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8일은 여성의 지위 향상을 위해 UN이 지정한 ‘세계 여성의 날’이었다.
그런데 이 기념비적인 날에 반하는 여성 건강의 비보(悲報)가 있다. 20년간 폐암이 차지하고 있던 전 세계 암 발생률 1위 자리에 유방암이 오른 것이다.
미국암학회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진단된 유방암은 약 230만 건으로 이는 전체 암 진단 건수의 11.7%에 해당한다. 한국 유방암 연평균 증가율도 심상치 않다. 전 세계 주요 41개국 중 1위를 기록할 정도로 꾸준한 상승세다.
현재 한국의 유방암 연령표준화 사망률은 10만명당 6명으로 인간개발지수 상위 국가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국이 높은 유방암 발생률에도 불구하고 낮은 사망률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건강검진 활성화로 인한 조기진단 비율이 높고, 환자들에게 유방암 특성에 맞는 표준화된 치료법을 적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유방암은 다른 암에 비해 비교적 예후가 좋기 때문에, 적극적인 정기 검진을 통해 조기에 발견한다면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고 높은 생존율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유방암이 다른 암에 비해 예후가 좋다는 사실이 모든 유방암 환자에게 높은 생존율을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발견 및 진단이 늦어 암세포가 다른 부위로 전이된 4기 이상 유방암 환자의 경우에는 5년 생존율이 0~2기 유방암 환자 대비 3분의 1수준인 34%에 불과하다.
4기 유방암은 전세계 여성의 주요한 사망 원인으로 꼽힐 정도로 치료가 쉽지 않다. 다행히 새로운 치료제 도입으로 치료 결과가 꾸준히 개선되고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여전히 전이성 유방암 환자는 완치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때문에 전이성 유방암 치료는 병의 완치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환자 생명을 연장시키고 증상을 완화하며 삶의 질을 최대한 향상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치료제 선택폭 넓어져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도 삶의 질 개선"
특히 환자 삶의 질에는 항암치료제의 독성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항암치료 독성을 줄일 수 있는 단일요법 등의 치료제를 선택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러한 이유로 한국유방암학회는 생명 위협 또는 빠른 종양 축소가 요구되는 심각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환자에게 단일요법을 순차적으로 사용하는 순차적 단일제제 치료를 권장하고 있다.
단일요법은 두 가지 이상의 약제를 병용해 사용하는 병용요법에 비해 환자에게 부작용이 적게 나타나며, 병의 진행 기간을 늦출 수 있어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삶의 질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유방암이 뼈와 간 그리고 폐까지 다발성으로 전이돼 수술적 치료가 불가능했던 40대 환자가 있었다.
타 병원에서 항암치료를 수차례 하였으나 호전을 보이지 않았고, 치료 독성 및 부작용으로 세포독성 항암제의 병용요법 치료 중단을 고려할 정도로 환자는 심각한 고충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본원으로 전원한 환자에게 할라벤이라는 단일요법을 사용한 후 암의 크기가 줄어들었고, 부작용 또한 기존 약제에 비해 현저히 적어 환자가 직장으로 복귀하는 등 정상적으로 일상생활을 누릴 수 있게 됐다.
일반적으로 할라벤 단일요법은 다른 치료법 대비 항암치료를 위한 입원이 필요하지 않아 일상생활 유지 측면에서 환자들 만족도가 큰 편이다.
조기 유방암 대비 치료제의 선택이 제한적이었던 과거와는 달리, 근래에는 단일요법처럼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치료제가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다.
적극적인 치료와 함께 가벼운 운동과 요가 등의 신체 활동을 병행한다면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도 생활의 활력 증가 등 유의미한 삶의 질 향상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
유방암 환자의 보다 나은 일상을 위한 의료진과 전문가들 노력으로 미래 치료 환경은 더 나아질 것이다. 환자도 삶에 대한 기대치를 높게 가지고 긍정적으로 치료와 일상생활에 임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