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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2000년 7월 의약 분업이 시행되고 나서 20여 년이 지났다. 의약분업 의미와 그 성과는 따로 판단해야 할 문제이고 대한의사협회도 그 성과에 대해 외부연구를 통해 분석 중이다.
상품명 처방은 의약분업 시작 때부터 정해진 대원칙으로 의약분업의 근간을 이루는 제도다.
"리베이트 근본 원인은, 상품명 처방이 아닌 약가 정책"
의약분업이 성공한 제도이든 아니면 실패한 제도이든, 어느 정도 안정화에 접어든 이때 대체조제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의약분업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대체조제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논리는 상품명 처방 때문에 의사들의 리베이트가 횡횡하고 이로 인해 건강보험재정 누수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대체조제를 자유롭게 하면 리베이트가 근절되고 건강보험재정이 안정되며 국민 건강에 이바지한다는 주장이다.
리베이트는 원칙적으로 존재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리베이트가 존재하는 근본 원인은 상품명 처방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약가 결정 정책에 있다. 근본 원인이 해결되지 않는데 대체조제 전면 허용 등을 통해 리베이트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리베이트 사안은 대체조제 허용 및 활성화를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 입장에는 한 축에도 끼지 못한다. 대한의사협회가 대체조제에 반대하는 것은 그것이 국민 건강에 해롭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의사 처방 약과 다른 생동성 약 복용 등 문제 생기면 모든 책임은 의사"
제네릭 혹은 복제약은 오리지날과 동일한 효능 및 효과를 가지는 약인 것은 맞다. 하지만 동일한 약은 아니다. 물론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이하 생동성)을 통과한 것도 맞다. 그러나 생동성은 오리지날에 비해 90%~125%의 검출을 보이면 통과하는 시험이다.
또한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1회 투여해서 얻은 결과로 환자에게 장기간 투여할 때 동일한 효과를 보인다고 보장할 수 없다. 90%와 100%는 10%P 차이지만, 80%와 125%는 45%P 차이가 난다.
그렇다고 제네릭 약이 나쁘다고 말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A라는 의약품이 오리지날 대비 90% 성능이 있고 B라는 약품이 125% 약효를 가지고 있다고 할 때, A약품의 품질이 일정하고 처방하는 의사가 A라는 약품을 잘 알고 있고 사용에 익숙해 있다면 A약품을 처방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의사가 A약품을 처방했는데 환자가 실제로 먹는 약이 B약품이라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장기 투약하는 약이라면 더욱 문제가 커질 수 있다.
모든 처방에 대한 책임은 의사에게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것은 환자가 의사가 처방한 약을 먹는다는 전제하에 의사에게 있다. 의사가 처방한 약과 환자가 먹는 약이 다르다면 의사는 처방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없다.
"식약처 허가 효능효과 동일한 약이라고 해서 같은 약 아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사항상 효능 및 효과가 같다고 동일한 약은 절대로 아니다.
실제로 얼마 전 혈압약인 발사르탄에 NDMA라는 발암물질이 오염돼 한동안 곤욕을 치렀다. 만일 모든 제네릭이 동일한 약이라면 NDMA가 같은 용량으로 검출됐어야 한다.
하지만 검출이 안 된 약도 있었고 약마다 검출된 양이 달랐다. 발암물질 오염은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지만 역설적으로 모든 제네릭 약이 같은 약이 아니라는 반증이 된다.
결론적으로 국민 건강을 위해 대체조제는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지금 제도 하에서도 예외적으로 대체조제를 허용하고 있다) 대체조제를 허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건강보험재정 때문에 대체조제 허용은 더욱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건강보험 재정 악화 원인은 상품명 처방이 아니다. 건강보험 법정 정부 지원율은 보험료 수입에 20%로 정해져 있지만 2020년 (예산기준) 14%에 불과하다. 더구나 당연히 국고로 충당해야 할 코로나 백신 접종비의 70%을 건강보험 재정에서 지출한다고 한다.
대체조제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의약분업 전반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