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수첩] 코로나19 발생 초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신속한 대응체계를 구축했다.
방역당국은 즉시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질병관리청을 중심으로 검사, 치료, 격리조치 등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가 일사분란하게 이뤄졌다. 생활방역과 거리두기 수칙도 조기에 수립됐다.
병원계와도 신속한 협력에 나섰다. 선별검사소 및 치료 병상을 구축해 빠르게 의료지원 인프라를 형성했다.
잘못된 정보로 인한 불필요한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도 차단했다. 정례 브리핑을 실시해 국내외 감염병 동향을 정확히 전달했으며, 대한의사협회 및 유관학회들과 연계해 홈페이지 등 통일된 소통창구를 마련했다.
메르스 사태 교훈을 바탕으로 성공적인 대응을 해낸 정부에 국민들은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그런데 감염병 사태는 곧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백신접종이 시작되면서다. 팬데믹에서 벗어나 일상생활로 돌아가기 위한 한 걸음, 이전보다 더욱 기민한 움직임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하지만 중요한 시기에 안타깝게도 정부의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그리고 이런 혼란 속에서 일반 국민 및 환자들 불안감은 의료기관을 향하게 됐다.
지난 6월 갑작스럽게 이뤄진 잔여 백신 접종지침 변경이 대표적이다. 당시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연령을 60세 이상으로 제한했다. 예비명단 사용가능 기한도 불과 하루 상관에 수 차례 변경됐다. 접종취소 통보 과정에서 국민들 불만은 의료기관이 떠안게 됐다.
임신부 백신접종의 경우에는 아예 지침을 마련하지 않아 혼선이 일었다.
국내 백신접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후에도 한동안 지침은 마련되지 않았다. 초기 접종대상인 보건의료종사자 중 임신부나 임신계획이 있는 여성들이 다수 포함돼 있었음에도 사각지대에 놓였다.
명확한 지침이 없는 상황에서 국민들은 병원을 찾아 하소연했지만 의사들도 난감했다.
전문가로서 해외 연구결과나 지침을 알려줄 수는 있지만, 혹시나 정부 발표나 향후 방침과 어긋날 경우 환자들이 더 큰 혼란을 겪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후 방역당국은 ‘임신부 백신접종은 권고되지 않는다’는 방침을 홈페이지에 고지했지만 제대로 된 홍보가 이뤄지지 않았다.
임신부들의 민원이 계속되는 가운데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임신부 백신접종계획이 수립될 때까지 혼란이 계속될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백신접종 간격 조정을 놓고도 혼란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방역당국은 최근 "화이자·모더나 백신 접종 간격을 4주에서 6주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AZ 백신 접종대상 연령을 낮추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발표 내용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백신접종 간격이나 안전성을 묻는 환자들이 물밀 듯 쏟아질 것은 자명하다.
수도권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한 의사는 "요즘 환자 민원으로 진료에 집중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광범위한 이상반응 증상에 대한 문의 외에도 접종한 백신제품이나 연령, 성별 등 부정확한 정보에 따른 문의가 늘어나면서 경증환자에 대한 문진시간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힘든 감염병 사태를 이겨내기 위해선 정부와 의료계의 손발이 잘 맞아야 한다. 또 의사들이 진료에 집중하기 위해선 정부가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방침을 적기에 내놓아야 한다. 의료기관과 종사자들이 최선의 대응을 해낼 수 있도록 정부의 유능한 대처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