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수첩] 벌써 두 달이 지났다. 하지만 변한 것은 없다. 국립중앙의료원 정기현 원장의 저녁 술자리 파문 관련 후속조치 말이다.
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됐던 지난해 12월 8일 저녁. 정부는 물론 국민들도 초긴장 상태인 분위기와 다르게 정기현 원장은 이날 밤 일부 직원들과, 그것도 코로나19 중증환자 치료를 위해 마련된 모듈병상 3층에서 간부들과 술자리를 가졌다.
본지는 뒤늦게 제보를 받아 감염병 치료현장에서 이뤄진 국립중앙의료원 수장의 일탈을 고발했다.
정 원장이 참석했던 술자리가 열린 ‘시간’과 ‘장소’가 부적절했다는 점을 지적했고, 모듈병원 책임자의 해명을 근거로 ‘음주진료’ 의혹까지 제기했다.
이는 정부가 규명해야 할 의혹의 가장 큰 줄기였고, 곁가지로도 모듈병원에서 술자리가 얼마나 있었는지, 해당 술자리에 참석한 이들은 누구였는지 등 규명해야 할 사안도 과제로 남겨졌다.
사건 발생 두 달이 지난 지금,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달에는 “제2차 공공보건의료기본계획을 챙기느라 놓치고 있었다”고 말했고, 이달에는 “코로나19 4차 대유행 상황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NMC에 대한 조사 시점이 고민”이라고 답했다.
쉽사리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NMC 내부적으로도 문재인 정부에서 정기현 원장 파워를 실감한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정 원장이 참석한 술자리를 NMC 내부 감사인이 제대로 들여다 볼 수나 있을까. 현재로서는 NMC의 제대로 된 조사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해당 의혹이 제기된 이후 NMC 유일한 조치는 모듈병원 책임자의 자진사퇴 뿐이었다. 사퇴한 의료진은 내부직원으로부터 음주진료 관련 문제 제기를 받은 의사이기도 하다. ‘꼬리자르기’라는 의심이 나올 만한 대목이다.
결국 조직을 책임지는 원장의 일탈과 복지부의 방관이 빚어낸 결과는 오롯이 NMC 직원들의 몫으로 남은 모양새다.
의사, 간호사, 행정직, 미화원 등 대부분의 직원들은 코로나19 전담병원인 NMC에 다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가족·친구를 만나는 것도, 여행을 하는 것도, 작은 일상을 누리는 것조차 포기하며 지냈다.
지난해 1월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지금까지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이들의 어깨에 정 원장의 일탈로 훼손된 NMC의 신뢰 회복이라는 짐까지 얹어진 셈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언제든 NMC에 대한 조사는 이뤄질 것”이라고 약속했다. 지도부의 일탈을 짊어질 직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복지부가 수 차례 공언한 조사를 실행해서 일탈의 전말을 정확히 파악하고, 결과를 공개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