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이슬비 기자/
수첩] 위드코로나 시행 이후 코로나19 전담병원들은 밀려드는 환자들로 홍역을 치러야 했다. 코로나19만을 치료하기 위한 전담병원들이 아수라장으로 전락한 원인에 대해 관심이 모아졌다.
현장 의료진은 “늘어나는 전담병상 대비 의료진이 부족해 난장판이 됐다”고 호소했다. 행정명령 등을 통해 전담병상을 마련한 병원들에서는 기존 병원인력과 파견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인력이 워낙 부족해 중환자 치료경험이 없는 새내기 간호사들도 코로나19 병동에 투입하는 등 ‘쥐어짜기’ 운영이 비일비재했다는 전언이다.
보건노조 관계자는 "숙련된 인력이 없으면 아무리 많은 병상을 확보해도 적절한 의료서비스 제공이 불가하다”며 “행정명령은 병상 확보에만 중점을 두고 인력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기에 정부는 공보의 등 파견인력 투입도 대폭 늘렸지만 현장에서는 일손 부족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공공병원 등에 휴무간호사·공중보건의사·임시직 의사 등이 파견되고 있는데, 낮은 숙련도·전자시스템 접근권한 제한 등으로 본래 인력과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가 없다는 지적이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2주마다 교체되는 공보의에게 간호사가 전산시스템을 알려주며 처방을 받고, 고령 의사는 전산업무를 전혀 못해 처방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실상을 전했다.
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감염병과 무관한 진료과 전문의, 중환자 케어 경험이 없는 간호사가 많다”며 “파견인력이 전문성을 갖추기 힘든 점은 이해하지만 기존 의료진 1명 역할도 대체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다.
배치된 파견인력 당사자들의 의견도 들어봤다. 파견간호사들은 주로 ▲경력과 무관한 병동 배치 ▲사전교육 부재 ▲병원 내 파견인력 관리 시스템 미비 ▲부실한 의식주 지원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파견 경험이 있는 간호사 B씨는 “본원 인력들과 손발이 맞지 않고, 내부 방식으로 하지 않는다고 핀잔을 많이 들었다"며 “응급상황 시 연락처, 방호복 탈의 구역 등도 안내해 주지 않아 위험한 상황이 많았다”고 전했다.
현장이 혼란스러워지며 본원인력과 파견인력 간 수당 형평성 문제 또한 이슈로 떠올랐다.
파견인력 수당이 더 높아 ‘역차별’이라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여론이 들끓자 정부가 구랍 파견인력 출장비 및 숙박비 등 ‘불필요한 인건비’를 줄이겠다고 발표해서 또 한번 강한 반발이 일었다.
형평성 논란에 대해 파견간호사 C씨는 “정부가 주는 수당을 건물 보수에 사용하거나 타 부서 직원들과 나누는 병원이 많다”며 “애초 코로나19 수당이 제대로 지급되고 있었다면 형평성 문제가 불거졌겠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상황을 개선코자 시행한 정부 방역지침들이 현장 상황과 분위기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거리두기를 다시 강화한 결과, 확진자 수는 감소하고 있지만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지금 집중해야 할 것은 전담병원 인력 이탈 방지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워 벌어진 아수라장에서 더 큰 혼란을 피하려면 운영지침을 뒤집으며 문제를 막으려고만 하지 말고 기존 지침, 특히 인력 사안을 정밀하게 점검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중수본 지침을 병원에서 제대로 시행하고 있는지, 시행하지 않거나 못하고 있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파악하며 기존 인력들이 겪는 애로사항을 해결해야 한다.
대화를 나눠본 전담병원 현장 근무자들은 대부분 ▲경력 반영 적정 배치 ▲최소한의 교육시간 보장 ▲수당 보장 ▲중수본 감시인력 파견 등을 개선점으로 꼽으며 특별히 새로운 것을 요구하지 않았다.
전담병원을 무작정 늘리기 전에 지금 전담병원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달라는 게 간호사 등 일선 의료진들의 애절한 절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