민간 중소병원 역량 강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따라야 한다.

공공의료기관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지역책임(중증거점)병원 지정에 민간병원 참여도 늘려야 한다. 이를 통해 일차의료 질 제고와 함께 환자선택권을 보장하는 자연스러운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양질의 국민건강 관리를 위한 지속 가능한 건강보험체계를 만들어 줘야 한다.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실질적인 보장성 강화 원칙을 설정해 국민의 건강보험에 대한 수용성을 높여야 한다. 건보재정만을 생각해 의학적 비급여로 방치되고 있는 의료행위에 대해 우선적인 급여화가 이뤄져야 한다.

간병인력이 보강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재설계, 의료질 평가 지원금 제도의 새로운 지표와 수가 구조에의 포함도 필요하다.

건강보험을 통해 의료인이 환자안전을 기본으로 진료에만 전념할 수 있는 의료생태계 유지와 합리적 보상기전 마련도 선행돼야 한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정책 추진 의지가 결국에는 국민들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병원계는 간절하다. 하루속히 코로나19를 극복해 내고 지칠대로 지쳐있는 병원인들이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 온전한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만을 바랄 뿐이다.

정쟁에 휘말려 의료 공급자든 국민이든 기울어진 운동장에 방치되어서는 절대 안된다.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 보건을 보호하는 오래도록 존경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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