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2018년 한국인 사망 원인 9위에 머물렀던 ‘알츠하이머병’이 전년 대비 두 계단 상승해서 7위를 기록했다.
고령인구 증가에 따라 치매 환자 수가 증가한 반면, 향상된 의료 서비스로 인해 다른 질환으로 인한 사망이 감소한 것이 배경으로 짐작된다.
알츠하이머병은 콜린성 신경세포수가 줄어들며 인지기능 저하를 보이는 만성 퇴행성 뇌 질환을 의미한다. 이는 전체 치매의 원인 질환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질환이기도 하다.
하지만 치매를 예방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알츠하이머병 외에도 사망원인 통계와 함께 오른 △심장 질환(2위), △뇌혈관 질환(4위), △당뇨병(6위), △고혈압성 질환(10위)에도 주목해야 한다.
고혈압, 당뇨병 및 심뇌혈관 질환 역시 알츠하이머병과 마찬가지로 치매 위험인자이기 때문이다.
심뇌혈관 질환이 치매에 끼치는 영향과 그 위험성
치매 위험인자는 ‘조절 불가능한(non-modifiable) 위험인자’와 ‘조절 가능한(modifiable) 위험인자’로 나눠볼 수 있다.
나이, 성별, 유전적 요인은 조절할 수 없는 영역에 속하나, 고혈압, 당뇨병, 비만, 고지혈증 등의 혈관성 위험인자나 음주, 흡연, 운동, 사회활동 등의 생활습관성 위험인자는 개인의 노력에 따라 조절 가능한 부분이다.
특히 고혈압은 혈관성 치매를 조절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이자 알츠하이머형 병리 증가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외에도 당뇨병이 있을 경우 인지 속도 및 생각의 유연성 감소로 인해 인지기능이 저하되며, 비만이나 고지혈증 또한 혈관성 질환 위험을 높여 치매 발생에 영향을 끼친다.
치매에는 원인 질환에 따라 다양한 종류가 있으며, 국내서 가장 흔한 질환은 알츠하이머형 치매와 혈관성 치매다.
국내 만 60세 이상 치매 환자의 치매 유형별 구성 비율을 살펴보면 알츠하이머형 치매 환자가 약 73%, 혈관성 치매 환자가 약 11%에 해당한다.
그러나 임상적으로 알츠하이머형 치매로 진단된 환자 뇌 부검 결과, 약 50% 이상에서 알츠하이머 병리 외에 혈관 병변을 비롯한 다른 병변이 동반된 것으로 나타난다.
이처럼 여러가지 원인에 의해 발생한 치매를 일컫는 ‘혼합형 치매’는 뇌분자 영상이나 뇌 부검을 통해서만 진단이 가능하기 때문에 발생 빈도가 저평가 돼있는 상황이다.
“도네페질 등 약물 복용 통해 악화 속도 늦추는 것이 중요”
혼합형 치매인 경우 비슷한 정도의 병리 소견을 보이는 다른 알츠하이머형 치매보다 진행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
뇌혈관 질환이 동반된 혼합형 치매 환자의 경우 일반적인 알츠하이머형 치매 환자보다 기저질환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현재로서는 알츠하이머형 치매에 승인된 도네페질 등의 치매 약물 복용을 통해 인지기능 저하 속도를 늦추고 혈관성 위험 인자를 조절하는 것이 최선이다.
대표적인 치매 약물 도네페질의 경우 인지기능 개선과 더불어 일상생활 수행능력 유지, 이상행동 개선 등에서 유의미한 혜택을 볼 수 있다. 반감기가 70시간으로 길어 1일 1회 복용으로도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전 세계 보건 정책의 주요 아젠다로 자리잡은 ‘치매’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는 ‘치매 위험 관리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치매 위험 관리 가이드라인은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12가지 방안으로 △체중 조절 △혈압 관리 △혈당 관리 △이상지질혈증 관리 △금연 △금주 △건강하고 균형 잡힌 식단 섭취 △활발한 신체 활동 △활발한 사회 활동 △인지 중재 훈련 △우울증 관리 △청력 손실 예방을 소개한다.
보건복지부도 이와 비슷하게 ‘치매예방수칙 3•3•3’ 수칙 제정을 통해 △3가지 권장(운동ㆍ식사ㆍ독서) △3가지 금지(절주ㆍ금연ㆍ뇌손상 예방) △3가지 행동 실천(건강검진ㆍ소통ㆍ치매 조기발견)을 강조하고 있다.
치매를 두려워만 해서는 안된다. 치매예방수칙 3•3•3’ 실천을 통해 치매 예방에 적극 힘쓰고, 이미 치매가 진행된 케이스라도 꾸준한 치매 약물 복용과 더불어 기저질환 관리를 병행한다면 보다 건강한 노후를 누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