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의대교수노조 단체교섭 유감···'두 번의 깨우침'
노재성 아주대 의대 교수노조 위원장
2021.08.03 12:23 댓글쓰기
아주의대 교수노조가 출범하며 법적 사용자인 학교 재단에 단체교섭을 요구한 지 어언 석 달 곡절을 거쳐 지난 7월 22일 단체교섭을 위해 국제회의실에 모였다. 
 
조합 측은 법적 당사자인 위원장인 나, 사용자는 법적당사자는 재단이사장님이지만 권한을 위임받아 의과대학장이 대표로 참석했다. 
 
결론적으로 회의는 시작도 못하고 중단됐는데 교섭권한 위임문제 때문이었다.  
 
당사자인 재단 이사장님이 교섭에 참여하지 않음으로 권한을 위임하는 범위를 문서로 알려 달라고 요구했고 첫 교섭 자리에서 주기로 협의가 끝났었다.
 
하지만 우리가 받은 것은 위임장이 아니라 학장을 대표 교섭위원으로 임명한다고 두 달 전에 재단에서 총장에게 보낸 공문 사본이었다. 
 
또한 ‘말’로 교섭권은 위임하는데 체결권은 위임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노동조합법 29조 ‘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는 제3항에 따라 교섭 또는 단체협약의 체결에 관한 권한을 위임한 때에는 그 사실을 상대방에게 통보해야 한다’에 따르면 권한을 위임하면 통보하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서면이라고 명시되지 않았으니 법 위반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꼭 서면으로 하시지 않겠다면 이사장님이 카카오톡이든 이메일이든 메시지든 무엇으로든 통보를 해주면 될 일이다. 단, 기록으로 남을 방법이면 될 일이다. 결국 조합 이름으로 세 번 공문을 보냈다. 
 
더해서 재단이 병원직원노조에는 교섭 전권을 넘긴다는 위임장을 문서로 내줘 위임받은 의료원장이 교섭부터 체결까지 진행한단다. 사립학교가 교수를 얼마나 하잘 것없이 여기는지 깨우쳤다.
 
두 번째 논란은 주임교수가 조합 측 교섭위원으로 참여해서 불편하다는 주장이었다.
 
말은 불편하다고 했으나 이미 재단은 ‘사용자를 위해 항상 행동하는 자(’사립학교의 설립 경영자를 위해 행동하는 사람‘이 바른 법적 표현이다)’ 라며 주임교수는 조합원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자격이 없는 사람이 가입해 있는 조합이니  조합설립허가를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걸었다. 
 
해당 논란은 이미 2018년 중앙노동위원회가 의대 주임교수와 임상과장은 노동조합원이 되는 자격에 문제가 없다고 판정한 일이다. 
 
앞에서는 교섭하자면서 뒤로는 통보받은 교섭위원 명단에 주임교수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직후 당사자인 조합은 알 수 없게 소송을 시작한 것은 상호신뢰를 깨뜨리는 행동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이일에 대해 정말 분노하게 되는 것은 소송을 제기했다는 사실이 아니다.
 
누구든지 주장이 있고 돈을 낼 마음이 있으면 소송은 할 수 있는 것이고 시비를 가리기 위해서는 고소든 고발이든 진정이든 민원이든 할 수 있다. 
 
정말로 분노하는 것은 재단이 제출한 소장에서 교묘한 그러나 명백하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대학 본교 보직에 대한 어떤 규정에도 의과대학 주임교수라는 보직은 없다.  
 
보직교원 임기 규칙이라는 규정의 제3조4항에 ‘전공주임교수’가 있다. 이 전공주임교수는 의과대학 주임교수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보직이다. 
 
그런데 재단이 법원에 제출한 서류에는 이 같은 전공주임교수가 의과대학 주임교수라면서 주임교수가 보직으로 정의돼 있다고 쓰고 있다. 이것은 우리 대학 규정을 아는 사람이면 누가 봐도 명백한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우리 학교 밖 사람은 이 말이 거짓말일 수 있다고는 상상할 수도 없다. 게다가 규정을 만드는 당사자인 재단이 그렇다고 하는데 어떻게 거짓일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는가.
 
재단이 소송의 당사자지만 변호사 비용도 의료원이 내고 있고 변호사도 우리병원을 그만두고 개업한 변호사이고 의과대학 팀이 이 소송을 보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의과대학 보직자나 행정직원이 이 문서를 함께 작성했거나 아니면 읽어 보기는 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거짓말을 모의했거나 방조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인 의심이다. 
 
조합원도 학교 구성원이고 조합을 만드는 것은 헌법에 정해진 기본권이다. 조합이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조합을 없애기 위한 방편으로 거짓 주장까지 하는 것은 학교를 운영하는 재단으로서 할 일은 아니다. 
 
이런 거짓말을 공식서류에 남기는 것은 학교를 운영하는 재단이 거짓말도 거리낌 없이 하는 기관이라는 확인 도장을 찍는 일이다. 
 
더해서 이 정도 피드백도 못하는 보직자가 우리 조직을 이끈다는 것에 분노를 느끼고 평생 일한 조직이 이 정도로 낮은 수준일지 모른다는 의구심이 스쳤다. 두 번째 깨우침이다. 
 
다시 단체교섭장이든 법정이든 학부모 회의장이든 어디에서든 서로 밝고 정당하게 주장을 펼치고 협의하고 합의하는 멋있는 재단을 기원해 본다. 
 
그리고 조합 스스로 격을 지키자고 다짐하고 재단도 그랬으면 좋겠다. 
 
바로 그 격이  대학을 운영하는 사학재단이 그리고 대학교수가 만든 조합이 우리 기관의 구성원과 학생과 학부모와 국민에게 보여 주어야 할 모습이기 때문이다.
 
거짓말을 하는 기관은 신입생도 능력 있는 교수도 환자도 꺼릴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 기관 모든 보직자가 가끔은 전략보다 용기가 필요한 때가 있다는 것을 깨우치길 바란다.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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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실주의 08.03 13:24
    조금만 기다리세요!

    2021 의정부 을지, 2022 광명 중앙대, 2023 대순진리교의 포천병원, 2024 천안순천향 2025 서울아산의 청라병원 등 굵직한 병원의 개원이 줄서 있습니다. 단체로 이직하시면 정신차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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