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민식/
수첩] 문재인 대통령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 해소를 기대했던 당국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접종 장면이 공개되면서 온라인을 중심으로 문 대통령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아닌 화이자 백신을 접종했다는 주장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보건당국이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이 사그러들지 않았고, 결국 경찰이 해당 글에 대해 수사에 착수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세간의 관심은 코로나19 백신 바꿔치기 진위 여부에 집중돼 있지만 정작 주목해야 할 점은 백신 접종 방식이다. 즉, 일상 복귀의 희망인 백신이 제대로 접종되고 있느냐 여부다.
실제 허위 글의 빌미를 제공한 것은 접종 매뉴얼을 준수하지 않은 리캡핑(주사 바늘 뚜껑을 다시 씌우는 것)이었다.
문 대통령에게 백신을 놓은 의료진이 주사기로 약병에서 백신을 뽑아낸 후 바로 접종하지 않고 파티션 뒤로 다녀왔을 때, 주사기 바늘에 다시 캡(뚜껑)이 씌어져 있는 장면이 포착된 것이다.
대한감염학회에 따르면 리캡핑은 원칙적으로 금지다. 게다가 질병관리청 코로나19 백신 접종 매뉴얼에 따르면 약병에서 약을 뽑은 후에는 즉시 접종을 해야 한다. 약병에서 백신을 뽑은 후 바로 접종하지 않은 것 역시 매뉴얼 위반이다.
김정숙 여사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에서도 의료진이 주사 후 주사기를 즉시 빼지 않고 솜을 집느라 다른 곳에 시선을 두는 등 적절치 않은 모습들이 연출됐다.
원칙만 지켜졌다면 생기지 않았을 불필요한 논란에 애초 기대했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신뢰도 제고란 효과마저 흐지부지 돼버렸다.
백신 접종 과정에서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대학병원 병원장들 역시 백신 접종을 위해 팔을 걷어붙인 바 있다. 국민들의 불안감을 가라앉히기 위해 접종 순간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촬영해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의도치 않게 그 동안 간과해왔던 새로운 문제를 발견하는 계기가 됐다. 일부 병원장의 접종 사진을 본 전문가들이 백신 접종의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백신 접종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백신은 삼각근에 접종해야 하며 90도 각도를 유지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백신 효과가 제대로 발휘되지 않을 수 있고 접종 과정에서 상처가 발생할 우려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수위를 다투는 대학병원 수장들의 백신 접종에서조차 이런 기본적 원칙들이 준수되지 않고 있었다.
대한백신학회 고위 관계자는 일련의 사태에 대해 “백신 접종 교육을 새롭게 해야 한다”며 “질병관리청에 전문가로 회의에 참가한 이들도 다 알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지 말고 다시 공부하길 바란다”고 꼬집기도 했다.
철저한 준비가 이뤄질 대통령 내외와 국내 대학병원장들 접종 과정에서도 이론(異論)이 제기됐다. 기존에 백신 접종이 과연 원칙대로 시행돼 왔을 지에 대해 강한 의구심이 들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지금까지 별 탈 없이 접종이 이뤄져왔다고 유야무야 넘어가서는 안 된다. 일견 사소해 보이는 문제라 할지라도 이번 논란을 계기로 국내서 안전한 백신 접종의 기틀을 마련하는 전화위복 계기로 삼아야 한다.